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의원, 한국투자공사법 반대토론문

서울--(뉴스와이어)--존경하는 국회의장님, 그리고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민주노동당 심상정의원입니다.

저는 한국투자공사법에 대해 반대 토론을 하고자 합니다.

저는 그 동안 정부가 제출한 주요법안들이 충분한 토론과 이해당사자들의 조정이 배제된 채 졸속으로 진행되어 온 점에 대하여 지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국투자공사법안의 경우는 공청회와 소위원회의 심도 깊은 토론 등을 통해 법안 심의가 비교적 진지하고 성실하게 이루어져 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또 정부가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공사 설립과 관련하여 제기되어 왔던 지배구조, 연기금투자, 공사 사채발행 등 주요 쟁점들에 대해 일정하게 내용을 개선한 점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저는 일부 한국투자공사법의 문제점이 개선되었다 할지라도, 한국투자공사 설립은 애당초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 법안에 반대합니다.

정부는 한국투자공사를 설립해서, 남아도는 외환보유고 여유금과 이후 연기금까지 동원해서 국제투기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고 또 외국 자산운용사를 끌어들여 금융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단히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는 정부가 지금 외환보유고 여유자금을 운용해서 고수익을 올릴 궁리를 할 계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얼마 전 환율쇼크에서 확인하였듯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현재 국제투기세력이 노다지를 캐는 안마당이 되어 있습니다.

사태를 여기까지 오도록 만든, 지난 시기 외환정책의 총체적 오류에 대해서 정부는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해야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급선무라는 점을 진심으로 충고 드리는 바 입니다.

우선 한국투자공사 설립 목적의 문제점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외환보유고 적정수준의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인데 비해 외환보유고는 세계 4위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외환보유고 세계4위를 자랑인 듯 말합니다만 결코 자랑할 일이 못됩니다.

외환보유고 과다보유가 우리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여 수출을 잘하여 벌어들인 돈이 대부분이라면 자랑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그 보다는 과도한 환율방어를 위해 사들인 달러와 외국자본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지분매각 대금으로 들어온 달러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시 말하면 정부의 외환정책 실패의 결과로 외환을 과다 보유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달러 하락에서 드러나듯이 외환보유에 따른 관리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에 이릅니다. 외환보유고 세계 4위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달러 하락세로 인한 손실규모가 세계 4위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외환보유고 여유분 운용방안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적정보유고 수준을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외환보유고에 여유가 있다면 그것을 위험이 높은 자산시장에서 운용할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외환보유고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둘째,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것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산운용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그만큼 높은 리스크를 감당해야하는 것은 금융교과서의 기본입니다. 외국에서 단기로 자금을 빌려다가 장기로 투자하는 바람에 국가적 위험에 처하게 되었던 지난 외환위기의 아픈 경험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비록 제한된 범위라고 주장하지만 한국투자공사를 통해 외화자산을 운용하게 되면 우리경제를 다시 한 번 금융 위기상황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수익률을 좀 높이자고 우리나라 전체를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어도 좋단 말입니까?

셋째, 외국 자산운용사를 끌어들여 금융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발상에 관한 것입니다. ‘도대체 정부가 무슨 재주로 국제 금융투기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냐’고 제가 물으니, 정부가 답하기를 ‘우리가 능력이 안 되니 유력한 외국자산운용사를 끌어들여 운용을 맡기겠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발상입니다. 저는 국가가 직접 나서서 외국투기기관에 보유 외화자산 운용을 맡긴 나라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자산운용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한국투자공사의 성패를 떠나 국가 위신에 관한 문제입니다.

또한 한국투자공사를 통해 국제금융시장의 고급정보를 얻겠다는 것도 일면적입니다. 역으로 우리나라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고급정보를 외국자본에 노출시켜 경영권 위협 등의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기업의 내부 정보가 외국자본에 유출될 경우 어떤 결과가 발생할 것인가는 현재도 진행 중인 진로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투자공사는 정부가 선한 의도로 추진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외국자본의 도우미 역할 또는 외국자본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기구로 전락할 것이 불 보듯 하며 국부유출의 통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투자공사의 배경이 되는 경제철학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한국투자공사설립은 ‘제조업·수출산업 한계론’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기존 제조업·수출산업 위주의 산업구조로는 21세기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비스업, 그 가운데서도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인 금융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부의 이와 같은 제조업·수출산업 한계론은, 한국경제가 ‘비용의 중국’과 ‘효율의 일본’의 협공상태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넛크랙커(Nutcracker)론’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말로는 ‘핵심 부품산업 육성’이나 ‘산업클러스터’ 발전을 얘기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이처럼 ‘제조업 가지고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인식이 한국경제의 양극화 심화, 그 가운데서도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의 중심이 되어야 할 고부가가치 부품소재 중소기업 육성을 소홀히 하게 된 철학적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한국투자공사가 가지는 이런 문제점들을 잘 헤아려 주셔서 이 법안이 부결될 수 있도록 여러 의원님들께서 힘을 모아주시기를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웹사이트: http://www.minsim.or.kr

연락처

심상정의원실 02-784-623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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