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뉴타운 민속지 ‘보광동 사람들, 보광동’ 발간

서울--(뉴스와이어)--서울역사박물관(관장 김우림)에서는 서울특별시의 뉴타운 개발 사업으로 사라지거나 큰 변화를 겪게 될 지역을 대상으로 서울 사람의 삶을 기록한 도시민속지(都市民俗誌)를 제작하였다. 민속지는 특정의 인간 사회를 기술하는 문화인류학의 자료이다. 민속지가 현지조사와 참여관찰을 기반으로 특정 문화를 추적하는데, 이번에 도시 서울을 대상으로 한 도시민속지를 발간하게 되었다. 대개 개발이 이루어지는 곳은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한 지표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의 전통문화와 현대 생활의 여러 모습들은 기록되지 못한 채 묻히고 만다. 규모나 대상에서 유례가 드문 대규모의 역사(役事)인 서울특별시 뉴타운 사업은 서울의 전통문화와 서울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보존해야 하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다.

도시민속지 첫 사업대상 용산구 보광동의 유래

2007년 뉴타운 민속지의 대상은 용산구 보광동으로 선정하였다. 보광동은 신라 진흥왕 때 보광국사가 세운 보광사에서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알려진 곳이며, 마을공동의 전통신앙 의례인 부군당제(府君堂祭)가 두 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전통문화의 전승이 활발한 곳이다.

보광동 사람들은 조선시대에는 한강에 부려진 짐을 운반하며 생계를 꾸리며 살아왔다. 한강변의 자그마한 마을 보광동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큰 변화를 맞이하였다. 1930년대 일제의 군사용지로 수용된 현 용산구 용산동 6가 일대(현 국립중앙박물관 일대)의 둔지미마을 사람들이 보광동으로 이주하여 또 하나의 마을을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1940년대 말부터는 북한에서 내려온 주민들이 정착해 살기 시작하였고, 한국전쟁 후 상이용사주택, 전재민 주택 등이 건축되면서 또 다른 이주민들이 보광동에 자리를 잡는다. 이후 1959년에는 태풍 사라호로 집을 잃은 이촌동의 사람들이, 1960년대 이후에는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온 전국각지의 사람들이 보광동에 정착하여 토박이들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

보광동 그리고 보광동 사람들 이야기

약 9개월여에 걸쳐 면담조사와 참여관찰 등의 현장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도시민속지 「보광동 사람들, 보광동」은 제1부 조사개요를 포함해 전체 4부로 구성되었다.

제2부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축으로 보광동을 소개하였다. 마을이 도시화되는 역사적 과정, 1950년대 후반 보광동의 모습을 비롯하여 1960~70년대를 거치면서 변하는 보광동의 경관, 한적한 농촌이었던 강 건너 잠실이 아파트 숲으로 변모하는 과정 등을 보여준다.

제3부는 보광동 사람들의 생활과 풍습을 담았다. 땔감장수나 행상(行商), 미군부대의 하우스 보이, 돼지 키우기, 운반업, 미군들의 빨래 등을 생업으로 삼던 보광동 사람들은 도시화를 거치며 보광동길을 중심으로 다양한 점포를 열게 되었다.

사회조직은 다양한 모임으로 표출되고 있다. 보광동 사람들의 여러 모임들은 서로 이질적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제도적인 조직을 비롯하여 출신지역, 취미, 친목도모, 학연, 경제, 전통신앙 전승 등 다양한 목적과 차원에서 결속하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

신앙민속 부분은 보광동의 웃마을과 아랫마을에 전승되고 있는 마을공동신앙인 부군당제와 보광동 일대의 큰 무당 장남옥씨를 중심으로 하였다. 또한 1930년대 보광동에 이주한 둔지미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이전과 더불어 옮겨 세운 부군당을 1960년대 중수하고 마을제사를 전승시켜 가는 과정들을 담은 귀중한 기록 자료들을 발굴하여 소개하였다.

일생의례는 보광동 사람들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인생의 중요 대목마다 거치게 되는 의례에 관한 내용이다. 혼인에 이르게 되는 과정과 혼인식, 아기의 출산과 출산의례, 회갑과 칠순, 상례와 제례 등을 구술자료와 사진자료로 볼 수 있다.

또한, 주기적인 생활양상인 전통적인 세시풍속ㆍ여가ㆍ놀이가 어떤 양상을 가지고 있는지 기록하였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 서울 사람들의 큰 명절이었던 단오의 씨름ㆍ그네타기 등과 한강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모습을 사진과 더불어 살필 수 있다.

제4부는 보광동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인 개인 생애사를 엮어 구성하였다. 개인의 삶은 한 사람의 일생을 넘어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생생한 자료로, 보광동의 역사적·문화적 모습을 또 다른 측면에서 보여준다. 여기에서는 보광동에서 태어나고 자라 전쟁을 겪으며 현재까지 살고 있는 토박이를 비롯해 철물점, 공업사 등을 열며 보광동에 살게 된 사람 등 다양한 보광동 사람들이 들려준 평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와 더불어 보광동 토박이가 보광동에 대해 쓴 글을 소개하였다.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 대한 기록은 자신이 일생동안 살아 온 지역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잘 보여 준다.

사람들이 남긴 흔적, 서울의 문화콘텐츠가 되다

도시민속지 작업의 또 한 축은 도시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생활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활동이었다. 그 결과 다양한 분야의 사진 및 기록 자료들이 모아졌다. 사진자료 가운데 경관을 담고 있는 것들은, 보광동이 도시화 되는 과정의 공간적 변화를 볼 수 있다. 사진 자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생의례와 관련된 것들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치는 여러 의례들이 사진 속에 남아 몇 십 년 전의 생활 모습을 지금과 견주어 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개인의 앨범 속에만 묻힐 수 있는 사진 자료를 꺼내어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도시화에 의해 급속히 사라질 수 있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흔적을 되새길 수 있게 해 준다.

기록 자료 가운데는 첫눈에 반한 사람에 대한 사랑의 아픔과 결실을 거쳐 약혼과 혼인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 씌어진 편지글을 비롯하여 전통신앙의 보금자리인 둔지미 부군당의 중건과정과 부군당제의 전승과정을 상세하게 담고 있는 제향기(祭享記) 등이 있다.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남긴 이러한 흔적들은 현재의 생활 모습을 이전 시대와 비교해 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웹사이트: http://www.museum.seoul.kr

연락처

서울역사박물관 조사연구과장 사종민 02-724-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