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지난 5월 중순, 평양에서는 제11차 봄철 국제상품전람회(5. 12∼15)가 열렸다.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초청으로 남한의 방북단 25명은 전람회 참관을 위해 5월 13일에서 17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하였다. 이번 방북단은 주최 측인 중앙일보 측의 김수길 편집인과 곽재원 통일문화연구소장을 비롯하여 학계와 연구계, 업계, 금융계 등으로 구성되었다.

개인적으로 평양 방문은 이번이 3번째이다. 2003년 10월에는 현대아산의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식 행사 참석을 위해 개성을 거쳐 육로로 방북했었고, 2006년 5월의 9차 상품전람회 때에는 인천공항에서 직항로를 타고 전세기를 통해 간 적이 있었다. 방북단 규모도 2003년의 1,000여 명과 2년 전의 72명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방북 수단의 후퇴와 규모 축소는 작금의 남북 관계를 반영하는 듯하여 다소 씁쓸하였다.

박경철 민화협 부회장을 비롯한 북측 초청단은 첫날의 환영 만찬을 비롯하여 민족의 동포애적 마음으로 방문 기간 내내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해주었고, 동행하면서 안내와 배려에 정성을 다해주었다. 그는 환영 만찬에서 민족 평화 통일의 이정표인 6.15공동선언과 이의 실천 강령인 10.4 공동선언의 이행을 강조하였다.

방문 목적과 주요 일정

이번 방문은 북한 EXPO인 평양의 봄철 국제상품전람회 참관과 함께, 연구자로서 주요 산업 현장과 교육 시설 등을 방문함으로써 북한 경제의 현주소와 대북 투자 여건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더욱이 이번 방문은 2년전의 국제상품전람회 때와 평양의 모습과도 비교할 수 있고, 평양 지하철 탑승을 체험해볼 수 있다기에 또 다른 기대를 갖고 출발했다. 특히, 북핵 진전 속에서도 경색 국면의 남북 관계로 당국자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었다.

참관단 일행은 13일 아침 8시 35분 인천공항에서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고, 11시 55분에 고려항공편을 통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들어갔다. 첫날은 숙박 장소인 보동강변의 보통강려관(호텔)에서 저녁 환영 만찬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튿날 14일에는 아침 식사 전에 평양 8경의 하나로 평양에서 가장 전망 좋은 누정의 하나인 금수산의 을밀대를 산책한 후, 오전에는 국제상품전람회와 경공업관을, 오후에는 김책공대와 조선컴퓨터센터를 방문하였다. 3일차인 15일에는 남포시에 있는 령남배수리공장과 서해갑문을 거쳐, 오후에는 평양음대, 금성학원 등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사실상 평양 참관의 마지막날인 16일에는 만경대와 정방산의 성불사, 최신 현대식 설비를 자랑하는 대동강맥주공장와 평양건재공장을 견학하였다.

나도 그랬듯이 초행인 참관단 일행은 가는 곳마다 호기심과 신기함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그러나 본인을 비롯하여 참관단 일행의 상당수는 이미 평양을 여러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다소 여유를 가지면서, 각자 지난번 방문 당시의 상황과 비교하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나름대로 정리하는 모습이었다.

평양 스케치와 방북 소감

평양 거리는 ‘공원속의 도시’라는 평가답게 조용하고 가로수와 녹지가 많았으며, 평양의 또 다른 이름인 류경(柳京)답게 버드나무 가지들이 늘어져 평온한 느낌을 주었다. 숙소인 보통강호텔로 가는 길에 버스와 트럭은 물론, 간간히 오가는 궤도전차와 궤도버스도 보였다. 빽빽한 빌딩과 교통 체증, 핸드폰 소리와 시내 곳곳의 시위대 등 복잡한 서울 도심을 떠나 오랜만에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한편, 1979년 개원한 9층 건물의 보통강호텔은 1층(지하)에는 사우나 시설이, 2층에는 로비와 화폐교환소, 커피숍, 서점, 편의점, 당구장, 화면반주음악실(노래방), 공예품 등의 선물코너가 있었다. 3~9층은 총 150여 개의 숙박 시설로 되어 있었다. 4층에는 북한내 외국계 합작은행인 대동신용은행 입점해 있었으며, 작년까지는 평화자동차 회사 사람들도 이 호텔에서 사무실을 운영하였다고 한다.

