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정책실종, 군소정당 배제 여전한 시사토론프로그램

선거 관련 방송은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18대 총선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3사의 총선 관련 시사·토론 프로그램 방송량은 늘어나지 않았다. 3월 19일부터 25일까지 방송된 총선 관련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토론 프로그램 3편, 시사프로 5개 프로그램 13꼭지가 전부였다. 방송 내용에 있어서도 유권자가 투표를 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한 방송은 거의 없었다. 또한 1차 모니터 기간(3/3~3/18)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공천 갈등 상황에 주로 초점을 맞춘 반면, 나머지 정당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에는 소홀했다.

1. 시사 프로그램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상파 3사에서 총선 관련한 방송은 총 13건에 불과했다. 그 중 KBS에서 12꼭지, MBC가 1꼭지를 방송했으며, SBS에서는 여전히 단 한 건의 방송도 없었다. SBS가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언론의 기능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전체 총선 관련 프로그램이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라는 것도 문제지만, 방송된 내용들이 주요 지역의 판세를 훑는 정도이거나 정당 내의 공천 관련 갈등을 다룬 것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무엇보다 정당과 후보간 ‘정책’을 검증한 프로그램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을 도울 수 있는 ‘정보 제공자’로서의 역할 수행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흥미위주의 ‘맞수 대결’ 선거보도, 지나치게 흥미위주로 흘렀으며 군소정당후보 소외

방송 3사의 시사프로그램 총 13꼭지 중 5건이 이른바 주요 후보들 간의 ‘맞수’ 대결에 관한 것이었다. 이른바 관심 지역구 선거 유세 현장을 스케치하고 여론 조사 결과를 활용해 판세를 분석하는 내용의 방송이었다.

관심 지역구라 하더라도 경합을 벌이는 두 후보만 출마한 것은 아니다. 유력 인사들이 같은 지역구에 전략 공천된 상황이 유권자의 흥미를 끄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이 설정한 ‘맞수’라는 이름하에 묶인 후보는 매우 큰 ‘선거 홍보’ 효과를 갖게 되는 반면, 제외된 후보들은 선거보도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따라서 선거보도가 충분한 상태에서 관심 지역구 보도가 조금 더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이 워낙 선거 보도량이 적은 상태에서 관심지역구와 특정후보에만 관심을 쏟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스타를 중심으로 경연대회를 하는 ‘쇼’가 아니라 출마한 후보자를 통해 다양한 견해와 정책 제안을 접하고, 자신의 정치적 관점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군소후보도 주목하는 것은 군소후보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유권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언론 본연의 역할인 것이다.

KBS <시사투나잇>, <단박인터뷰>의 경우 총선 격전지를 찾아가는 기획이 계속 진행 중이다. 모니터 기간 중 <시사투나잇> ‘‘여성대결’ ‘미모대결’, 화제의 서울 중구’(3/19), ‘부산 남구을, ‘친박’ 바람 어디까지’(3/24), ‘노원병, ‘하버드 천재’ vs ‘진보 대변인’’(3/25) 이상 세 편을 방송했다. 특히 3월 19일 중구 편은 서울 중구에 출마한 한나라당 나경원·자유선진당 신은경 후보의 ‘미모대결’로 주목시킨 것은 유감스럽다. 이는 여성정치인에 대한 폄하이며, 언론이 중구 지역을 ‘미모대결 맞수’로 설정함으로 사실상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통합민주당 후보를 자연스럽게 배제시키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분은 후보들 간의 공약이나 정책적 차이점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선거보도를 ‘흥미’만으로 전달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KBS 「단박인터뷰」 <서울동작을 예비후보 정동영 VS 정몽준>(3/19) 편과 MBC 「시사매거진 2580」<격전지, 정동영 vs 정몽준>(3/23) 편 역시 동작을의 다른 후보는 상대적으로 배제시킨 채 정동영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격돌’만을 묘사함으로 형평성을 잃은 처사이다.

또한 정책 차이와 검증에 주력하지 않고, ‘누가 승리할 것인가’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판세분석 보도 역시 ‘후보 줄세우기’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지양해야 한다. 또한 국회의원 선거가 지역구 의원 투표만이 아니라,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정당투표도 있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이 특정후보, 특정정당에만 쏠린 흥미위주의 관심지역구 보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문제로 보인다.

