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당당한 며느리를 위한 책, ‘고부관계의 심리학’
“나는 남편을 너무나 사랑해서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 컸어요. 그의 가족들은 내 삶을 완전히 망가뜨려 놓았습니다. 나는 남편 한 사람만을 선택했을 뿐인데, 이렇게 열 가지가 따라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이제 나는 그 열 가지를 버리기 위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애석하게도 나는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는 한 그 열 가지가 끊임없이 저를 괴롭힐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미우면 시금치도 싫다는 우스개 소리처럼, 우리나라 며느리들의 시집살이는 아직도 만만치가 않다. 박정희 숭희여자대학교수는 상담현장에서 가족 문제를 다루면서 며느리들이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사례들을 보면서 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고부관계의 심리학』(박정희 저, 학지사)를 출간하였다. 책에 인용된 사례들이 시댁에 얽힌 애환을 풀어내는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바로 빠져나온 것처럼 생생하다.
고부갈등을 벗어나, 창조적인 고부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저자의 조언을 들어보자.
우리는 결혼을 하면서 또 한 명의 어머니와 만나게 된다. 배우자의 어머니,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될 것이다. 이러한 만남은 나를 한층 더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뜻밖의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시어머니에 대한 며느리들의 불평은 다양하고 끝이 없다. 어떤 이는 시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유별난 사랑과 며느리에 대한 질투 때문에 힘들어 하고, 어떤 이는 끊임없이 바라기만 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시누이들과 차별대우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속이 뒤집히는가 하면, 고부간 생활방식의 크고 작은 차이들 때문에 도저히 서로를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경우도 많다. 이와 같이 시어머니 노릇이 당신이 겪은 시집살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는 시어머니 역할에 관한 데이터가 자신의 시어머니로부터 대물림되었기 때문이다.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하는 것인데, 모진 시집살이는 어떻게 해서 벌어지는 것일까? 왜 무조건 견뎌야만 하는 것이었을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어머니를 두었다면, 어떻게든 끝까지 이해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지 말자. 대신 내가 시어머니를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무관심하게 대할 것인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내 시어머니가 시어머니 역할에 대한 바람직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서, 당신의 무고한 며느리를 괴롭히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어머니가 어른이니까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는 논리는 과거세대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 무턱대고 순종하다 보면 며느리의 삶 자체가 침해당할 수 있다.
더구나 평소에 꾹꾹 눌러참기만 하던 며느리의 느닷없는 폭발은 시어머니를 당황하게 한다. 지금까지 별 문제없이 잘 지낸다 싶었던 것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존재를 너무 쉽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억제하지 못하고 한꺼번에 쏟아 내는 며느리의 말을 듣고 보니,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불만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순간,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오히려 며느리에게 배신감마저 느낀다. 아니 그동안 싫다, 좋다 말 한마디 없어서 요즘 애들답지 않게 며늘애가 참 착하다 싶었는데, 마음속에 나에 대한 원망을 저렇듯 높게 쌓아 두었단 말인가? 사람에 대한 신뢰는 쌓기도 힘들지만, 그것을 잃는 것 또한 순식간에 일어나는 법이다.
기존의 가족 내에 며느리나 사위가 들어옴으로써 새로운 가족 문화가 유입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로운 가족성원의 출현을 계기로 가치 없는 것, 불합리한 것, 번거로운 것, 구태의연한 것들은 가능한 한 지양하고, 보다 가치로운 것, 합리적인 것, 생산적인 것, 새로운 것들로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문화가 가정 안에서 창조적인 방식으로 통합될 때 그 가족은 훨씬 더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눈치만 보고 기존의 가족체계에 그대로 순응하려 한다면 한 맺힌 며느리의 고리타분한 인생 이야기가 재현될 뿐이다. 무조건 참지 말자. 며느리에게는 가족 환경을 새롭게 창조하고 가족 문화를 창달해 나갈 권리가 있다.
