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건설 절대부족 해소가 주 목적
수도권의 1기 신도시는 1989년 4월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의 일환으로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개 지역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정부 주도로 공급을 늘려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추진되었다. 1기 신도시 건설은 주택보급률이 70% 안팎에 그쳐 절대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양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선 개발 후 계획 방식으로 추진돼 입주 이후 도로 등 인프라와 생활기반 시설들이 들어설 만큼 수도권에 조기에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했다. 그만큼 주택의 절대부족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3저 호황에 따른 구매력 확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가구분화로 주택구매 유효수요는 급격히 팽창한 반면 주택공급은 전두환 정권하에서 물가안정 지상주의로 인해 연평균 22만호 공급에 그쳐 극심한 수급불균형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은 1987년부터 폭등하기 시작하여 전국이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모했으며 고비용 경제구조의 심화로 인한 거시경제의 체질 약화와 계층 간 위화감 고조로 인한 사회불안 등의 문제점을 초래했다. 이에 주택부족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위해 200만호 건설계획이 추진되었으며 수도권에서는 5개 신도시 건설이 거의 동시에 추진된 것이다. 단기간에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공급을 통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서울로 집중되는 주택수요가 분산될 수 있도록 신도시 건설을 본격화했다.
2기 신도시 건설 양질의 주택공급이 주목적
반면 2기 신도시는 절대부족이 상당부분 해소된 가운데 질적인 측면에서 고급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현재 수도권에서 개발되고 있는 신도시는 화성, 판교, 김포, 파주 등 4곳으로 지난 1980년대 말 건설이 시작된 수도권 5개 신도시 이후 처음 건설되는 신도시이자 규모면에서도 최대이다. 이중 화성신도시는 지난해 6월에 시범단지가 분양되는 등 개발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2006년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경기 남부의 주택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판교 신도시는 서울의 목동 뉴타운의 2.5배 규모로서 강남으로 집중되는 고급 주거수요를 흡수하도록 개발된다. 김포 신도시는 155만평 규모로 서울서부지역의 고급주택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올해부터 2010년 사이에 건설되고 파주 신도시는 285만 평 규모로 2005∼2006년 택지분양을 거쳐 2009년에 개발이 완료될 예정으로 있다. 이밖에 대규모 신도시로서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수원 이의동 일대가 경기첨단·행정 신도시로 개발될 예정으로 있으며 고양 삼송지구, 양주 옥정지구, 남양주 별내지구 등이 판교에 버금가는 고급 주거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택지공급방식 민간에서 정부로 전환 수도권에 또 다시 대규모 추가 신도시 건설이 추진된 것은 정부 주택공급 방식의 일대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과거 문민정부 들어 1기 수도권 신도시 개발의 부작용이 지적되면서 신도시 방식의 주택공급이 단절되었다. 대신 개발가능 토지를 늘림으로써 민간부문이 준농림지의 용도전환을 통해 택지를 개발하여 주택을 공급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준농림지의 무분별한 용도전환은 수도권의 효율적인 공간구조의 재배치를 고려하지 않았고 도로, 생활편의시설 등 인프라도 갖추어지지 않은 채 택지개발로 이어져 결국 심각한 난개발을 초래했다. 또한 민간부문의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해 도로, 공원, 학교 등 인프라를 갖추지 않아도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소규모 단지로 개발이 이루어졌다. 자연히 1기 신도시 이후 수도권에서 공급된 주택은 분당, 일산 등에 비해 질적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 결과 서울로 집중되는 주택수요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지 못했으며 택지가 고갈된 서울의 주택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준농림지 민간택지개발의 부작용과 문제점이 이슈로 등장하면서 준농림지 제도가 폐지되고 난개발의 대안으로 다시 공공택지개발 방식으로 전환되었으며 그것이 2기 신도시 개발로 구체화되었다. 앞으로는 민간부문의 신규 택지공급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주택공급은 미니신도시 형식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1, 2기 신도시 건설 당시 주택시장 여건에 큰 차이
수도권 1기 및 2기 신도시 건설의 공통점은 먼저 대규모로 개발되는 계획적인 신도시라는 점이다. 1기 신도시 인구는 17만∼39만 여명에 달해 중급 도시 규모이고 2기 신도시 인구 규모도 지방 중소도시에 버금가는 10만 여명 안팎에 이른다. 모두 수도권에 건설되는 것으로 분양가 규제를 받게 되고 주거공간이 한정된 서울로 집중되는 주택수요를 흡수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1, 2기 신도시는 외형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추진 배경이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먼저 1기 신도시 건설이 절대 부족한 주택의 양적인 확충에 중점을 둔 반면, 2기 신도시는 질적인 확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1기 신도시가 단기간에 동시에 추진되었던 반면 2기 신도시는 쾌적하고 우수한 주거지 개발을 목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추진되고 있다. 예를 들어 판교신도시는 강남주택 수요 등 고급주택 수요를 염두에 둔 것이다.