공천갈등, 이전투구 … 정치적 냉소를 불러일으키는 선거 방송

18대 총선의 예상 투표율이 50%대 초반의 사상 최저로 기록될 것이 우려되고 있는데 이것은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각 정당들의 파행 사태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선거를 열흘 남짓 앞둔 시점까지도 방송들이 여전히 각 정당의 공천 파동과 관련된 꼭지들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문제다. 내용에 있어서도 ‘감정적 호소’를 자극하는 부분이 눈에 띠었다.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형님 공천’파동, 긴박했던 하루’(3/24)는 이상득 씨가 컵라면을 먹는 장면과 눈물을 흘리는 모습, 그의 지지자들이 출마를 강력히 호소하는 장면들이 불필요하게 길게 보도됐다. 공천 갈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현실이라 할지라도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 만큼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독려하고, 선택에 보다 확실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송을 기획하길 바란다.

한편 KBS <시사기획 쌈>에서는 3월 24일 ‘‘탄핵에서 BBK까지’ 17대 국회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7대 국회를 돌아보며 국회위원들의 잘잘못을 분석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18대 국회 구성을 앞 둔 시점에서 지난 국회를 되돌아봄과 동시에 17대 국회위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진 것은 의미가 크다. 이것은 18대 국회가 동일한 실수를 범하지 말고 좀 더 발전된 방향으로 나가길 바란다는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은 17대 국회위원들이 몸싸움을 하는 등 부정적인 모습들을 적나라하고 지나치게 많이 노출시킴으로써 국회에 대한 혐오감과 부정적 인식을 조장시키는 문제를 드러냈다.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냉소주의를 자극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18대 국회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보다 설득력 있고 비중 있게 다루는 세심한 주의를 주지 못한 것이 아쉽게 평가된다.

KBS <일요진단>, <시사투나잇>의 돋보이는 총선보도

KBS <일요진단>에서는 정당인이 아닌 선거 전문가 정치 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 박명호 교수, 중앙일보의 김진 논설위원 등이 출연해 각 정당의 공천 개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인지, 이것이 총선 구도와 선거 전략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등 선거 정국을 비교적 객관적인 견지에서 잘 분석했다. 토론회에서 공천에 대한 논의가 각 정당의 홍보나 상대 정당 흠집내기 식으로 진행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그보다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또한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反대운하연합’, 총선 판도 출렁’(3/19)에서는 당·청 일치를 내세우는 한나라당이 대운하를 총선 의제로 부각시키지 않고 있으면서도 청와대 쪽에서는 대운하에 대한 건설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운하 건설의 구체적인 계획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프로그램에서 최대 총선 쟁점으로 불거진 대운하 정책에 대해 한나라당의 정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은 <시사투나잇>이 유일해 더욱 의미가 컸다고 할 수 있겠다.

2. 토론 프로그램

모니터 기간 동안 이뤄진 토론 프로그램은 정규 프로그램인 방송 3사의 토론프로그램 한 건씩이 전부였다.

거대 정당 중심의 TV 토론, 배제되는 소수 당

실제 방송 3사의 토론 프로그램은 1차 모니터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공천 상황에 치중했다. MBC <100분 토론> ‘D-20 선택의 기준은?’(3/20)은 1. 안정론 VS 견제론, 2. 총선 방향 가중 변수, 3. 정책 대결이라는 세 가지 토론 주제를 제시했지만 실제 논의 된 것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공천 상황과 한반도 대운하 정책 쟁점화 여부에 관한 논쟁 외에는 없었다. 따라서 기타 정당 출연자들의 발언권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 시작 후 약 1시간 동안 거대 양당 중심으로 공천 논의가 진행되면서 특히 민주노동당 김승교 후보에게는 발언 기회가 총 6분 여 정도의 시간밖에 없었다.

SBS <시시비비>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3월 21일 ‘D-19 총선 표심은?’이라는 제목을 달고 방송되었지만, 토론이 시작되고 무려 1시간 여 동안 공천 갈등과 전략 공천에 관한 토론만이 이어졌고 마지막 주제마저 ‘친박’의원들의 이탈에 대한 한나라당 대응과 관련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불필요하게 한나라당 계파 갈등에 치중된 논의가 진행되면서,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정당별 정책 관련 논의는 전혀 이루어 지지 않았다. 또한 이런 토론 주제는 한나라당 문제를 중심으로 토론이 흐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같이 정책이 실종된 갈등 양상의 토론은 ‘D-19 총선 표심은?’이라는 주제에도 걸맞지 않은 것이었다.

