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제기
소비자 물가가 지난 6월 5.5%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또한 기대 인플레 심리도 팽배해 있는 상태이다. 특히, 수입물가 상승으로부터 유발된 국내 물가의 상승은 내수 침체를 유발하고,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마저 제기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물가 상승의 원인, 소비자물가에의 파급 영향과 이에 따른 소비와 투자의 변화 등을 살펴보고,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수입 물가 동향 및 급등의 원인
(동향) 수입 물가는 2007년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 2008년 1/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23.9%, 4~5월에는 38% 등 상승률 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2008년 1/4분기 중 광산품 53.1%, 농림수산품 33.3%, 공산품 12.1%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개별 품목별로는 농산품과 작물, 연료광물 및 석유제품 공산품 가격들이 크게 오르고 있다.
(급등 원인) 이러한 최근 수입물가 급등의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수입물가 상승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역시 국제 유가와 원자재가 급등이다. 국내 원유 도입 단가를 보면 2007년 2/4분기 평균 66달러에서 2008년 2/4분기에는 107달러로 급등했다.
둘째, ‘차이나 인플레 수출’도 국내 수입물가 상승을 유발한 중요한 요인으로 판단된다.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국의 빠른 물가 상승 그리고 위안화 평가절상 등의 영향으로 중국의 수출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 수출물가 상승의 한국 수입물가 상승에 대한 기여율이 2004년 7%에서 2007년에는 28.4%로 급등하였다.
셋째, 원화 약세도 일정 부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08년 4~5월 월평균 원화표시 수입물가 상승률 38.0% 중 11.2%p가 원화 약세에 기인하고 있다.
3. 수입 물가 급등의 파급 영향
첫째, 수입물가 10% 상승 시 소비자 물가는 35개월에 걸쳐 2.9%(누적 기준)의 상승 압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 1월부터 2008년 5월까지의 물가지수 월간자료를 이용한 장기관계 추정 결과) 지난 4~5월 수입물가 상승률 38%를 감안할 경우 국내 소비자 물가는 향후 3년에 걸쳐서 매년 평균 3.7%의 추가적인 상승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향후 3년간 연 평균 6.1%까지 급등할 수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2007년 2/4분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 2.4% + 추가적인 상승압력 3.7%p) 한편 수입 원유가 10% 상승 시에는 소비자물가는 43개월에 걸쳐 1.4%(누적 기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수입물가 급등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은 가계의 구매력 저하와 실질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07년 1/4분기와 2008년 1/4분기 1년 동안 우리나라 전체 가계의 실질소득은 1.2% 증가한데 반해 실질지출은 2.6%로 두 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여, 가계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되었다. 이에 따라, 2007년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 가계의 소비심리는 급속도로 냉각되어 왔다.
셋째, 물가 상승은 수요부진과 생산비용 상승을 초래하여 기업들의 투자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전경련과 한국은행이 조사한 BSI를 기준으로 볼 때, 물가가 급등한 2007년 말 이후, 기업들의 업황 및 채산성 전망이 급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7년 상반기 11% 내외의 설비투자율이 2008년 1/4분기에는 1.4%까지 급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입물가 급등은 상대적 취약 계층(중·저소득 가계, 중소기업)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필수적 지출 품목인 식료품, 광열수도 등은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이나 해외 에너지 자원 수입에 의존하여 수입 물가 급등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저소득층은 이와 같은 필수적 지출 품목이 소비지출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수입 물가 급등의 부담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업황과 채산성 전망에 대한 BSI 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또한, 원자재 구입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도 중소기업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 정책적 시사점
첫째, 정부는 중기 물가 안정대책을 수립하고 실시해야 한다. 해외 부문의 원가 상승은 국내에서는 향후 3년여에 걸쳐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다른 여건상의 변화가 없다면 6%대의 물가 상승률도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중기 물가 관리 목표(기존 2.5~3.5%)를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물가 관리 대책도 향후 3년 정도의 중기 대책을 마련하고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둘째, 수입물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차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최근 물가 상승 요인은 대부분 해외 Cost-Push에 의한 것이므로, 물가 상승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통화 금리 등 거시적 정책보다는 수입물가와 국내 소비자물가 간의 연결고리를 끊어주는 미시적 정책이 더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 가스, 수도, 대중교통, 물류 운송 등 부문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또는 유류세 환급)을 확대하여 2차 물가 상승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서민층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시적 관세 및 소비세 인하 등을 단행하여 물가 상승 압력을 분산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석유류, 농산물 등의 국내 유통 체계 개선,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에너지 절감 상품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등을 통하여 물가 상승 요인을 흡수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장기적인 차원에서 대중 교통망 확충, 국가 표준 에너지 절감 시스템 개발 및 보급, 에너지 효율성 관련 세제 지원 등과 같은 에너지 이용 효율화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
셋째, 경기 급랭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국제 유가의 급등 등으로 인한 내수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생활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경기의 급랭을 막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신규 일자리 창출이나 저소득 계층의 실질 구매력 확충에도 힘써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존의 일자리 확대정책에 더하여 추경 편성을 통한 공공 건설 활성화가 필요하다. 저소득층 실질 구매력 확충을 위해서는 주요 생필품에 대한 한시적 소비세 인하,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 세제의 물가연동제’ 등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고유가·원자재가 급등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전 국민의 고통분담을 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최근 고물가-저성장의 어려움은 해외 부문의 물가 급등에 따른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의 첫 번째는 전 국민의 고통분담 노력이다. 고통 분담이 없이 가계는 물가 상승분을 임금 인상으로 전가하고, 기업은 인상된 임금을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하게 되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고통분담을 위한 전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나서야 한다.
웹사이트: http://www.hr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