북한의 외환 시세

화폐교환소와 로비의 안내 데스크 앞에는 숙박 요금과 외국 환율 등이 고시되어 있었는데, 호텔은 1인 기준으로 특별실은 274 유로, 1등실은 202 유로, 2등실은 131 유로, 3등실은 74 유로였다. 한편 외환 시세는 유로화를 기본 외환으로 하여 스위스와 일본, 영국, 중국, 홍콩, 미국 등 12개국 화폐에 대한 환율이 표시되어 있었다. 통상 1주일 단위로 갱신한다고 하는데, 5월 5일자 기준의 매도 시세는 1 유로 = 196.7 유로였으며, 1달러는 0.63 유로로 고시되어 있었다.

한편 당구장은 오후 2시에 개장하며, 요금은 시간당 3 유로이고 저녁 10시 이후에는 야간 요금으로 4.2 유로로 되어 있었다. 또한, 노래방은 저녁 7시부터 개장하며, 이용료는 1인당 입장료가 8 유로이고, 자정부터는 야간 봉사비로 시간당 1.2 유로를 부가한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사우나는 1인당 2 유로이며, 안마는 저녁 9시 이전을 기준으로 전신(반신)의 경우는 20(10) 유로이며, 9시 이후에는 이들 요금의 1.5배를 부과한다고 되어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국제상품전람회 도중에 일행 중 한 명이 목이 말라 1개 500원(북한돈 기준)하는 아이스케키(에스키모 하드)를 사먹었는데, 1 달러를 주면서 나머지를 달라고 하니 6개를 주었다고 한다. 한 가지 사안으로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종합시장(장마당)의 시장 환율은 약 3,000원 정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방문 기간 중 나에게 있어서 특징적인 것은 국제상품전람회의 출품 내용은 물론, 변화된 평양 거리 모습과 인민들의 밝아진 표정, 그리고 남포의 령남배수리공장 등이었다.

국제상품전람회의 발전된 모습

평양국제상품전람회는 봄, 가을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봄철 행사는 1998년부터 10회, 가을철 행사는 2005년부터 3 차례가 열렸다. 평양 시내 3대혁명전시관 내 새기술혁신관에서 열린 이번 전람회에는 남북한과 중국, 대만, EU,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14개국에서 200여 개의 기업이 출품하였다. 이 가운데, 외국 기업이 160여 개이며, 중국 기업이 80여개로 외국 기업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유럽연합 쪽에서는 16개 업체가 진출하였는데, 최근 들어 유럽계 기업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였다.

전람회 입구 좌우에는 남한의 평화자동차와 북한의 대표적인 정밀공작기계 제작소인 련하기계, 중국 최대의 백색 가전업체인 하이얼(Haier)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련하기계는 전압주파수 안정기와 수직가공중심반의 기계 작동 모습 등을 영상으로 담은 대형 모니터를 설치하는 등 화려하고 첨단 장비를 동원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눈에 띄었다.

이외에도 북측의 주요 기업들로는 전기·전자, 건재, 기계 부속품과 전선류, 기념 주화 등을 취급하는 조선부강회사와 조선경공업무역회사, 안경전문업체인 고려심청회사, 도로 건설 및 선박 운영의 조선금릉무역총회사, 희천공작기계무역회사, 각종 미술 공예품을 거래하는 조선백호무역회사 등이 출품하였다. 또한 평양의대에서 새로 개발한 키 크는 약 등 각종 약제류와 각종 건강 보조식품 등도 선보였다. 외국 기업으로는 중국 최대의 통신기기그룹인 TCL과 소형 냉장고 전문업체 신비(Frestch : 新飛), 단동의 압록강맥주유한회사, 스위스 제네바의 시계전문업체인 TISSOT, 인도네시아의 가구 및 공예품 회사 등이 보였다. 이들 업체 중 평양에 매장을 설치한 회사도 있다.