한편, MBC <100분 토론>과 SBS <시시비비>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KBS <심야토론>에서는 비교적 각 정당 출연자들에게 발언 기회가 골고루 주어졌다. 시민패널의 질문 역시 모든 출연자에게 골고루 주어졌고 각 당의 구체적인 정책들을 살펴보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적어도 총선에서 각 당의 입장과 전략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토론참여 기회마저 없는 군소정당

토론 참여가 거대 정당으로 제한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모니터 기간에도 MBC<100분 토론>에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의 후보가 나오지 못했으며, KBS<심야토론>에서도 진보신당이 제외되었다. SBS <시시비비>역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후보만 출연했다. 게다가 기껏 출연한 군소정당 후보들도 매우 적은 시간만을 발언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기간을 기점으로 방송사 자체 토론프로그램 편성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특정 토론패널의 부적절한 태도, 자유선진당 전원책 대변인 토론자세 문제있다

특정 토론 패널의 부적절한 태도 또한 문제가 되었다. 특히 MBC <100분 토론>과 SBS <시시비비> 두 프로에 모두 출연했던 자유선진당 전원책 대변인은 토론에 부적절한 거친 표현을 일삼아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주었다. 또한 다른 패널들의 발언 기회 도중에 자주 끼어들었으며, 지속적으로 주제에 어긋난 발언을 하는 등 원활한 토론 진행에 방해가 됐다.

MBC <100분 토론>에서는 “멀쩡한 사람도 국회의원이 되면 건달이 된다, 밤마다 술 먹고 잘 보여야 하니까, 책 볼 시간이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모독하면서 통합 민주당이라는 당명 쓰지 말라,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등 공격적이며 자칫 정치적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또한 다른 패널들이나 사회자의 질문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다른 패널이 말하는 동안 끼어들기를 일삼고 비웃거나 소리를 지르는 태도를 보여 전반적인 토론의 수준을 격하시켰다. 전 대변인은 심지어 토론 사회자에게도 언쟁을 하려는 등 진지하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토론에 임하는 정당의 대표가 국민 앞에서 토론 패널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한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자 역시 토론회 진행을 위해 보다 명료한 역할을 해줄 것이 요구된다.

지나치게 늦은 시간대의 토론 방송, 시청자들의 관심 떨어뜨린다

각 토론프로그램들은 모두 11시 이후의 늦은 밤 시간대에 방송되었다. 특히 SBS <시시비비>는 12시 20분에 시작하여 약 2시경에 끝나는데 이것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고 시청하기에는 너무나 늦은 시간이었다. 토론프로그램을 편성만 해 놓았을 뿐 그것이 너무 늦은 시간대에 방영돼 유권자들이 제대로 시청하기가 어렵다면 그것은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는다. 선거방송에서 특히 토론 프로그램들은 유권자들에게 정당과 후보 선택의 주요한 준거를 마련시킨다. SBS에서는 총선까지 남은 기간에라도 토론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시간대를 현실성 있게 앞당겨서 더 많은 유권자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2차 시사·토론프로그램 모니터 결과, 방송 3사의 총선 관련 시사프로그램은 지나치게 유력 정당, 유력 후보 중심이었으며 단순히 그들 중 누가 이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유권자들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토론프로그램들 역시 획일적인 주제와 거대정당 중심의 토론 형식이 두드러졌다.

시사프로그램은 주요 정당 공천, ‘유력 후보의 대결’ 등의 획일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당 후보자들의 구체적인 정책을 소개하고 적극적으로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공론장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토론프로그램도 주제를 다양화하고 참여 정당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제 선정에 있어 거대 정당 중심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사회자들은 각 정당 대표들이 발언 기회를 골고루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수준의 방송 횟수는 유권자들이 각 정당의 다양한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는 선거기간동안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방송횟수를 늘리기를 요구한다.

선거의 주체는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아니라 유권자이다. 방송 3사가 ‘누가 이길 것인가’에 대한 ‘판세 쫓기’ 방송에서 벗어나 ‘어떤 정책과 인물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실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를 기대한다.

모니터 대상:KBS, MBC, SBS 총선관련 시사·토론 프로그램
모니터 기간: 2008년 3월 19일 ~ 3월 25일

웹사이트: http://www.ccd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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