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공기업 민영화: 10년의 공백과 4가지 함정

1. 민영화 추진 현황

새 정부가 출범한지 3개월 만에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집권 초기에 강력히 추진하다가 중간에 흐지부지하면서 용두사미처럼 끝나곤 했던 과거의 공기업개혁 패턴이 벌써 시작되고 있다. 특히, 민영화의 4가지 함정(요금 인상, 고용 불안, 경제력 집중, 증시 침체) 중 하나인 ‘요금 인상’의 함정(수돗물 괴담 등)에 빠져서 정책의 추진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이 보고서는 과거 정부에서 추진된 바 있는 5차례의 민영화 추진경과를 살펴보고, 정책추진 과정에서 흔히 빠지기 쉬운 4가지 함정을 정리해 본 다음, 그 해법은 물론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의 민영화 정책이 다시 본 궤도로 올라가고, 성공리에 마무리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몇 가지 정책적 제언을 하였다.

2. 5차례 민영화와 10년의 공백

공기업 민영화는 일제의 귀속재산을 중심으로 해방이후 1950년대에도 일부 시도된 바 있지만, 본격적인 민영화는 지난 1968년(제1차: 박정희 정부), 1980년(제2차: 최규하-전두환 정부), 1987년(제3차: 전두환, 노태우 정부), 1993년(제4차: 김영삼 정부), 1998년(제5차: 김대중 정부)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바 있다. 그리고 나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의 민영화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제1차 민영화) 1968년부터 1973년까지의 제1차 민영화(대한통운, 대한항공, 대한해운, 인천제철 등)는 주로 주식매각과 시중은행에 대한 현물출자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제조, 운수, 항공분야의 공기업이 대상이었다. 민영화 이전에는 대부분 적자였으나 이후에는 흑자로 전환되어 ‘성공한 민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제2차 민영화) 1980년부터 시작된 제2차 민영화(한일은행, 제일은행, 신탁은행, 조흥은행 등)는 금융자율화의 여건 조성을 위해 4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추진되었으며, 공개 경쟁입찰을 하되 대주주의 소유지분 한도를 5%로 설정하였다. 당시에는 획기적이라고 했지만, 정부가 은행경영에 계속 간여함으로써 결국 ‘실패한 민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제3차 민영화) 1987년부터 시작된 제3차 민영화(포항제철, 한국전력, 증권거래소 등)는 당시 정부에서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민영화 작업을 추진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포항제철, 한전, 국민은행 등 우량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민주 방식 민영화는 주식의 대량공급으로 증권시장 침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으며, 재정수입과 서민층의 재산형성에 보다 높은 우선순위를 두어, ‘공기업의 효율성 제고’라는 민영화의 본질적 목표에는 소홀했다.

(제4차 민영화) 1993년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시작된 제4차 민영화(대한중석, 한국비료, 외환은행 등)는 한국중공업, 가스공사, 국민은행 등 58개 공기업의 매각과 경영권 이양, 11개 기관의 통폐합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으나, 실제로는 대한중석, 한국비료, 외환은행, 한국이동통신, 데이콤 등 22개 공기업의 경영권 이양 또는 일부 지분의 매각에 그쳤다.

(제5차 민영화) IMF 외환위기의 극복과정에서 1998년부터 시작된 제5차 민영화는 기존 정부조직이 아닌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고, IMF 외환위기라는 외부의 충격을 동력으로 삼아 한국중공업,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대한송유관공사 등 8개사의 민영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권 후반기에 정책의 추진력이 떨어지고 노동조합 등 이해집단의 반발로 인해 한국전력,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3개 공기업은 부분민영화에 그쳤다.

이상 5차례의 공기업 민영화는 (1)경제력 집중과 대기업 특혜시비에 대한 우려, (2)공기업 임직원과 노조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 (3)증시 규모와 자금력 취약, (4)정부의 확고한 신념과 정책추진의 일관성 부족 등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리고 나서,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의 민영화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3. 민영화의 4가지 함정과 극복 방안

앞에서 살펴본 과거 정부의 5차례 민영화 경험과 해외 사례를 토대로 하여, 민영화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흔히 빠지기 쉬운 4가지 함정인 ①요금 인상, ②고용 불안, ③경제력 집중, ④증시 침체와 이의 극복방안,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 함정=요금 인상) 민영화된 기업의 이윤극대화 논리에 의해 서비스 요금이 올라가고 서비스 수준은 떨어질 것이라는 함정이다. 요즘 ‘하루 물값 14만원’이라는 수돗물 괴담이 그 단적인 예이다. 이의 극복 방안은 (1)가격과 서비스 품질을 감독하는 별도의 규제기구 설립, (2)경쟁의 활성화와 경영 효율화, (3)도서벽지 등의 서비스 적자를 보전해주는 가칭 ‘보편적서비스 기금’의 신설 등이다. ‘요금 인상’의 함정을 극복한 성공사례로는 영국 통신사업의 민영화時 별도의 독립규제기구(OFTEL; 통신위원회, Office of Telecommunication)를 신설하여 부당한 요금 인상을 방지했고, 독일의 우정사업(DPWN)은 개방과 경쟁의 활성화로 오히려 우편요금을 내린 경우가 있다. 실패사례는 영국 전력산업의 민영화時, 발전회사를 2개로 분할하여 과점상태를 유지함으로써, 가격 불안정을 자초했던 경우이다.