전람회는 2006년에 비해 규모나 품목 등에 있어서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우선 참가 업체 수에 있어서, 2006년의 2개국 196개 업체에 비해 14개국 200개 업체로 소폭 늘어났다. 또한, 2006년에는 농산물과 지하자원 등의 1차 산품과 의류, 섬유, 과자 등 경공업 제품이 주류를 이룬 데 반해, 이번에는 기계, 가전, 노트북, 건강보조 식품 및 피부 미용 제품 등이 다수를 차지하였다. 전람회장의 광고판과 부스(Booth)도 2년 전에 비해 세련된 모습으로 단장하였다. 각종 광고는 북측 조선국제전람사 산하의 조선광고회사가 수주를 받아 제작하였으며, 북측 기업들도 홍보에 적극적이었다.

전람회를 주관하던 무역성 산하의 조선국제전람사 김명철 부사장(46세)은 북한의 기업·기업소 및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전람회 참관을 권장하고 있으며, 하루에 약 1,000∼2,000명이 입장한다고 하였다. 전람회의 개별 부스(booth)당 임대료는 가로 3m×세로 3m에 4일간 800 유로라고 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비롯하여 남측 기업들도 민족경제연합회를 통해 참가 여부를 검토해왔으나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으며, 신청하면 외국 기업보다 20∼30% 저렴하게 장소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한다.

한편, 무역성은 해외전람회도 운영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6개국, 올해는 13개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 부사장은 전람 사업을 대외 경제 발전과 나라의 현대화, 과학기술 발전의 계기로 활용하며, 작년에는 수출과 수입을 포함하여 약 200만 유로를 계약하였다고 자랑하였다. 전람회장 내에는 “기술혁명에서 일대 선풍을 일으키자”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과학기술적 문제를 푸는데 지혜와 정력을 다 바치자” 등의 구호와 함께, “당의 과학기술 중시 노선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하여서는 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에서 대비약을 일으켜야 합니다”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교시가 적혀있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도시 재정비에 한창인 평양 거리

평양 경제는 핵실험 여파로 북한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일단 외관상으로는 2006년에 비해 호전된 모습을 보였으며,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닌 듯했다. 식량난이 심각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평양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진 촬영과 호텔 주변의 산책도 이전보다 많이 완화되었다.

우선 밤거리가 밝아진 듯하였고, 매일 2~3차례 정전되는 현상도 작년 후반부터 없어졌다고 한다. 일행인 에너지 전문가는 2007년의 2.13 북핵 합의와 BDA 문제 해결이후, 작년 7월부터 제공된 중유가 영향을 미친듯하다고 했다. 사실 평양지역에 주로 난방용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인 동평양화력발전소는 미국이 제공하는 중유를 사용하다가 부시 행정부가 고농축우라늄(HEU)프로그램 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2002년 11월 중유 공급을 중단한 뒤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유 제공 이후, 기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들이 개보수를 통한 생산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거리는 자동차들이 많아졌을 뿐 아니라 차선 정비와 건물 도색 등으로 훨씬 깨끗해졌으며, 곳곳에서 아스팔트 도로 포장 공사와 건물 리모델링이 진행 중에 있었다. 우리가 묵은 보통강호텔 앞에는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는 5층의 최신식 빌딩 ‘평화센터’가 새로 들어섰고, 재일교포가 투자하였다고 한다. 또한, 경제난으로 90년대 초에 중단된 105층의 류경호텔도 이집트의 오라스콤사에 의해 공사가 재개되었다.

