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관련 신문 ‘지역주의 보도’에 대한 ‘2008총선미디어연대’ 모니터보고서
이번 18대 총선은 유례없이 늦은 공천과정 등의 이유때문인지 정당들이 유난히 정책경쟁이나 공약 보다는 유권자들을 쉽게 자극할 수 있는 지역감정에 기대고 있다.
선거 시기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던 영·호남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지역감정 부추기기는 물론이고, ‘충청지역’을 지역기반으로 하려는 ‘자유선진당’과 ‘공천갈등’으로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간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등까지 소지역주의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지지층이 겹치는 지역의 정당과 정치인들은 ‘TK 핍박론’, ‘호남적자론’, ‘곁불론’ 등을 들고 나와 원초적인 지역감정에 불을 붙여보려 노력하고 있다.
언론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후보들의 발언을 비판하고 자제시켜야 하지만 오히려 여과 없이 받아 기사화거나 부각시키곤 해서 지난 선거 때마다 선거보도감시활동의 단골 비판소재가 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대선 때는 심대평 대선 후보의 지역주의 조장 발언을 조·중·동이 문제 삼을 정도로 우리 언론의 지역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은 조금씩 발전해왔으며, 국민의 지역감정 역시 많이 둔화되어가고 있다고 평가되었다. 그런데 이번 2008년 총선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이 갑자기 오히려 심화되면서 선거문화가 오히려 퇴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거듭 강조하건데 언론의 소임은 단순한 총선 중계자가 아니라 지역주의 극복을 포함한 바람직한 선거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신문의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용어와 표현은 반드시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1. 무비판적인 지역주의 용어 사용
6개 언론은 총선관련 보도에서 각 정당의 지지기반 지역을 ‘텃밭’, ‘아성’, ‘근거지’ 등의 단어로 표현하며, 지역주의를 조장했다. 특히 ‘텃밭’을 언급한 빈도 수는 전체 92건으로 가장 높았다. ‘텃밭’이 언급된 기사 건수는 서울신문(31건), 조선일보(20건), 한겨레(18건)이나 됐다. 다음 표는 언론이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지를 보여준다.
2. 제목 및 편집에서의 지역 간 대결구도
신문편집을 통한 영호남 대결구도 강조
지역 간 대결구도를 부각시키는 가장 흔한 편집은 지면을 반으로 나누어 ‘한나라당=영남, 통합민주당=호남’으로 표현하는 도식이다. 이 도식은 마치 지도상에서 영남과 호남을 동서로 가른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유권자는 이 양분된 편집을 지역 간 대결구도로 볼 가능성이 높다. 중앙일보를 제외한 5개신문은 이 도식으로 연결해 보도했다. 또한 대부분의 언론에서 지역주의를 부각시키는 제목을 내세웠다.
동아일보는 전형적인 ‘한나라=영남, 민주=호남’이라는 도식으로 지면을 양분했다.
동아는 3월25일자 4면<‘한나라-민주당 공천자 살펴보니’>라는 기획기사를 마련하여 총선후보자들의 연령·학력·주요경력·출신학교 등 다양한 통계를 분석했다. 하지만 제목달기로 <한나라당-출신지 경북 서울 경남순>, <민주당-40대40%···호남 출신 최다>를 선택하고 지면을 양분해 다양한 통계자료 중 유독 출신 지역을 부각시켰다. 한편 같은 날 3면 지면을 양분한 <(한나라)-호남 출신 5명 2번이내 배정>, <<민주당)-옛 민주계 4명-영남 5명 “안배”>에서 용어 선택의 차이를 통해 독자들이 비슷한 사안을 다르게 인식하도록 유도하였다. 즉, 한나라당은 ‘배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민주당은 ‘안배’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민주당만이 전략적으로 지역을 고려하여 공천을 했다는 인상을 줬다.
조선일보는 3월29일자 4면에 <민주당 “전북이 이상해”>, <한나라 “충북이 이상해”>를 위아래로 나란히 배치해서 지역주의를 도식화하는 편집을 했다. 또한 3월5일자 8면<이회창, 충남 홍성·예산 출마한다>의 소제목 <선진당, 충청에 ‘올인’ 한나라 총선전략 비상>, 3월10일자 1면<커지는 공천 갈등 총선 D-30>의 소제목 <한나라 영남 첨예한 대립, 민주당은 호남이 ‘화약고’>에서 제목달기로 지역주의를 조장하였다.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지역주의를 도식화해서 편집했다. 한겨레는 3월10일자 4면을 양분하여 보도한 <민주당 호남 술렁술렁>, <한나라 영남 시끌시끌>에서 ‘민주당=호남’, ‘한나라=영남’ 지역구도를 도식화 했으며, 3월28일자 8면<정-정 ’빅매치‘ 우세 첫날>을 양분하여 <목욕탕 역 표밭 훑어라>, <호남표 결집을 막아라>를 실어 ‘호남 대 비호남’ 후보 간의 경쟁을 강조했다. 그리고 3월14일 5면<호남 현역만 벌써 8명째, 민주 ‘텃밭 물갈이’ 몸살>, 3월 24일자 5면<영남 '친박‘ 무소속 돌풍 ···>에서는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제목달기를 했다.
