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오일쇼크 가능성 진단과 대응 방안
1. 개요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국제 유가 급등의 근본 원인은 ‘만성적 수급 불균형’에 있다는 점이다. BP(British Petroleum)社에 따르면, 2007년 연간 세계 원유 소비는 전년도에 비해 일평균 약 99만 배럴이 증가하였는데, 선진국은 원유 소비가 53.5만 배럴이 감소하였다. (증가분 99만 배럴을 100으로 보았을 때 국별 기여율로는 미국 1.0%, EU -37.6%, 일본 -17.5%) 반면 주요 중후진국의 경우 129.2만 배럴이 증가하였다. (국별 기여율로는 중국 36.7%, 중남미 27.1%, 중동 25.7%, 인도 17.0% 등)
한편 공급 측면에서는 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75.5%를 차지하고 있는 OPEC의 공급 능력이 확충되지 못하여, 세계 원유 생산량은 2004년 이후로 일평균 약 8,100만 배럴 내외에서 정체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2005년 이후 소비량 증가율이 생산량 증가율을 상회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증가율 격차가 2005년에 0.3%p, 2006년에 0.6%p, 2007년에 1.3%p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수급 불일치 현상을 감안할 때 국제 유가는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국제 유가 상승세는 2002년을 전후로 시작되었지만, 그동안은 유가 상승 속도가 완만하여 세계 경제나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의 유가 상승세를 살펴보면, 일일 가격 기준으로 올해 6월 12일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30.16달러로 1년 전인 2007년 6월 12일의 65.05달러에서 정확하게 100%가 상승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유가 폭등이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1차·2차 오일쇼크의 경우처럼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이에 1·2차 오일쇼크 시기와 최근의 여건들을 비교해 보고, ‘제3차 오일쇼크’ 발생 가능성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2. 1·2차 오일쇼크의 영향
(1차 오일쇼크: 1974~75년) 1차 오일쇼크의 발단은 제 4차 중동 전쟁이 발발하여, OPEC이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요구하며, 생산량을 25% 감산한 데에 있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은 1973년 배럴당 3.1달러에서 1974~75년에는 10.7달러로 약 3배 이상 급등하였다.
이 당시 세계 성장률은 같은 기간 6.8%에서 2.4%로 하락하였으며, 물가상승률은 9.6%에서 13.8%로 상승하였다. 교역량 증가율은 1971~73년 연평균 8.4%에서 1974~76년 평균 4.4%로 급락하였다. 한편 한국의 경우 성장률은 1973년 12.0%에서 1974년 6.6%로 하락하였고, 물가 상승률은 3.2%에서 24.8%로 급등하였다. 또한 무역수지 적자폭은 10.2억 달러에서 22.9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2차 오일쇼크: 1980년) 2차 오일쇼크는 1978년 OPEC이 자원민족주의를 표방하며, 원유 수출 가격을 인상하고, 이란이 혁명으로 전면적인 수출 중단을 단행하면서 하루 56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시기에 원유 가격은 1979년 배럴당 17.3달러에서 19802년에 28.6달러로 급등하였다.
세계 성장률은 같은 기간 3.8%에서 2.4%로 하락하였으며, 물가상승률은 12.5%에서 17.2%로 상승하였다. 교역량 증가율은 1977~79년 연평균 5.9%에서 1980~82년 평균 4.3%로 둔화되었다. 한국의 경우 성장률은 1979년 6.8%에서 1980년 -1.5%로 급락하였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18.3%에서 28.7%로 급등한 바 있다. 다만 무역수지의 경우 1980년 내수 침체에 따르는 경제 가동률 위축과 원유 수입 물량 급감으로 1979년 52.8억 달러 적자에서 1980년 47.9억 달러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3. 3차 오일쇼크 가능성 진단
현재의 고유가 상황이 과거 70년대 초중반과 80년대 초와 같은 오일쇼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지를 진단하고자, 정량화가 가능한 실질 유가 수준, 유가 상승률, 고유가 지속 기간,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의 네 가지 기준을 고려해 보았다. (다만 2차 오일쇼크 이후 약 30여년의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그동안의 선진국 중심의 대체 에너지 개발 노력, 경제의 소프트화, 오일쇼크에 대한 학습효과, 선진국 정부들의 정책 스킬 향상 등을 감안할 때 본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유가 충격이 실제보다 과대평가 될 가능성이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진단 결과 첫째, 현재 실질 유가 수준은 2차 오일쇼크의 1.5배에 해당된다. 2차 오일쇼크 기간중 가장 높았던 1981년의 두바이 유가는 현재(2008년 1/4분기)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배럴당 66.5달러로 현 수준인 99.5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둘째, 현재 유가 상승률은 2차 오일쇼크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2차 오일쇼크가 시작된 1980년 유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66.0%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1/4분기의 유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79.2%로 2차 오일쇼크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셋째, 최근 유가 급등 지속 기간은 아직 1·2차 오일쇼크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료 이용의 한계상 국내 원유 수입물가지수의 일정 기준 시점에 대한 월별 누적 상승률을 비교해 볼 때, 1·2차 오일쇼크 유가 급등 지속 기간은 1~2년 정도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의 유가 상승세는 지수상 올해 초부터 시작(명목 유가 기준으로는 6월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과거 1·2차 오일쇼크 기준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최소 올해 말까지는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어야 한다.
