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유산, 고칠 수 있습니다...건양대병원 이성기 교수 새 검사법 도입
대전의 건양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이성기 교수는 미국 시카고의대 생식면역학 연구소에 유학하여 습득한 최신의 반복유산 검사기술을 건양대학교병원 생식면역학 검사실에서 환자들에게 직접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른 치료결과 지금까지 그 원인을 알지 못한 채 반복유산을 거듭하였던 세 명의 임산부에서 임신을 유지시키는 데에 성공, 그 내용을 지난 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5차 산부인과학회 특별연수강좌에서 발표하여 많은 관심을 모았다.
임신 10개월 동안 어머니가 태아를 뱃속에서 키워내는 일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지만 면역학적으로 보면 모체와 유전적으로 다른 개체인 태아를 거부반응 없이 자궁 내에서 성장시키는 것은 아직 과학자들도 확실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신비한 일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결과로는 임신 중에는 평소와 달리 면역세포의 구성과 기능에 변화가 온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혈액과 자궁에서 일부 면역기능은 약화되고, 어느 기능은 강화된다는 것이다. 임신 중에 나타나는 이 특별한 면역기전에 이상이 생기면 임신은 어려워지고 불임, 유산, 조산, 태아발육지연 또는 임신중독증 등이 나타난다.
임신 중에는 임신유지를 위해 면역체계는 태아에게 해로운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면역(Th1)은 약화되고, 태아에게 유리한 항체형성과 알레르기관련 면역(Th2)은 강화되는 특성을 보인다. 또한 자궁 내로 「자연살 세포(NK세포)」라고 불리는 면역세포가 몰려들어 태반이 자궁 내로 잘 자라 들어가서 혈액공급을 잘 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임신 전에 태아에게 불리한 면역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임신 중에 Th1면역이 많이 증가되는 경우, 또한 임신 전, 또는 임신 중에 자연살 세포가 너무 많거나 활성도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유산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시도된 시험관아기 시술에 실패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면역이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반복유산은 1) 염색체 또는 유전자의 이상 등 유전적인 요인, 2) 자궁의 구조이상(자궁의 혹 등 자궁의 구조적인 요인), 3) 황체호르몬의 이상, 갑상선호르몬의 저하, 프로락틴의 증가 등 내분비적 요인, 4) 감염, 5) 혈액응고기능의 지나친 증가에 따른 혈전성향증, 6) 면역이상 등이 원인이다. 그러나 일부 자가 항체로 진단되지 않는 면역이상이나 최근에 소개된 혈전성향증 등은 그동안 검사법이 정립되지 않아 원인불명으로 치부했었다.
이성기 교수가 건양대학교병원에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검사법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으로 첫째, 림프구의 일종인 자연살 세포가 표적세포를 살해하는 능력을 알아보는 검사법(살상력이 높을수록 임신유지에 악영향을 준다), 둘째로는 과민반응이나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Th1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Th2의 비율(만약 이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임신에 악영향을 미친다.)을 측정하는 검사이다.
이외에도 체내의 대표적인 면역세포인 T세포, B세포, 자연살 세포의 구성 비율을 측정하는 검사법이 있는데, 이 방법은 이미 국내 일부 병원에서도 활용하고 있지만 모체의 면역상태를 충분히 알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이성기 교수는 이러한 검사법 등을 통하여 세 명의 여성에게서 반복유산의 원인을 알아냈으며, 각각 적절한 치료를 시행한 결과 임신유지 또는 분만에 성공하였다고 보고하였다.
▲ 32세의 A씨는 과거에 조산으로 아기를 잃었고 그 후 두 번의 자연유산이 있었으며, 2년 전 타병원에서 반복유산에 대한 검사를 하였으나 원인불명으로 판정되었다. 이 환자에 대해서는 혈전형성 유전자검사 및 면역검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혈전형성 유전자에 부분적인 돌연변이가 발견되었고, 자연살 세포의 활성도 및 B세포의 증가가 관찰되었다. A씨에게는 엽산과 아스피린, 3주 간격의 면역글로부린 치료를 시행하였으며 현재 임신 36주로 건강하게 임신을 유지하고 있다.
▲ 34세의 B씨는 과거 세 차례 유산의 경험이 있었으며 역시 원인불명이었다. 최근 임신하여 개인의원에서 산전 진찰을 받던 중 임신 12주에 하혈이 있어서 건양대 병원으로 옮겨졌다. 유산의 원인검사를 받은 결과 일부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확인되었으며 한 종류의 항 혈전단백이 감소되어 있음을 알아내었다. B씨에게는 엽산 및 항응고제치료를 시행하였으며 후에 자궁에 선천성기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임신 26주 때 조기 진통과 조기 태반박리를 보여 응급수술을 통해 720g의 미숙아를 출산하였으며 그 후 아기는 큰 합병증 없이 잘 자라 3.0kg을 넘은 상태에서 퇴원하였다.
▲ 28세의 C씨는 세 번의 자연유산, 한 번의 분만, 그 후 다시 세 번의 자연유산을 경험하였으나 그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검사결과 혈전형성유전자 일부의 돌연변이, 자연살 세포의 증가 및 활성도의 증가, 자궁내막의 손상도 관찰되었다. 비타민과 아스피린을 복용 중에 임신이 되었으며 임신확인 후 3주간 간격으로 면역글로불린을 투여하였으며 수시로 실시한 면역검사에서 자연살 세포의 증가 및 활성도의 증가가 관찰되어 그때마다 추가로 면역글로불린을 투여하였다. 그 결과 현재 임신 23주로 과거에 유산이 되던 시기(5~7주)를 무사히 넘기고 임신을 유지하고 있다.
이성기 교수는 이러한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원인불명으로 진단되었던 반복유산의 경우도 새로운 유전자검사나 생식면역검사를 통하여 그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반복유산이 된다고 실망하지 말고 최신의 검사방법을 통해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성기 교수가 검사법을 배우고 온 시카고의대의 생식면역클리닉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출신의 곽영희 교수가 주도하고 있는데 곽 교수는 생식면역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 미국 생식면역학회 회장을 맡아 세계적인 학회로 발전시키고 있다. 곽 교수는 매년 한국에 와서 강의를 하는 한편 한국의 과학자들이 시카고의대에 유학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웹사이트: http://www.kyu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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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1일 1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