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의 대북 경제 봉쇄 지정과 해제
(미국의 대북 경제 봉쇄 현황) 북한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을 계기로 미국으로부터 적성국으로 지정되어, 금융 거래가 제한되었다. 또한 북한은 1987년 KAL 폭파사건 이후인 1988년 1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후, 약 20년 동안 해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상업, 금융, 무역, 기술 교류 등 포괄적인 분야에 걸쳐 경제 봉쇄를 당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자국의 관련법과 국제 수출통제체제를 통해 복합적인 봉쇄를 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봉쇄의 대표적인 관련 근거가 바로 ‘적성국’ 지정과 테러지원국 지정이다.
(경제 봉쇄의 단계적 해제)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로 적성국교역법 적용이 종료되고, 20여 년간 지속되었던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위한 절차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테러지원국 해제에 따른 경제 봉쇄는 단계적으로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봉쇄 해제는 곧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적성국교역법에 따른 봉쇄에서 해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교역, 투자, 금융기관과의 거래 등의 제한이 폐지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제 봉쇄 해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인권, 종교에 따른 제재와 양자 차원의 다양한 제제 조항들은 남아 있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조항들에 따른 해제는 북미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수출통제체제에 의한 봉쇄와 미국의 최혜국대우 등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 관계의 정상화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봉쇄 해제의 효과) 북한의 경제 봉쇄 해제는 여러 가지 다양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먼저, 북미 관계 개선과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촉진시키는 정치적 효과, 둘째, 경제 봉쇄로부터 해제되어 얻게 되는 경제적 효과, 셋째, 북한의 개혁·개방 추진의 장애물 제거 효과 등이 예견되며, 남북경협의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본 연구에서는 이 가운데 경제적 효과에 주목하고 베트남의 사례에 비추어 미국의 경제 봉쇄 해제에 따르는 경제적 효과를 추정하고자 한다.
2. 미국의 대북한 경제 봉쇄 해제의 경제적 예상 효과
우선, 미국의 수출입 관련 제한 철폐로 대미 무역의 활성화와 중국 및 몇 개 국가로 한정되어 있는 무역 대상의 확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북한산 제품의 경쟁력 부재로 단기간에 교역이 활성화 될지는 미지수이며, 미국의 최혜국대우를 받지 못한 조건에서 제품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도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둘째, 금융거래와 설비투자의 제한 철폐로 투자의 활성화가 예상되며, 개방 특구 및 자원 개발을 중심으로 외국 자본의 투자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 상황과 시장경제 미발달에 대한 문제가 먼저 개선되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셋째, 정부간 및 국제기구로부터 대외 원조를 공여받거나 공적개발 원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적개발 원조나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 차입도 북한 경제 체제의 제도 변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촉진하고, 북한의 경제 재건에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베트남 사례에서 보듯이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3. 베트남 사례에 의한 대북 경제 효과 추정
(베트남의 무역 정상화 사례) 베트남은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약 10여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대서방 무역 관계를 정상화하였다. 베트남의 미국과의 무역 정상화 단계는 미국의 경제 봉쇄 해제 시기(1994~1995),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시기(1996~2001), 미국과 양자간 무역 협정 체결 시기(2002~2006), 미국과 항구적 정상적 교역관계 수립 시기(2007~)의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시기의 베트남 대외무역액은 연평균 119억 달러(경제 봉쇄 시기 대비 2.1배), 국제공적자금 조달은 연간 5.9억 달러(同 1.7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등록자본이 연간 51억 달러(同 3.2배) 늘어났다. 베트남의 대외무역 정상화 과정은 2006년 미국과 항구적인 정상적 교역관계(PNTR : 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를 수립함과 동시에 WTO에 가입함으로써 완료되었는데, 이 시기의 대외무역액은 1,063억 달러로 미국의 경제제재 시기에 비교하면 19배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대북 경제 효과 추정) 북한이 베트남의 경우와 같이 미국과의 무역 정상화를 4단계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국교 정상화 이전까지 경제제재가 해제된 후, 향후 2년간에는 대외무역액이 최대 60.9억 달러(2007년 29억 달러 대비 2.1배)로 증가할 수 있다. 국제공적자금 조달에 대해서는 연간 2억 4천만 달러 유입이 가능하며, FDI는 연간 35억 달러 유입이 가능하다. 단, 국제공적자금 조달과 관련하여서는 북한의 경우 신탁기금이 1~8억 달러, 일본의 전후배상금이 40~100억 달러, EU의 지원이 최대 18억 달러로 예상되어, 테러지원국 해제 이후 조달할 수 있는 국제공적자금은 총 41~126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같은 추정은 북한이 베트남과 같이 대대적인 개혁·개방 의지를 갖고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고, 국제기구 가입 등의 기본 여건을 충족시켜야 가능할 것이다.
4. 정책적 시사점
첫째,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로 통미봉남(通美封南) 및 통일봉남(通日封南) 경계해야 한다. 한미일 3각 동맹협의체의 복원과 함께,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신뢰 강화와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외교적 역량을 다해야 한다.
둘째, 6자회담에서 주도적 역할 수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남한은 6자회담에서의 중재자 및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제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 당국간 대화 복원 및 관계 개선으로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을 지원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지원과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금융·외환 선진화와 구체화를 위한 남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경제 봉쇄 해제 단계에 따르는 남북경협 전략의 청사진 마련이 시급하다.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와 북핵 3단계 돌입에 따르는 ‘비핵·개방·3000 구상’의 단계적 접근이 요구된다. 현재 북한이 ‘비핵·개방 3000’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을 대비한 남한 정부의 역할과 중장기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제 봉쇄 해제는 북미 관계정상화의 시작이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개시를 의미한다. 따라서 남한 정부는 테러지원국 해제 이후에 예상되는 평화체제 구축의 과정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이에 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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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산업전략본부장 3669-40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