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문학신문, ‘숭례문 애가(哀歌)’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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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문학신문사
2008-02-12 16:43
서울--(뉴스와이어)--창조문학신문사는 숭례문의 소실에 대한 안타까움의 시와 글들이 신문사에 쏟아져 들어왔다고 밝히며 그 중 몇 작품을 게재했다. 유응교, 강봉환, 김성호, 박인과, 임경구의 시와 정연균의 칼럼 등을 ‘숭례문 애가’로 발표한 것이다.

박인과 문학평론가는 “민족적 아픔이 문학으로써 표현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즉흥적일지라도 우리의 아픔이기에 우리는 눈물과 슬픔을 씹으며 새로운 각오를 다짐해야 하며, 숭례문의 뜻과 기상을 살려 더욱 힘차게 서로 협력하며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며 게재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 그대는 그렇게 가야만 했는가
-불타버린 숭례문 / 근암 유응교


조선조 5백년!
유구한 역사와
정기가 서린 그대가
어쩌자고
무자년 정월 초닷새
국운의 융성을 기원하던
국민들의 염원 앞에
그렇게도
처절하게 사라져 가는가

조국분단의 화염 앞에서도
일제 침탈의 칼날 앞에서도
그 위용과 자태를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안했던 그대가
오늘은 어쩌자고 그토록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가

관악산의 화기가
언제나 염려된다고
화기를 누르기 위하여
숭례문 세 글자를
세로로 세워 현판을 걸었건만
끝내 뜨거운 불길에 휩싸여
그토록 그대는 우리 곁을
무정하게도 떠나야만 하는가

오!
슬프도다
숭례문이여!
슬픈 운명의 유산이여!
선조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떠나보낸
못난 후손들이여!
폐허 속에 잿더미가 된
그대 앞에 할 말이 없구나.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 밖에는



♣ 숭례문 애사 / 松花 강 봉환


오호... 한스럽다
천년이고 만년이고 이어갈 줄로
그렇게 모진 풍파에도 굳건히 지켜오더니만
이게 웬 말인가 2008년 2월10일 밤 8시50분

세상에 변고가 생기기라도 한 건가
이 민족을 하늘이 저버리려고 그러는가
어쩌면 600여년 그 자리에 굳건히 지켜왔건만
몹쓸 놈의 인간들이여, 자존심도 없는 건가

이 민족의 상징이요 세상으로 향하던 얼굴인데
이제는 어찌 할꼬, 어찌 할꼬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갈 방도는 그렇게도 없는가?
그래 새로이 만들면 뭐 할꼬 뭐 할꼬

겨레의 자존심을 세우고 개국을 숭상코자
힘차게 천년만년 나아가기만 바라던 태조임금
태조 4년에 짓기 시작한 우리 겨레의 상징
그 숱한 변란에도 아랑곳 하지 않던 혼 불이

불과 5시간여 만에 잿더미로 변할 줄
무너져 내리는 기왓장을 보며 하늘이 원망스럽다
울어서 탄식을 한들 뭣하랴
저렇게 비참히 흉물스런 몰골로 변해 버리다니

혼 불을 살리자 혼 불을 살리자
민족의 새로운 천년만년 지켜나 갈 불씨를
웅대하고 자존심 강한 이 민족으로
거듭 거듭 태어나 갈 그런 용기로
또다시 이 땅에 자존심으로 태어나는 거다



♣ 날개 찢긴 학 / 망우촌 / 김성호


서울 가면 뭘 보지
서울 가면 남산이 있고
그 밑에 남대문이 있지
이제 서울엔 남대문이 없다.
이제 서울 가면 뭘 보지
서울 가면 남산 아래
커다란 학 한 마리 날아와
둥지를 틀고 살고 있었지
많은 사람들이 그 학을 보기위해
학이 살고 있는 근처에
기차역도 만들었지
이제 기차를 타고 서울 가면
뭘 보지 뭘 보나
까만 공해와 돈과 권력에 대한
끝없는 욕심들이
하얀 그래서 너무 고운 그 학의
날개를 찢어 버렸다.
너무 까매 눈도 보이지 않는
날개 꺾여 날지도 못하는
그 새를 보러
바리바리 예쁜 옷 차려입고
서울 가려 할까?


♣ 숭례문 애가(哀歌) / 박인과


아, 아프다
뼈가 아프다, 너 숭례문아
오백년 겨레의 뼈 묻어온 너의 몰골이
이처럼 처참하던 것이었더냐

새까만 진주빛으로 빛나는
너의 슬픔의 뼈
우리들이 외면한 恨의 뼈
그 몰골이 무엇이더냐

우리의 긍지와 보람
우리의 사랑 눈부시게 갈고 닦으며
싹 틔우던 우리의 날들,
서울 한복판 그 기나긴 시간 버텨온
너의 눈물의 뼈, 고통으로 검색한다.