(두 번째 함정=고용 불안) 민영화 이후 경비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며 고용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함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1)경영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비절감, (2)정년퇴직 등 자연감소분(매년3~5%) 활용, (3)일정기간 고용보장이나 고용승계 등이 시도된 바 있다. ‘고용 불안’의 함정을 극복한 성공사례로는 일본 우정민영화時에 ‘고용배려’ 원칙을 미리 천명하여 불안감을 해소했고, 독일 우정사업이 노조와의 협의 하에 퇴직자 등 자연감소분을 활용했던 경우가 있다. 실패사례는 영국 철도산업이 누적적자와 저수익 구조를 인력감축에만 의존함으로써 안전사고 빈발 등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다.

(세 번째 함정=경제력 집중) 공기업 민영화에 참여할 수 있는 몇몇 대기업으로의 경제력집중이 더욱 심해질 것이며, 전체적인 경제발전에는 오히려 해가 된다는 함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국민주 방식, (2)황금주 제도, (3)소유지분한도 설정, (4)여러 기업들의 컨소시엄 구성, (5)연기금, PEF 등 기관투자가 중심의 안정주주제도 등이 시도되었다. ‘경제력 집중’이라는 함정을 극복한 성공사례는 1988년 포철 민영화 당시에 3%의 소유한도를 설정하여 소유를 분산시킨 것이며 이후 경영실적도 매우 좋아졌다. 1995년 이동전화(PCS) 사업자선정 당시에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입찰하도록 했던 경우도 성공사례다. 실패사례는 1957년에 상업은행들을 민영화했으나 재벌의 금융독점과 정경유착 논란을 초래하여 5.16 군사정부로 하여금 은행주식 강제 환수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네 번째 함정=증시 침체) 거대한 규모의 공기업이 민영화되어 증권시장에 상장될 경우 매수여력이 취약한 증권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함정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1)전환사채 발행, (2)해외DR발행, (3)블록딜(block deal), (4)여러차례에 걸친 분할매각 등을 통해 물량을 분산시키는 방식이 시도되었다. ‘증시 침체’라는 함정을 극복한 성공사례는 2002년 한국통신(KT) 민영화 당시에 총5회에 걸쳐 국내외에 분산 매각하여 70%에 달하는 대규모 지분을 무리없이 소화한 경우다. 실패사례는 1988년과 1989년에 포철과 한전이라는 거대 공기업의 주식을 한꺼번에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증시침체라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다.

4. 민영화 정책 성공을 위한 정책 제언

첫째, 새 정부는 민영화의 함정(trap)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현 정부는 하루 물 값이 14만원이라는 수돗물 괴담, 즉 민영화로 인한 ‘요금 인상’의 함정에 빠져 있으며, 여기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다양하며, 요금인상 없는 민영화를 성공시킨 사례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아울러, ‘고용 불안’과 ‘경제력 집중’, ‘증시 침체’와 같은 다른 민영화 함정에도 걸려들지 않도록 충분히 검토하여 이에 대한 대응논리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민영화 정책과 같이 이해관계와 찬반여론이 복잡한 과제는 정권 초기에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목표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서두르지 않아야 정책의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에서 살펴본 5차례의 민영화 중에서 4차례(1980년, 1987년, 1993년, 1998년)가 정권 초기에 이루어졌으며, 초기에는 과감히 추진하여 성공리에 마무리하는 듯하다가, 정권 말기에는 추진동력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따라서, 여론의 지지가 높은 정권 초기에 추진하되, 목표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이해관계자로부터 독립적인 ‘민영화추진기구’의 설립과 전폭적인 권한위임이 필요하다. 대통령직속으로 민영화추진TF를 신설하고, 민영화특임장관을 임명하여 민영화 업무를 전담하도록 해야 정책의 추진력이 생기고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도 우정사업을 담당하는 총무성과 별도로 내각부(우리의 ‘총리실’) 산하에 ‘우정민영화준비실’을 설치하고, 우정민영화담당장관을 임명하여 전담케 함으로써 다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우정민영화를 성공시켰다.

넷째, 지분 매각을 통한 소유권 이전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의 경쟁환경 조성과 경영행태 변화가 민영화의 성패 여부를 좌우한다. 1981년부터 시작된 4대 시중은행(한일은행, 제일은행, 서울신탁은행, 조흥은행)의 민영화가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민영화 이후에도 여전히 정부가 은행장 임명과 기타 경영에 간섭함으로써 민영화된 은행들의 경영실적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섯째, 경제력집중과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투명한 매각절차와 경쟁 입찰방식 등 민영화 추진과정 하나하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 SK), 1994년 한국이동통신(SK 텔레콤)이라는 건실한 공기업을 인수하여 사업다각화와 규모 확대에 성공한 SK그룹의 사례처럼, 공기업 민영화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절차의 투명성과 결과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칫 특혜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여섯째, 증권시장을 감안하여 최적의 매각 방식과 타이밍(시기)을 설정해야 한다. 1988년 포항제철, 1989년 한국전력의 주식을 국민주 형태로 다수의 서민들에게 배정했는데, 국민의 재산형성을 지원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주식의 대량공급으로 증권시장이 침체되는 부작용을 초래한 바 있다. 증권시장의 수급상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분할 매각, 단계적 매각, 블록딜(Block Deal), 전환사채 발행 등 다양한 매각 방식과 공급물량 분산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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