결혼이란 적당한 기대와 환상을 갖되 현실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은 승산 있는 게임이다. 결혼식은 단 한 명의 남성과 단 한 명의 여성이 이제부터 부부로 하나가 되었음을 선언하고 또 이를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한 의식이다. 하지만 결혼식 날에는 배우자가 될 한 사람과만 결혼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가 될 사람의 가족들과도 결혼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랑해서든, 운명 때문이든, 강요 때문이든, 때가 되어서든 결혼은 한 사람과만 부부관계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서 다양한 관계들이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그와 헤어질 생각이 없다면, 그로인해 맺어진 다른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시댁 식구들은 어떻다더라.’‘누구 시어머니는 어떻게 한다더라.’하는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에 신경 쓸 필요 없다. 그건 어차피 떠돌아다니는 이야기일 뿐 나와는 상관이 없거나 상황이 아주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이 시댁과 가까워지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남편의 가족들과 친해지는 일은 처음부터 수월한 것은 아니다. 싫은 좋든 자꾸 만나서 서로에 대해 탐색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안에는 서로의 생각이나 행동, 습관에서의 차이가 노출될 수 있는데, 이것이 때로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서로의 차이 때문에 즐거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없다. 그러나 갈등이 생기더라도 일단 언짢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누가 옳거나 나빠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각자의 선호 때문에 생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고로 인간관계에서 승리하려면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하는 법이다. 사람 사이에서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리더십은 여러 사람을 이끌기 위해 요구되는 특별한 기술이다.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우리가 원하는 환경을 스스로 창조하고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배우자와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며느리로서 살아남기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리더십을 제안하고 있다.
● 시어머니는 친정어머니처럼 될 수 없다.
● 남편에게 편 가르기를 강요하지 말라.
● 시어머니로부터 독립하라.
● 시어머니를 칭찬하라.
● 무조건 참지 말고 명확하게 표현하라.
●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인정하라.
●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영역을 구분하라.
● 책임은 확실하게, 그러나 한계를 정하라.
● 시댁 가족들을 협조자로 만들라.
● 나도 시어머니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
하지만 노력해도 안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나 좋은 며느리, 칭찬 받고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고 싶어 한다. 또 남편에 대한 사랑의 마음으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또 진정으로 그분을 존경하며 살아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과는 달리 어쩔 수 없이 나쁜 며느리가 되는 경우들도 많다. 이런 경우는 과감하게 좋은 며느리 역할을 포기해 버리는 게 좋다. 시어머니의 올바르지 못한 판단에 질질 끌려 다닌다면, 그 파장은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나 자신, 더 나아가서는 우리 가족, 우리 집안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쁜 며느리, 독한 며느리, 냉정한 며느리, 너무나 똑똑한 며느리. 어떤 며느리라 불러도 좋다. 그래도 끝까지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옳지 않은 것, 무리한 것, 불가능한 것, 원치 않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그것을 그냥 내버려 둔다면 며느리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다 못해 급기야는 남편과의 이혼까지도 고려해 볼지 모른다. 철없는 시어머니에 대해 며느리가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을 지키는 일임을 명심하자.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으면 지지자로서 남편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도 좋다.
이제 신세대 며느리들은 착한 며느리로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며느리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부당한 대우에도 말 한마디도 못하고 속 끓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고부끼리 성공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해 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부터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을 소중하고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만이 남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다.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 『고부관계의 심리학』의 part 1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시어머니’라는 존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이해에 초점을 맞추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관계 해법의 열쇠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part 2에서는 다양한 시어머니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하였다. 열두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시어머니와의 전형적인 갈등사례를 그려 보고, 간단한 Tip을 제시해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part 3에서는 가족 내에서 며느리의 위상을 새롭게 창조해 내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소개하였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며느리들이 그들의 시어머니와 창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고부관계의 심리학
박정희 저 | 168면 | 신국판 | 반양장 | 9,000 원 | 학지사
학지사 개요
인간 심리의 탐구와 마음의 치유를 지향하는 출판사. 1992년 창립 이래 학술서적의 전문화와 질적 향상을 추구하여 학문 발전에 기여하고, 인간의 건강한 정신과 삶의 향상을 위해 전문지식의 대중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또한 심리검사연구소, 정담미디어, 인문학자료관, 뉴논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hakj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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