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산업의 구조조정
인구고령화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령화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함께 세대구성에도 큰 변화를 미친다. 2000년에는 가구주 연령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인세대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2020년에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의 가구주 연령이 40대 후반에서 50대로 바뀐다. 불과 20년 만에 무려 10~15세가 많아지는 것이다. 세대별로 소비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세대구성의 변화만으로도 중장기적으로 산업규모 등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2000년에 조사한 각 세대의 소비성향이 향후에도 변하지 않고,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소비) 증가 효과도 없다고 가정해 8가지 가계소비지출 항목별(통계청 조사발표)로 절대액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2020년까지 항목별 지출액의 누적 증가율은 보건의료비가 눈에 띠게 늘어났을 뿐 식료품비, 피복신발비, 교통·통신비 등은 모두10~20%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20년 동안의 연평균 증가율은 보건의료비와 주거·광열비 항목만 각각 1.49%, 1.09%로 나타났을 뿐 나머지 지출항목은 연평균 1% 미만의 저조한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교육비 지출은 2010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20년까지 연평균 0.07%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가 우리나라보다 심각하게 진행된 일본의 경우 2025년에 이르면 주거, 광열·수도, 보건의료, 교통·통신 분야를 제외한 모든 지출항목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구조의 극적인 변화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는 일본만큼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지는 않기 때문에 교육지출을 제외하면 일본보다 감소세가 두드러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베이비붐 에코세대(1979~86년생) 이후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20년 이후에는 고령화에 따른 소비지출의 변화가 더욱 극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일본의 경우 고령화에 따른 특정 산업에 대한 수요 감소가 구체적인 사업 분야의 매출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편의점, 악기, 대학, 제과, 혼수 및 아동용품 등이 고령화로 인해 일본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 분야이다. 고령화 초입단계에 들어선 우리나라도 조만간 비슷한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에서도 아동도서와 유아 및 아동복 매출이 줄어들고 유치원 수가 감소하는 등 교육 분야에서 고령화의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대학입학 적령기인 국내 18세 인구는 2011년 69만 3천명 수준을 정점으로 이후 급감하기 시작해 2020년에는 50만 명 미만으로 줄어들게 된다. 대학교 대상 학령인구(18∼21세)는 이미 감소세로 접어들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국내 358개인 대학 수의 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미 현재 710개 수준인 대학 수를 10년 내에 500개로 줄이는 개혁 작업을 준비 중이다.
고령시대의 최대 소비주체
이처럼 인구의 고령화는 기존 산업군에 불가피하게 차별적인 영향을 미쳐 중장기적으로 업종별 명암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령화에 따라 커가는 50대 이상 시니어마켓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기반을 다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50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7%에 불과하지만 한 해 2조 달러의 수입을 바탕으로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50대 이상의 경제력, 생체적인 능력이 향상되면서 이들이 시장의 주력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50대 초반 세대의 가계수입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50대 후반 이후엔 상대적으로 자녀부양 의무 등에서 해방되는 경우가 많아 재량적인 소비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평균소비성향이 자녀교육비 지출과 주택대출금 상환 등의 부담이 큰 50대까지는 줄어들지만 60대 이상에서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패턴을 보인다. 더구나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점차 근로시장에서 퇴장할 시기를 맞고 있어 50대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결국 이들 중고령 이상 세대는 고령시대의 가장 큰 소비주체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2008년부터 시니어마켓 본격 성장
일본 등지에서는 이에 따라 과거 고령자 세대에만 특화시켰던 실버(silver) 산업이란 개념 대신 50세 이상 중고령자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시니어(senior) 마켓 개념을 등장시켜 고령자의 ‘고령’, ‘실버’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는 한편 관련 산업의 획기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에 노인요양제가 도입될 예정이고 2008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10%를 넘어서는 동시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이 유력해진다. 따라서 고령자 비중이 10%에 달한 1985년을 전후로 시니어 비즈니스가 대두된 일본과 비슷하게 우리나라의 시니어마켓도 2008년에는 도입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고, 국민연금 지급도 대대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하는 2010년부터는 시니어마켓이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50대 이상 시니어마켓 2010년 100조원 규모
시니어세대의 소비여력이 점차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할 때 2010년대에는 수십조 원대의 시장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대부분의 시니어마켓이 태동기를 맞고 있고, 시니어세대의 소비다양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시장규모 추계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0년이 되면 50대 이상 시니어세대 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소비성향이 크게 낮아지지 않는 한 전체 소비규모는 최소한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대통령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는 2002년 현재 고령친화산업(65세 이상 고령자 대상)의 시장규모(매출액 기준)를 약 6조 3,820억 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물론 고령사회의 도래가 반드시 기회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시니어세대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시니어마켓은 위축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시니어세대의 구매의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연령증가에 따른 생체능력의 변화와 △라이프 사이클 변화△기호의 변화 등 3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중에서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는 자녀의 대학졸업이나 결혼 등에 따른 세대 전체의 가처분소득 변화, 혼수비용 지출, 주택공간의 재조정 수요 등을 의미하며, 이러한 변화는 시니어세대의 소비지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직장에서의 퇴직은 가처분소득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따라서 1차(1955∼63년생), 2차(1968∼76년생) 베이비붐 세대가 직장 내에서 본격적으로 구조조정 압력을 받게 되는 50대 진입시기인 2005년, 2018년을 전후해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가 클 것임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이에 따른 기업의 대비가 필요하다.