멀고 먼 너의 처음과 끝을,
이젠 출력되지 못할 너와 우리의 꿈을,
보듬고 새카맣게 타들어간 너의 가슴의 뼈

이제, 우리는 그리움으로 검색한다.
당당함으로 튼튼했던 너의 자존감의 뼈,
한겨레의 인내로 이룬 너의 눈물의 뼈,
우랄알타이 산맥을 호령하던 민족혼의 뼈,
맥맥히 이어온 꿈의 젖줄을
쓸쓸히 타올랐던 너의 휑한 가슴으로
한민족의 영원한 희망의 키워드로



♣ 숭례문 떨어지다 / 명인 임경구


잿더미 자존심도
불길도 꺼졌구나

오천년 창피하고
오욕만 입성했다

관심은 무었이었나
경제대국 오직 돈

--

조상의 염려조차
불태워 버렸으니

개구리 청개구리
누구를 욕을 할까

책임을 통감할 자리
책임 한 번 져보라

--

현판이 부적인가
처박힌 민심인가

모두가 윗자리에
목숨을 걸었으되

마당쇠 할 사람 없어
로또 횡재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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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숭례문을
바라만 보는 민족

들리는 비웃음에
쥐구멍 그립구나

선진국 타령하면서
졸부 천국 키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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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의 한 복판에
상징을 태웠으니

심장을 잃어버린
민심은 맥이 없다

오천년 역사와 전통
무엇으로 이을까




♣ 국보 제 1호 / 정연균
-8차선이 뻥뻥 뚫린 대로 중앙에서 솟구치는 연기를 보는 안타까움-


요즘 새로 시작한 사극 <대왕 세종>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연히 세종대왕이 주인공이겠지만 아직까지는 세자로 책봉된 양녕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붕유설에 의하면 숭례문崇禮門의 현판을 양녕이 썼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남녀노소 다 알다시피 숭례문은 우리나라 국보 제 1호다. 그 숭례문이 어젯밤 화재로 완전히 소실이 되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오로지 잘살기 위해 모든 국력을 쏟아 부으며 달려왔다. 세계간의 간격이 좁혀지고 나라 간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그것은 어찌 보면 위정자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외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덕분에 한때는 동방에 떠오르는 태양이니 아시아의 용이니 하는 찬사도 받았고 그래서 이제는 코리아를 모르는 세계인이 드물 정도로 세계 속의 한국으로 발돋움도 하였다. 이 모든 게 오로지 우국충정에 잠 못 이룬 위대한 사람들의 발자취가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다.

천년을 이어온 많은 문화유산이 한줌의 재로 사라진 낙산사 화재가 일어난 지 이제 겨우 두해가 좀 지났을 뿐이다. 그때 국민들 모두가 마치 제 몸이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아파했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그 아픔을 어제 우리는 또 한 번 맛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참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서울의 한복판, 그것도 8차선이 뻥뻥 뚫린 대로 중앙에서 솟구치는 연기를 보고도 조기진화를 하지 못했단 말인가? 도대체 그 상황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한단 말인가?

오늘도 위정자나 관료들은 어떻게 하면 국민들을 잘 살게 할까 노심초사 골머리를 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떻게든 예산 한 푼이라도 아껴서 소외된 사람들 배불리 먹이고 병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의료혜택이라도 베풀어야겠다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리 생각하고 보니 참 눈물이 다 난다. 어차피 언젠가는 다 삭아서라도 없어질 건데 문화재 몇 점 불에 타면 어떻고 또 도굴꾼의 손에 의해 몇 점 해외로 반출되면 어떠냐고, 우선에 모두가 잘 먹고 잘 살면 그만 아니냐고 말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게다가 나 같은 사람은 당장 목구멍에 풀칠이 더 급하니 그 말이 참이라면 아주 귀가 솔깃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고관대작 한명 출타라도 하시려면 적게는 몇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이 호위를 한다. 개중엔 정말 존경심으로 무료봉사를 하겠다는 사람도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은 다 생기는 게 있으니까 한다. 그리고 행차하는 양반이 공직자라면 그게 모두 다 국민들 세금에서 나가는 돈이다. 결국 숭례문을 우리나라 국보 제 1호라고 명명해 놓은 양반들은 제 몸뚱아리 하나가 국보 제 1호보다는 중요한 <국보 특 1호>라고 생각하고 있음에 분명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 많은 호위병 중 한명쯤 줄여서 나라의 보물 제 1호를 지키라는 명을 내려놓지는 못했는가 말이다.

문화재는 단지 옛것에 대한 볼거리만은 아니다. 개인이나 나라나 지난날이 중요하듯이 문화재는 역사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스승이요 정신적인 혼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가슴에 면면히 흐르는 자긍심의 근간이 바로 문화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족의 맥이며 탯줄이랄 수 있는 문화유산을 우리가 잘 보존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의 국보 1호 숭례문은 잿더미 속에 사라져 갔다. 새로 세운다 해도 이미 그 향기를 다시 맛보기는 어렵게 되고 말았다.

이참에 우리의 국보 1호의 그 빈자리를 차라리 '한국인'으로 다시 정해 보는 건 어떨까? 꼭 국보 1호라 하여 유형문화재로만 명명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대한민국 국보 1호가 될 수 있다는 그 자긍심부터 심어주는 것이, 그래서 정말 위정자들이 자신을 <국보 특 1호>로 생각하는 만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알기도 국보급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잠시 억지소리 좀 해 보았다. 終

창조문학신문사 개요
창조문학신문사는 한민족의 문화예술을 계승하여 발전시키고 역량 있는 문인들을 배출하며 시조의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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