거리를 오가는 평양 시민들은 활기차고 발걸음도 빨라진 것 같았으며, 순안공항과 상품전람회, 호텔 등지에서도 2년 전에 비해 많은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여성들의 화장과 액세서리(머리핀) 등이 다소 화려하고 진해졌으며, 구두 굽도 다소 높아진 듯하다. 방북 기간 중 하루 일정이 시작하기 전인 이른 아침의 보통강호텔에는 상품전람회 안내를 위한 차량은 물론, UN 인구조사단(UNFPA : UN Population Fund)과 국제적십자단체의 지원 등을 위해 15∼20여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UN 인구조사단 차량은 평양 번호판을 달고 있었으나, 국제적십자사단체(아르씨-○○ :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ed Cross and Red Crescent Societies)와 유럽지원단체(European Commission Humanitarian Aid : 이유-○○)의 차량은 임시 번호판이 아닌 별도의 독자적인 번호판을 부착하고 있었다. 평양역 앞의 고려호텔에도 행사 지원 차량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안동대마방직의 기술자들도 북한 새별총회사와의 합영회사인 ‘평양대마방직’의 현지 기술 지도를 위해 방북 중이었다.

한편 시내 곳곳의 구호도 미국에 대한 직접적 비난 구호 없이, 2008년 신년공동사설 제목인 “공화국 창건 60돐을 맞는 올해를 조국청사에 아로새겨질 역사적 전환의 해로 빛내이자”라는 새로운 구호가 거리 곳곳에 등장하였다. 특히, ‘공화국 창건 60돐을 맞는’이란 단어는 연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 지도 소식은 물론, 농사혁명과 모내기 전투 등의 생산 현장을 소개하는 노동신문 기사에서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었다.

활기차고 현대화 추진 중인 산업 현장

산업 현장에 있어서도 남포시 령남리에 위치한 령남배수리공장에는 2개의 도크 중 제1도크에서는 1.5만 톤급의 벌크화물선 ‘어은청년호’가 해체되어 용접과 일부 부품 점검이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2호도크 옆 부두에는 3천 톤급 ‘자모산호’가가, 2만 톤급 화물선 한 척은 부두에서 100여 미터 떨어져 정박 중이었다. 특히, 인근에는 용접 및 아세틸렌 가스와 용접봉을 생산하는 공장 등의 5개 공장과 함께, 2,700명이 거주할 3∼5층짜리 근로자 살림집 아파트 30여개 동이 새로 건립됨으로써 하나의 새로운 항만도시처럼 보였다. 2년전의 빈 도크와 작업장, 10개 안팎의 공사 중인 숙소와는 큰 대조를 이루었다.

한편, 설비 수리공장 내부의 한쪽 벽에는 ‘4월 직장 재정공시’라는 성과표가 걸려 있었는데, 지난달 목표의 125.9%를 달성해 상금(성과급) 98만 원이 지급됐다는 내용이었다. 그 옆에는 조립반, 전기반, 배관반 등으로 구분되어 각 근로자별(실적)인 ‘5월 일 생산 및 재정총화 경쟁도표’가 막대그래프로 표시돼 있었다. 이 공장의 한 간부는 “사회주의적 경쟁심을 고취시켜 성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인센티브제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곳의 총지배인 문희명씨(61세)는 “수천 톤의 작은 배이기는 하지만 올해 들어 70여 척의 선박을 수리하였고, 남측이 오면 중국보다 더 싸게 수리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금년부터 배수리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10만 m2에 건조 기지 건설도 생각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하여 한국의 선박업자들이 많이 방문하였으며, 이스라엘 선박업자도 이곳에 투자하려고 하나,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지연되고 있다면서 불만을 토로하였다. 일행 중 물류 관련 전문가는 “이곳은 남측과 가까울 뿐 아니라, 평양 인근에 위치하여 고급 인력 확보가 용이하고 전력 사정도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경쟁력이 있다”고 하였다. 다만, 현재의 기술로는 화물선의 외판 수리나 용접 등을 가능할 것이나 LNG 등의 특수 선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일성광장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8∼9월에 있을 아리랑 공연 준비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니콜라스 보너(Nicholas Bonner) 고려관광 대표는 5월 13일 미국의 라디오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아리랑’ 공연을 하루 두 차례로 확대한다고 하였다. 그는 “올해는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9. 9)을 맞아 오후에는 새롭게 추가된 집단체조 ‘조국이여 영원하라’를, 저녁에는 기존 공연물인 ‘아리랑’을 공연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5. 22)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번 방문에서 2006년에 보지 못했던 방문지는 현대식 자동화 설비로 구비된 대동강맥주공장과 평양건재공장, 그리고 평양음대와 금성학원, 성불사이다.