시니어마켓 공략 포인트
이와 같이 고령시대의 저성장 기조에 대비해 새롭게 떠오르는 시니어마켓에 기업들은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시니어세대는 풍부한 인생경험과 사고력을 갖추고 있어 충동구매 등 쏠림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극도의 다양성을 보이기 때문에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 일본 전후(1947∼49년)에 집중적으로 태어난 단카이(團塊) 세대는 많은 동년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행태가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시니어세대도 이와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산업구조의 고도화로 소비기회가 다양해지고, 정보화의 진전으로 시니어세대의 소비정보 접근성이 크게 제고된 점도 시니어마켓의 다양성에 한몫하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마케팅, 대량유통의 개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극단적으로 다양한 시장이 바로 시니어마켓인 것이다. 따라서 세대와 연령을 뛰어넘는 제품과 서비스의 컨셉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시니어세대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생체나이보다 훨씬 젊은 취향과 개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생체나이에 걸 맞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마케팅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의 광고대행사인 덴쓰(電通)가 2000년 도쿄 인근의 50대 이상 시니어세대를 대상으로‘체감하는 나이가 실제 나이와 얼마나 차이가 있나’를 조사한 결과 68%가“실제 나이보다 자신이 젊다”고 답변했다.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Shiseido)도 2000년 60대 여성들에게 비슷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생체나이가 실제보다 평균9살 더 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이도는 이에 앞서 1997년‘아름다운 50대가 늘어나면 일본은 변한다’는 광고카피를 통해 시니어용 신제품을 판매했으나‘50대’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느낀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매출확대를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고령화를 기업성장의 기회로
또한 다른 세대에 비해 편의성을 강조하는 시니어세대의 선호에 맞춰 별 어려움 없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 디자인 단계에서‘누구나 쓰기 쉬운’유니버설 디자인(UD)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시니어세대가 쉽게 타고내릴 수 있도록 차문 설계를 바꾼 도요타자동차의‘라움(Raum)’이 대표적인 예이다. 고령시대의 도래와 함께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퇴출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시니어마켓을 공략함으로서 고령화가 가져다주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사례 1) 여성전용 Fitness Center인 Curves의 시니어마켓 공략
전세계 8,000여 개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피
트니스 업체. 여성전용이기 때문에 비만한 중고령 여성고객들이 남
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고령일수록 복
잡한 운동기구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을 감안, 중고령 여성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퀵핏(Quick Fit)이라는 독자설비를 개발해 30분 이
내에 운동을 마치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체중조절에
어려움을 느끼는 회원들과 함께 운동한다는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
하기 위해 운동기구를 일렬이 아닌 방사형으로 배치했다.
사례 2) 미 시카고 북서부의 시니어 식당 Mather Cafe´ Plus
일반적인 시니어 식당과 달리 노인복지라는 개념을 적용하지
않고 시니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
다. 저가격대의 건강식, 현대적 실내 분위기, 식당 옆 정보공간을
확보하고 다양한 정보, 레크레이션 강좌를 메뉴에 포함시켜 시니
어 고객의 단골식당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고객의 70%가
1개월에 10회 이상 방문하고 시니어 고객의 가족이 동반 방문하
는 경우가 많아 매출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3월 2일자 발간예정인 주간경제의 주요기사 중 일부이며 LG경제연구원 박래정 연구위원·양희승 연구원이 작성한 것입니다.홈페이지(http://www.lgeri.com)에 전문이 제공될 예정입니다.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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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정 연구위원 / 양희승 연구원 3777-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