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측면에서 내수와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IT산업과 비IT산업 간 양극화가 심했던 만큼 지역별로도 큰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는 우리경제 전체, 그리고 지역별로 경제적 고통의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LG경제연구원의 지역별 경제고통지수를 통해 살펴보고, 가계의 입장을 보다 중시한 지역별‘생활경제고통지수’를 통해 일반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어느 정도의 경제적 고통을 겪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기존의 경제고통지수 오히려 개선
LG경제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우리나라의 지역별 경제고통지수는 물가상승률, 실업률, 어음부도율, 산업생산증가율 4가지 지표로 작성된다. 이들 자료의 입수가 가능한 1986년부터 2004년까지 19년 동안의 자료를 시계열로 분석하면, 각 연도의 상대적인 경제고통의 정도를 비교해 볼 수 있다. 기간 중 평균수준 보다 고통 정도가 심한 해는 플러스 값(+)으로 나타나고, 반대의 경우에는 지수 값이 마이너스(-)로 나타난다. 물가, 실업률, 어음부도율은 그 값이 높을수록 산업생산증가율은 그 값이 낮을수록 경제고통지수는 높아진다.
1986년 이후 19년 동안의 자료를 이용해 산출한 2004년 우리나라 전체의 경제고통지수(Economic Misery Index)는 -1.3이었다. 이는 그 동안의 평균적인 고통수준(0)보다 낮은 것이며, 전년도의 -0.5에 비해 경제상황이 호전되었음을 뜻 한다. 이런 결과는 지난해 우리 국민들이 체감한 경제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03년 이후 2년 연속 민간소비가 감소세를 보이고, 고용사정과 물가도 전년에 비해 악화 또는 정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고통지수가 오히려 개선되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산업생산과 부도율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작년 산업생산증가율은 전년의 5.1% 보다 무려 5%p 높은 10.1%를 기록했고, 어음부도율도 0.06%로 전년보다 0.02% 낮아졌기 때문이다. 내수는 감소세를 보였지만 수출이 30% 넘게 증가하면서 산업생산증가율이 높아졌고,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개선과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등에 힘입어 어음부도율이 낮아진 것이다.
생활경제고통지수는 2년 연속 상승
이처럼 기존의 경제고통지수는 작년과 같이 내수와 수출 사이의 양극화가 심화될 경우는 체감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에 LG경제연구원에서 작성한‘생활경제고통지수’는 기존의 경제고통지수가 일반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지수다. 생활경제고통지수는 기존의 경제고통지수를 구성하는 개별 지표들과 유사하면서도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좀 더 밀접한 지표로 대체하였다. 우선 기존에 사용해 온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대신해‘장바구니 물가’로 통하는 생활물가상승률을 항목에 포함시켰다. 실업률의 경우, 주당 근무시간이 17시간 이하인 단시간 근로자를 실업자로 간주하여 기존의 공식 실업자수에 포함시킨 이른바 체감실업률로 대체되었다. 아르바이트와 같이 불완전한 고용상태를 감안하였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고용사정을 좀 더 현실적으로 설명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가계보다 기업 활동과 보다 관련성이 높은 산업생산과 어음부도율 항목은 제외하여, 생활물가상승률과 체감실업률을 단순 합산하는 방법으로 생활경제고통지수를 산출했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된 2004년 우리나라의 생활경제고통지수는 11.5(생활물가상승률 4.9%+체감실업률6.6%)였다. 2004년의 생활경제고통지수는 2003년의 10.3에 비해 1.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전년에 비해 우리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더 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생활물가는 2003년 4.1%에서 작년엔 4.9%로, 체감실업률은 6.2%에서 6.6%로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2년의 내수호황을 거친 후 경제사정이 위축되기 시작해 2003년 이후 2년 연속 경제 고통이 심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기존의 경제고통지수와 생활경제고통지수가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작년의 경우는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로 인한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로 인해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3년 연속 경제적 고통이 가장 컸던 지역은‘서울’
한편 지역별로 생활경제고통지수를 보면, 지역별로 큰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2004년 경제적 고통이 가장 컸던 지역은 서울(13.8)이었다. 그리고 광주(12.8)와 인천(12.5), 대전(12.4) 같은 대도시 지역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에 경남(8.8), 경북(9.7), 전남(9.9), 충북(10.4)등의 순으로 道지역의 생활경제고통지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생활경제고통지수가 높은 지역들은 전체 산업에서 소비와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서비스산업 비중은 75.6%(2003년 지역내총생산 기준)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인천도 62.4%로 부산에 이어 전국 3위였다. 광주와 대전은 소비비중이 생산비중보다 높은 대표적인 소비지향적인 도시라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들 지역들은 내수침체의 영향을 다른 지역보다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경제적 고통도 컸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서울은 2002년부터 3년 연속 전국에서 경제고통이 가장 큰 지역으로 나타났다. 작년 서울의 생활물가상승률은 전국에서 4번째로 높은 지역이지만, 체감실업률은 8.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2위인 인천의 7.6%보다 0.9%p나 높은 수준이다. 서울에는 대형할인매장, 농수산물 집하센타 등이 집중되어있어 광주, 제주, 대전 등보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반면 서울의 고용사정이 전국에서 가장 나쁜 이유는 취업대상 청년층이 집중되어 있는 데다 고용흡수력이 높은 소비 및 서비스산업의 침체, 제조업 생산시설의 지방이전 등이 서울의 고용사정을 악화시킨 주요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수도권집중을 억제하는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통, 물류, 주택 등의 여건이 양호한 경기, 충청권으로의 기업이전이 하나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경기도와 충남, 충북지역의 체감실업률은 전국 평균인 6.6%를 밑돌고 있다.
두 번째로 경제고통이 컸던 광주지역의 경우 생활물가상승률(전국 1위)과 체감실업률(전국 3위)이 높아 2003년에 이어 작년에도 경제적 고통을 크게 겪어 구조적인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생활경제고통지수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어음부도율의 경우 전국평균인 0.06%보다 3.3배 높은 0.2%(전국 1위)를 기록하여 광주지역의 자금사정이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어음부도율의 경우 절대수준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높고,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어음부도율이 하향안정 추세를 보인 와중에 부도율이 높아진 드문 사례(광주, 전북)라는 점에서 이들 지역의 금융기반을 강화할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경제구조 중심의 지역격차 완화정책 필요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그 동안 얼어붙었던 내수소비가 이제 저점을 지나 점차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출에 비해 고용창출효과가 큰 내수부문의 회복은 고용사정을 다소 개선시킬 여지가 있다. 또한 물가도 작년의 3.6%보다 낮은 3% 내외로 전망되고 있어 우리 국민들이 받는 경제적 고통은 작년보다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역 간 경제고통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경기회복 초기단계에서는 경기를 주도하는 산업이 포진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격차가 오히려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각 지역별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의 차이가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별로 산업, 고용, 물가, 금융기반 등 경제 전체적인 관점에서 지역 간 경제적 고통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부연구위원/배민근 연구원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송태정 부연구위원/배민근 연구원 3777-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