대동강맥주공장은 동평양의 동대원 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2001년 1월에 대지 8만 평 부지에 착공하여 1년만인 2002년 4월 15일(김일성 주석 생일)부터 시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이 회사의 변영호 지배인(61세)은 700여 명의 근로자가 하루에 병맥주 20∼50톤과 생맥주 170톤 등 총 200톤을 생산하며, 북한 내 수요의 약 50%를 공급한다고 하였다. 공장의 핵심 공정 시설인 500평 남짓한 ‘병 포장 작업반’에선 10여 명의 근로자가 ‘자동흐름선(컨베이어 벨트)’에서 병 살균기, 맥주 주입기를 거친 빈 맥주병에 라벨이 붙어 나가는 과정을 관리하고 있었다. 대동강맥주는 룡성맥주, 봉학맥주와 함께 북한을 대표하는 맥주로, 설비를 영국과 독일에서 수입하였기 때문에 그런지, 일행들은 맥주 맛이 유럽풍이라고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연구실과 발효실 벽면 곳곳에 붙어있는 표어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교육을 강조하는 ‘지식은 광명이고 무식은 암흑이다’라는 표어가 뇌리에 강하게 파고들었다. 공장 견학을 마치고 공장 측에서 제공한 흑생맥주는 구수한 땅공과 토실토실한 명태 안주와 함께 어우러져 남북한의 분위기를 순화하는 데 충분하였다.

평양건재공장은 평양시 역포 구역 소심동에 위치해 있으며, 2007년 11월에 조업을 시작하였다. 이탈리아에서 설비를 도입한 이 공장은 최근에 풀(full) 가동 중이다. 평양을 현대화하겠다는 방침에 맞춰 건물 재단장에 필요한 유리창 틀, 외벽용 석재, 타일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의 기사장은 “제품의 질을 높여 해외에도 수출할 예정”이라고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이들 공장은 경공업을 발전시키고 생필품·소비품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북측이 주력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육로 방문과 남한에서의 북한 전람회 개최를 기대하며

하루 이틀이 지나고 북측과 친해지면서 저녁에는 노래와 여흥이 마련되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곡은 ‘심장에 남는 사람’과 ‘준마 처녀’이다. 특히 “잠깐 만나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귀중해”라는 가사의 ‘심장에 남는 사람’은 잠깐의 만남 끝에 헤어질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달래고 분단 현실을 대변해주는 노래인 듯했다. 준마처녀는 산업 현장에서 높은 실적으로 다른 근로자들의 모범이 되는 열정적인 여성을 말한다. 한마디로 ‘일 잘하는 여성’ 혹은 ‘억척 여성’을 일컫는 말로,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노래인 듯했다.

4박 5일간의 짧은 만남 속에서 이번 방문은 많은 성과와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성과로는 평양 경제가 다소 발전하고 있으며, 북한 동포는 분단 60년이 지나도 하루 이틀이면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우리 민족’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방북 방법이 육로-직항로-북경 경유 등으로 후퇴한 듯하였고, 당초 기대한 평양지하철 탑승이 성사되지 못한 것과 시내 관광의 제한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 방문 때에는 직항로를 이용하고 상품전람회에 개성공단 제품이 출품되면서 남쪽에서도 북한의 해외전람회가 열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또한 좀 더 단장된 평양 거리는 물론, 경공업관에 걸려있는 김 위원장의 교시대로 평양의 발전된 온기가 중소 도시와 산골 지방에도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북한 전역이 ‘중앙과 지방의 균형 발전’ 나아가 6.15 공동선언의 제4항인 남북한 ‘민족 경제의 균형 발전’이 실현되기를 갈망한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웹사이트: http://www.hri.co.kr

연락처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산업전략본부장 02-3669-4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