경향신문은 3월21자 5면 지면을 상하로 양분해서 실은 <호남 흔드는 ‘DJ 두 분신’>과 <영남 ‘친박태풍’ 경보 발령>에서 ‘호남=DJ', '영남=박근혜’라는 지역주의 구도를 조장했다. 또한 경향은 3월13일자 <‘영남 밀약설’터지자 참던 박도 터졌다>, 4월2일자 12면<한나라 영남권 박풍 막아라>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제목달기를 했다.
더군다나 서울신문은 심지어 그래프 편집까지 하면서 지역간 대결구도를 조장했다.
서울신문은 3월 31일자 3면<총선 D-9(권역별 판세 분석)/ 수도권서 승부갈린다>에서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여 그래프로 표현했다. 그래프에는 호남, 영남, 충청권 등 지역이 구분되어 있고 각 지역을 기반으로 가진 통합민주당, 한나라당, 자유선진당의 상징색이 호남, 영남, 충청권 지역에 칠해져있다. 따라서 마치 독자는 통합민주당, 한나라당, 자유선진당이 해당 지역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느낄 위험이 크다. 또한 서울신문은 3월28일자 4면<“충청기반 미래세력 될 것”-바람몰이>, 3월29일자 4면<각 당 지도부 행보>의 소제목 <텃밭 대구 ‘다독이기’>, 3월31일 4면<자유선진당-昌 “與찍으면 충청은 곁불만 쬘것”>에서 제목달기로 지역주의를 부각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편집에서 지역주의를 도식화한 보도는 없었지만 3월5일자 5면<뚜껑 열린 ‘영남 화약고’>, 3월7일자 4면<민주당‘호남현역’ 절반이 날아갈수도>, 3월8일자 5면<‘찬박 핵심 또 다칠까’ 긴장하는 영남>에서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제목달기를 했다.
3.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정치인 및 시민들의 발언을 여과 없이 보도한 행태
3월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TK 핍박론’과 충청도 ‘곁불론’이 불거졌다. 모니터 대상인 6개 신문 모두는 이들 정치인의 발언을 여과 없이 인용 보도했다. 정치인의 지역감정 조장 발언은 언론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되었다. 게다가 일부 언론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지역주민의 목소리가 마치 대표성을 가진 것처럼 부각해서 지면에 실기도 했다.
신문들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담는데 지면을 많이 할애했다.
조선일보는 3월29일자 5면<“인물은 홍사덕 아이가” ··· "그래도 한나라 이종현“>에서 지역주민의 발언 “인물은 홍사덕이 아이가?”, “그래도 당은 한나라당인데”를 사투리까지 여과 없이 실으며 지역을 더욱 강조했다. 또한 조선은 같은 날 5면 <“공천후유증?”>과 6면<한나라 對 무소속 경륜>에서 각각 “여기는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나도 국회의원 되는 뎁니다.”, “안동 바닥에선 한나라당 공천받는 게 제일이다”라는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받아 적어 적극적으로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역할을 했다.
중앙일보는 3월29일자 4면<한나라당 몰표 지역서 전·현 대통령 측근 결투>에서 지역주민의 발언 “뭔 기준? 한나라지”, “이제 한나라당 대통령을 뽑았으니 한나라에 힘을 실어줘야지. 안그래? 그래야 대구 경제가 살 것 아닌가”를 지면에 여과 없이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정치인의 발언을 여과 없이 실었다. 동아는 3월27일 5면 <경북 구미 ‘피살 사건’ 촉각 ··· 전북 군산 ‘강(강봉균) vs 강(강현욱)’ 충돌>에서 한화갑 후보의 발언 “전라도인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광주시민들의 심판을 받기로 했다”를 그대로 보도했으며, 3월29일자 5면<철원 박빙경쟁에 ‘북풍 변수’>에서 자유선진당의 류근찬 후보의 발언 “이명박 정부도 충청도를 홀대하고 있다”는 지역감정 선동을 여과 없이 지면에 보도했다.
한겨레는 3월28일자 8면<호남표 결집을 막아라>에서 지역주민 발언 “전라도 사람이 많아 야당만 의원이 되는 바람에 위치도 좋은데 유독 발전이 안 됐다.”를 여과 없이 실었고, 이어 3월 31일 8면 <전남 간 이희호씨 “DJ 마음은 ···”>에서 지원유세 중 이희호씨의 발언 “김 전 대통령은 한 밤중에도 전화를 걸어 박 후보를 격려하신다”를 그대로 보도해 해당 지역에서 공고한 지역적 영향력 지닌 김 전 대통령을 부각시키고 동시에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경향신문은 3월 29일 5면<[총선 D-11 냉랭한 표밭] 충청 곁불, TK 핍박론 ··· 자극하는 ‘지역주의’>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 “누가 뭐라고 해도 이명박 정권의 최대 주주는 대구시민, 경북도민이다”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발언 “어느 한곳에서 곁불을 쬐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한 가운데에 서는 충청인이 되기 위해서는 한몸이 되어 똘똘 뭉치자”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받아적었다. 강대표와 이총재의 인용기사는 6개 신문 모두에서 발견된다.