1기 신도시가 부족한 주택을 조기에 확충하기 위해 개발을 먼저 하고 인프라는 입주 이후 확충하는 선 개발·후 계획 방식이었다면 2기 신도시는 입주와 동시에 도로, 지하철 등 인프라가 구비되는 선 계획·후 개발 방식으로 건설된다는 차이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신도시 개발 당시의 주택수급 여건이 크게 다르다. 1기 신도시 건설이 본격화된 1990년 당시 서울 및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각각 57.9%, 63.3%로 매우 낮았던 반면 2기 신도시 추진이 본격화된 2003년 서울 및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각각 86.3%, 92.8%에 달해 어느 정도 절대부족이 해소된 상태이다. 수도권 주택공급에 있어 단순히 양적인 확대보다는 질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1기 신도시건설 단기적으로는 불안 효과, 장기적으로는 안정 효과
1기 신도시 건설이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격에 미친 영향은 단기에는 불안, 장기적으로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업초기단계에서는 개발재료가 부각되고 청약과열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1991년 5월부터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1992년 초 분당 시범단지 입주를 앞두고 기존 주택의 매물이 급증하면서 수급에 의해 가격하락이 본격화되었으며 1995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안정세가 지속되었다.
1996년, 1997년에는 1기 신도시 입주 완료와 함께 신도시 효과가 사라지면서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격이 일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만큼 1기 신도시 건설이 서울 수도권의 주택가격 안정에 미친 영향이 작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연도별 아파트 미분양 물량 추이를 통해서 보더라도 신도시 건설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신도시 건설로 착공한 주택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단기적으로 주택공급 과잉현상이 심화되었다. 5개 신도시 입주가 거의 완료된 1995년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15만2천호에 달했으며 그 이후에도 해마다 10여 만호 정도의 미분양이 적체되었다.
2기 신도시 이후 수도권 주택 공급 과잉 예상
1기 신도시 건설이 주택가격에 미친 시차효과를 고려할 때 2기 신도시 건설도 단기적으로는 청약과열을 초래해 불안요인이 될 수 있으나 입주가 시작되면 가격안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양질의 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되기 때문에 1기 신도시에 비해 공급과잉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문제는 공급이 절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다는 데 있기 때문에 고급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2기 신도시 건설이 완료되면 수도권의 주택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전역의 노후화된 주거단지의 대규모 뉴타운 건설도 질적인 주택문제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더구나 2001년부터 시작된 가격 급등기에 주택을 구입한 도시 가구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구매력을 갖춘 주택 유효수요는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무직 근로자들의 주택소유 비율이 2년 사이 7.1%포인트나 급증했으며 30∼34세 가구주의 주택소유 비율은 13.8%포인트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도시가구의 주택소유비율은 98년 60.1%, 99년 61.2%, 2000년 61.6%, 2001년 61.9% 등으로 큰 변화가 없다가 지난해 65.1%로 2003년의 63.5%에 비해 1.6%포인트 증가했으며 2002년의 61.9%보다 3.2%포인트 상승하는 등 2003년부터 급격히 높아졌다. 이는 가격 급등기에 주택수요자 금융이 개선되면서 많은 가구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택을 매입한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주택공급 질적인 측면에 포커스 맞추어야
이번 판교 신도시 분양을 계기로 불거진 주택시장 불안은 과거 신도시 분양 이후 경험했던 주택시장에 미치는 시차효과를 고려할 때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분양가 규제에 따라 분양 당첨 시 자본이득이 기대되는 이중가격구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청약과열이라는 부작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2기 신도시 분양이 전반적인 주택시장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수요자 위주의 분양이 이루어지도록 힘쓸 필요가 있다. 또한 임대주택 공급계획, 서울 뉴타운 개발을 포함해 현재 계획하고 있는 수도권 신도시 건설이 주택공급과잉을 초래해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지 않을지 면밀한 수급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기 신도시는 주택의 절대부족이 거의 해소되어 가고 있는 상태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참여정부의 수도권 분산정책과도 상충되기 때문에 향후 행정 중심도시 건설 및 정부 산하기관 지방이전 등에 따른 수도권 공동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잠재수요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전반적인 주택공급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수년 사이에 나타났던 주택시장의 불안은 과거 주택의 절대부족 시기와 달리 1기 수도권 신도시 이후 공급된 주택이 고급 주거환경에 대한 수요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2기 신도시 건설에서는 단순한 주택공급의 양적인 확대보다는 질적으로 우수한 주택공급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산업기술그룹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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