전국 4년제 대학교에 ‘아동문학’만을 공부하는 학부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10년을 하루 같이 한국아동문학 연구에 전념하여 박사학위를 받는 사람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24일 인하대(총장 홍승용)를 졸업하는 원종찬(元鍾讚)씨.
석사과정을 마치고 고교 교사로 활동하던 그가 아동문학에 전념하게 된 계기 또한 남다르다.
“1994년으로 기억돼요. 인하대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일본인 학생(나까무라)이 한국 아동문학의 창시자이기도 한 방정환과 이원수를 연구했습니다. 우리는 거의 관심 밖인 아동문학을 일본 학우가 연구한다는 것이 한편으로 부끄러웠고 한편으론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 원종찬씨는 일반문학이 아닌 아동문학 연구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일반문학 연구에 매진해주기를 바라는 시선도 많았지만 그의 의지를 바꿀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아동문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문학전공자가 ‘아동문학’을 한다는 것은 약간 무시되는 경향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동과 아동문학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동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도 하고 ‘겨레아동문학연구회’를 만들어 아동문학 관련 자료를 검토하면서 우리나라 아동문학도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바로 우리만의 토양에서 꽃필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아동문학의 학문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읽어야 할 동화와 동시를 발굴·보급하기 위하여 겨레아동문학연구회를 만든 원 박사는 회원들과 함께 일제시대까지의 각종 자료를 검토하여 10권의『겨레아동문학선집』(보리)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선집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아동문학가와 작품을 발굴하는 성과도 거두었다.(수록 작품의 반수 이상이 발굴 작품)
아동과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연구자들 사이에서 인하대는 ‘아동문학의 메카’로 불린다. 현재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10명(석사5, 박사6)이 넘는다. 또한 매학기 연구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모두가 ‘겨레아동문학연구회’의 핵심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연구회의 창설자이자 리더인 원종찬 박사가 학위를 받는 논문은 ‘현덕 연구’. 현덕은 한국동란 때 월북해서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 작가이지만,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남생이>로 등단, 어린 ‘노마’의 시점을 빌린 독특한 소설로 주목받은 작가이다. 현덕은 또한 노마, 영이, 기동이, 똘똘이를 등장시켜 유년기 아동의 놀이세계를 담아낸 주옥같은 동화를 30여편 썼다. 작가는 잊혔어도 그가 창조한 주인공 ‘노마’는 동화를 읽은 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캐릭터다. 원씨의 박사학위논문은 바로 노마의 작가 현덕을 되살려낸 논문이다.
이러한 연구와 자료발굴에 따른 성과로 그는 이원수와 이오덕을 잇는 아동문학 비평계의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는 지금까지 2권의 평론집(『아동문학과 비평정신』『동화와 어린이』 창비사)과 2권의 월북 작가 시인의 아동문학 작품집(현덕 동화집 <너하고 안놀아>, 윤복진 동시집 <꽃초롱 별초롱>)을 엮어내었다. 또한, 범람하는 아동도서를 선별,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중앙일보에 ‘원종찬의 아동문학 길라잡이’ 꼭지를 한동안 연재했고 한겨레신문사에 운영하는 한겨레문화센터의 ‘아동문학작가학교’에서 10년간 강의를 해오는 등 아동문학의 연구와 보급에 힘쓰고 있다.
한편, 원씨의 이러한 활동은 아동문학 연구자뿐 아니라 점점 관심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아동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또한 아동문학 비평을 전문으로 하는 잡지(『창비어린이』창작과비평사) 창간에도 일조하게 되어 현재 편집위원으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원 박사는 앞으로 “민족분단으로 인해 소홀히 다뤄진 월북 및 실종 아동문인을 포괄하는 한국근대아동문학사를 쓰는 일에 몰두”하여 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하대학교 개요
인하대학교는 1954년 조국부강, 민족번영의 염원으로 개교하여 창의,근면,봉사의 창학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인격도야,진리탐구,사회봉사의 3대교육 이념을 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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