서울신문은 3월19일자 4면<“MJ는 5선 관록··· 지역발전적임” “DY엔 호남세·국정경험이 큰 힘”>에서 지역주민이 말한 “영남에 뿌리를 둔 정 최고위원보다는 호남에 뿌리를 둔 정 전 장관이 지역에 더 애착을 가질 것 같다”라는 지역주의 발언을 여과없이 실었고, 이어 3월28일 5면<金心 과 黨心 사이 ‘오락가락’>에서 “DJ생각허면 마음이 짠허제. 대북송금 문제로 억울하게 고생한 박 후보를 뽑아야 하지 않겄나”라는 주민발언을 그대로 실었다. 또한 3월29일 3면<“與후보 돼야 발전” “親朴의리 지킬것”>에서 부산 서구지역 주민의 발언 “서구가 거지가 됐는데 무조건 한나라당 밀어서 잘돼야 한다”, “부산은 한번 찍어준 사람을 죽 밀어주는 경향이 있다”를 그대로 옮겨 지역주의를 조장했다.
4. 지역주의에 기생하는 정치문화 비판하고 극복하자고 강조하는 신문도 있어
대부분의 신문이 지역주의를 용인하고, 무비판적으로 지역주의 용어를 사용했지만, 동시에 지역주의 극복을 역설한 신문도 있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를 제외한 4개 신문은 지역주의 문제를 인식하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에 대해 가차없는 비판을 가했다.
한겨레는 3월31일 사설<다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사람들>에서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선거에서 지역 문제를 활용하려는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며 지역주의에 기대어 유세 중인 정치인들에게 일침을 가했고, 이어 4월2일 사설<낡은 풍토 추방, 정당 지도부가 앞장서야>에서 “오히려 정당 지도부가 앞장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며 “아무리 한 자리 더 얻는 게 급하다고 해도 여당 대표가 망국병인 지역주의를 부추겨서야 되겠는가.”라며 한나라당 강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총재의 지역감정 발언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앞에서 언급했던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민심탐방과 달리, 지역주의 부활을 경계하는 의미있는 민심탐방 기획 보도를 했다. 경향은 3월31일자 10면<[총선 D-9 전문가 현장진단](2)지역주의 부활>에서 “‘3김의 힘’은 미미할 정도로 퇴조했지만 지역주의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고 진단하며 대구·광주·충청권에서 재현되고 있는 지역주의 선거현장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고민을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3월29일 1면<黨 지도부 지역감정 불붙이기>에서 각 당 지도부의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발언”에 대해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가 선거판을 또다시 혼탁하게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4월1일자 사설<박근혜 마케팅, 지역감정 춤추는 총선>에서 “지금이 어느 때인데 지역감정에 편승한 선거운동인가. 3김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지역주의의 망령이란 말인가”라며 각 정당 지도부와 호남 지원유세를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여사를 싸잡아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3월31일자 사설 <시대를 거꾸로 간 “TK 대주주”발언>에서 지난 28일 대구 유세 도중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낸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비판했다. 그러나 지역감정 조장을 지적하기 보다는 “강대표가 일으킨 논란으로 한나라당이 대구 경북에서 의석 한두 개를 더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른 지역에서 잃는게 더 많을 것”이라고 전략적 판단을 해주며 우려했을 뿐이다. 사설은 강대표에게 “度를 지나쳐도 많이 지나쳤다.”라며 이 논란으로 “다른 지역에서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2008총선은 지역주의의 산물이었던 ‘3김 정치’가 종식되었다고 평가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예외 없이 지역주의 조장 보도가 나타났다. 많은 언론들이 지역을 찾은 후보의 동정을 다루면서 해당 지역과 관련한 정책중심의 보도는 외면한 채,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후보의 발언을 무분별하게 인용하거나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편집으로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그동안 언론은 지역주의 용어 사용에 무감각했고, 편집과 인용보도에 있어서도 비판과 감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역주의를 당연시 여기고,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채질 하는 언론도 있었다. 다만, 일부 언론이 지역주의 극복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앞으로 선거보도에 있어서 언론은 기존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패러다임을 반복하는 것을 지양하고, 지역주의에 기대어 득표활동을 하는 정치인을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며, 선거 이슈가 정책과 공약에 맞춰질 수 있도록 의제 설정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이다.
모니터 대상: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서울신문
모니터 기간: 2008년 3월 3일 ~ 4월 2일
웹사이트: http://www.ccd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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