넷째, 현재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는 2차 오일쇼크 수준까지 높아져 있다. 세계 원유 의존도(원유소비액/명목GDP)는 1980년 6.8%에서 1998년 1.1%로 낮아졌으나,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2008년에는 6.6%로 오일쇼크 당시 비중에 근접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경우에도 이와 동일한 모습을 보여, 2008년 1/4분기 현재 원유수입액/명목 GDP 비중이 1981년 수준인 8.9%를 기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의 유가 급등세가 올해 말까지도 지속 된다면, ‘3차 오일쇼크’ 발생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만약 국제 유가 상승세가 현 수준에서 그치고 하반기에 하향 안정화될 경우 3차 오일쇼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 3차 오일쇼크 발생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3차 오일쇼크가 발생할 경우 우선 세계 경제는 과거의 경험상 저성장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국제 유가 급등으로부터 유발되는 강도 높은 인플레는 선진국들의 내수 경기를 급랭시킬 것이고, 순차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후진국 성장률을 크게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도 국제 유가의 상승이 국내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의 내수 경기가 크게 악화될 것이다. 또한 세계 교역 위축과 유가 수입 급등으로 경상수지 또한 대규모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지난 5월 하반기 경제 전망 자료에서의 대내외 경제 여건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2008년 연평균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상반기 평균 정도인 배럴당 100달러를 유지할 경우, 2008년 경제성장률은 4.9%, 소비자물가 상승률 3.8%, 경상수지는 1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기준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의 ‘국제유가 충격 모형’에 근거할 때, ‘고유가 시나리오’인 하반기 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연평균 125달러)만 되어도, 연간 경제성장률은 3.7%로 잠재성장률을 상당 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경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6.5%, 경상수지는 약 70.5억 달러의 적자가 전망된다.
또한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3차 오일쇼크 시나리오’인 하반기 유가 평균이 배럴당 200달러(연평균 150달러)를 보일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은 2.5%, 소비자물가 상승률 8.9%, 경상수지는 180.4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5. 정책적 시사점 및 기업의 대응 방안
향후 유가 평균이 150달러만 되어도 국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하회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급격한 성장력 약화를 막기 위하여 첫째, 이제라도 에너지 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제·산업 구조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IT 산업, 제조업 지원 서비스업, 관광업 등과 같은 省에너지 산업 비중 (굴뚝 없는 산업)에 대한 적극적 육성이 시급하다. 또한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중화학 공업의 에너지 이용 효율성 제고 등의 노력도 요구된다.
둘째, 신재생 대체 에너지 개발 사업 확대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신재생 에너지 연구에 대한 R&D 투자 확대와, 특히 대체 에너지 개발 연구와 사업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여, 대학 내 관련 학과 확대, 민·관 공동 출연 전문 교육 기관 설립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경제성장률 급락을 막기 위한 내수 경기 급랭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 추경 편성 등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 확대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내수 회복의 핵심인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 기업 규제 완화, 세제 지원, 친기업적 사회 정서 확산, 노사 관계 안정 등과 같은 ‘팩키지형 투자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넷째, 경제 심리 침체 방지를 위한 국내 물가 안정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억제, 유류세 인하 등과 같은 단기적인 처방도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농산물 유통 체계의 단순화,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과 같은 경제 효율성 제고 노력이 더 중요하다.
한편 기업들도 유가 급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하여, 첫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한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가 급등으로 인한 생산 원가 상승에 대비하여 유가 수준 단계별 비상 계획(Contingency Plan) 수립과 부서의 실행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또한 원가 관리 시스템 구축, 전사적(全社的) 사내 비용 절감 캠페인 실시 등과 같은 긴축 경영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원자재가 변동 리스크 축소를 위한 원자재 구매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유가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제품 생산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의 선물 시장을 통한 헷지 전략의 실천이 요구된다. 또한 주요 원자재에 대한 중장기 조달 계획 수립, 원자재 구매시 장기공급계약 확대 등이 요구된다.
셋째 세계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외 마케팅 능력을 제고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남아 신흥공업국, 중앙아시아 산유국 등에 대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 또한 주요 해외 시장 현지 부서의 분석 및 마케팅 능력을 보다 증대시켜야 한다.
넷째 시장 수요 위축에 대비한 제품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우선 경영 여건 악화 시에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한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선진 업체와의 기술 제휴, 전문 부품 업체 육성 지원, 글로벌 판매·연구개발 체제 구축 등으로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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