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논평, “삼성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무력한 금감위 ”
그러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감위의 이와 같은 태도는 금융감독기구의 검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안의 중대성에 비하면 사실상 삼성생명을 감싸는 지극히 미온적 태도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미온적 태도와 계속되는 삼성 그룹 봐주기가 삼성의 법위반을 부추기며, 나아가 금융감독기구의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하게 만든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생명의 검사 방해는 정보전략팀이 현업 부서와 업무협의를 거쳐 내부문서를 6만여건이나 삭제하는 등 고의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자에 대한 징계나 검찰 고발 등의 조치 없이, 단순 과태료 부과와 실무자 경징계에 그친 것은 사실상 삼성 봐주기나 다름없다. 만약 다른 그룹이 이러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지 지극히 의문이다.
물론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내린 제재가 현행 보험업법에 규정된 가장 무거운 조치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발표된 사건 경위나 징계된 임원의 범위와 수준 등을 고려하다면, 금감원은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보다 이를 대충 봉합하여 무마하는데 급급한 것이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금감원은 철저한 추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 삼성생명의 최고경영책임자 등 다른 임원 등에 대해서도 징계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아직까지 복구되지 못한 4만여건에 대해 법규 위반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자료 복구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것은 삼성생명의 계열사인 삼성 SDI에게 맡겨서는 안되며 금감원 스스로가 해야 할 것이다.
삼성그룹이 국가 감독기관의 조사를 방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삼성은 지난 2001년 공정위가 삼성그룹의 이재용씨의 인터넷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행위를 조사할 당시 관련 서류를 조작하고 거짓 진술을 교육한 바 있다. 또 2000년에는 삼성카드의 직원들이 공정위의 조사를 물리적으로 제지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 98년에는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이 삼성자동차 구매를 강요당한 사실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에 대해 삼성자동차는 관련 자료를 빼돌린 바 있다. 이러한 전례를 비추어 볼 때 삼성생명의 검사 방해 역시 주도면밀하게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삼성의 오만한 태도가 되풀이 되는 데에는 금감위 등 감독기구의 책임이 크다. 국가기관이 삼성그룹의 공권력에 대한 도전에 대해 사과나 과태료 부과 등 번번이 미온적 대처로 일관하는 대신 형사고발이나 최고 책임자에 대한 중징계를 내렸다면 사정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제 삼성그룹은 실정법을 위반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법이 자신의 구미에 당기지 않으면 법질서 자체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하기 위해 법질서 자체를 왜곡하려 들고 있다. 최근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과 삼성카드의 금산법 위반 문제 등 최근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 삼성그룹이 취하는 태도가 대표적인 예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금감위는 이러한 공권력 무력 행위에 엄정한 대처와 제재 대신, 자의적으로 법집행을 유보하고 오히려 삼성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여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집행기관이 이처럼 ‘감독’ 업무를 포기한 상황에서 피감기관이 법을 준수할 유인은 없다.
참여연대는 금감위가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재조사하여 삼성생명 관계자에 대해 검찰 고발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고의적인 조사방해 시도에 대해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현행 보험업법을 제재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조속히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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