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형님만한 아우 없다지만 서울경마공원에서는 조금 다른 말(馬)인 것 같다.

지난 6월 셋째주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를 두고 두 형제마가 번갈아가며 승리를 노렸지만 명암이 엇갈렸다. 두 형제마 중 동생마인 ‘플레잉폴리틱스’가 형님마보다 하루 앞선 21일 출격해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신예마로 밝게 웃었다.

하지만 형님마인 ‘밸리브리’는 밝게 웃지 못했다. 2006년 이후 줄곧 명실상부 최고마의 자리를 지켰지만 지난 5월, 62kg의 부담중량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이후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는 것에 경마관계자는 모두 놀랐다. 더욱 뼈아픈건 자존심회복의 기치를 내걸고 나섰던 경주가 바로 상반기의 그랑프리라 불리우는 서울마주협회장배(GIII) 대상경주였다는 것이다.

한 조에 소속된 두 마필의 엇갈린 행보에 소속조 홍대유 조교사는 만감이 교차한다. 하루 전날 출격한 ‘플레잉폴리틱스’의 승리에 천국을 경험했다면 마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밸리브리’의 몰락은 지옥을 경험하게 했던 것이다. “기대에 부응해주는 ‘플레잉폴리틱스’가 너무 대견스럽지만 대표마인 ‘밸리브리’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는 조교사의 말처럼 마냥 좋아 할 수도, 슬퍼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울경마공원 6조에 둥지를 틀고 있는 ‘밸리브리’와 ‘플레잉폴리틱스’는 서로 모마가 같은 반형제마 즉, 이부(異父)형제마이다. 두 마필의 모마는 ‘폴리티컬블러프’로 미국산 마필이며 경주 출전기록은 없이 자마들만 생산하고 있다. 한 마방에 반형제마가 함께 있는 경우는 찾기 힘든 경우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반자매마인 ‘지니스딜라이트’(4세, 암, 미국)가 한 마리 더 있다는 것. 이 같은 현상은 별 주목을 받지 못하던 ‘밸리브리’가 2006년과 2007년에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밸리브리'의 혈통이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밸리브리’ 동생들인 ‘지니스딜라이트’와 ‘플레잉폴리틱스’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은 따가웠다. 워낙 혈통이 유명하지 못한 편이었으며 ‘밸리브리’의 성적 하나만 믿고 줄줄이 동생들을 영입한다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는 조소 섞인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소속조 홍대유 조교사의 믿음은 확고했으며 분명히 적중했다. ‘플레잉폴리틱스’는 데뷔전을 포함해 두차례 경주에 나섰지만 결코 신예마필로 볼 수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6월 21일(토) 경주에서는 2위마를 대차로 따돌리며 결승선을 통과해 경마팬과 마필관계자를 모두 놀라게 했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플레잉폴리틱스’의 1300m 통과기록이 1분 19.1초로 찍혔으며 종전기록인 ‘프린스미나르디’의 1분 20초 기록보다는 무려 1초 가까이 앞당긴 기록이다. 1300m 평균기록이 1분 24.7초이니 전체마필 평균보다도 5초 이상 빠른 성적이다.

‘플레잉폴리틱스’의 구간기록 또한 남달랐다. 발주기를 출발해 초반 200m의 주파기록을 알려주는 S1F 기록이 13.4초로 나왔으며 결승선 전방 200m부터 결승선까지의 기록인 G1F 기록이 12.4초로 나왔다. 통상적으로 S1F가 G1F보다 빠르면 선행형, 그 반대면 추입형으로 나누지만 ‘플레잉폴리틱스’의 경우는 S1F 통과기록이 G1F보다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S1F가 13초 초반대면 선행력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아직 3세임에도 불구, 막판 추입력과 지기 싫어하는 근성은 타고난 것으로 볼 수 있디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과연 ‘밸리브리’의 동생답다”는 말이 나오는 건 괜한 일이 아닌 듯 하다. 이른 감이 있지만 벌써부터 경마팬들은 “올 그랑프리(GI)에서 형제마끼리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다.

경마공원의 터줏대감이 하나둘씩 노쇠한 기운을 보여주는 사이, 신예마들의 등장은 ‘영원한 강자는 없다’라는 경마의 진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며, 발전하고 있는 한국경마의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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