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영어교육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공동 성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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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문화연대
2008-07-17 14:29
서울--(뉴스와이어)--한글문화연대(대표 고경희)를 비롯한 스물한개의 시민사회단체는 2008년 7월 17일(목), 초등학교 영어교육 폐지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올 초 영어몰입교육 정책을 발표했다가, 국민의 광범위한 저항에 부딪혀 정책을 거둔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영어 공교육 강화’라는 미명 아래 ‘영어숭배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초등학교 3~6학년의 초등 영어 수업 시수 확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한글문화연대를 비롯한 스물한개의 시민사회단체는 사교육비의 주범이자 교육균형을 파괴하는 초등학교 영어교육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성명을 다음과 같이 채택하였습니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을 폐지하라. "

초중등 교육은 국가가 맡아야 할 영역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국가는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 지역 편차에 구애됨이 없이, 학생들이 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커가도록 인성 함양과 지식 습득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자라나는 세대가 한민족의 정체성을 이어받아 발전시키고, 민주시민으로서 우리나라와 세계의 평화 번영에 이바지하도록 목표를 이끄는 것이 정부와 교육자의 기본 책무다.

그러나 2008년 초 ‘영어몰입교육’ 파동에서 드러났듯이, 지금 우리 교육은 기회 균등의 원칙을 잃어버리고 민족 정체성마저 부인하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꽁무니만을 따라다니기에 바쁜 영어사대주의자들은 영어 구사 능력이 마치 생존의 필수 조건인 것처럼 전 국민을 협박하였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영어 사교육비 지출 증대와 미국의 창을 통해 우리 생활과 세계를 해석하는 정체성의 혼란이다.

비록 국민의 광범위한 저항에 부딪쳐 영어몰입교육 정책을 거두었다고는 하나, 정부 고위 관료들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의 영어 수업 시간을 지금의 주당 한 시간에서 주당 세 시간으로, 초등 5~6학년은 지금의 주당 두 시간에서 세 시간으로 늘려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우리는 이 방침에 반대하며, 더 나아가 초등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을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초등영어교육은 사교육비 증대의 주범이다. 1997년 초등학교에 영어교육이 도입된 이래 초등 저학년뿐만 아니라 미취학 유아와 갓난아기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한 영어 교육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고, 영어 마을을 만들수록 조기 유학생 수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었다 그것도 모자라 다시 영어 수업을 더 늘리겠다는 것은 이 불길에 부채질하여 학생과 학부모를 옭아 넣는 꼴이다.

둘째, 영어교육 과열은 어린이들의 지적, 정서적 발달을 가로막는다. 영어에 너무 많은 걸 투자하면 반드시 다른 것을 잃게 마련이다. 영어교육산업에서 주장하는 각종 비현실적인 이론과 맹목적 정부정책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의 모국어 구사 능력은 점점 퇴보하고 있다. 더불어 민족 정체성에 기초한 자기 정체성은 갈수록 더 혼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 확실한 사실을 알면서 제물로 삼아도 좋다는 말인가?

셋째, 교육의 심각한 불균형을 부른다. 영어교육을 중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국어교육과 다른 교과목은 가벼이 여겨지고, 중등 이후 영어 이외의 다른 외국어에 대한 관심 역시 소홀해진다. 또한 영어 사교육의 기회와 재원을 갖고 있는 가정의 자녀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편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교육 전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때가 있다. 우리 국민들의 지혜와 열정을 모아 세계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갈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어에 기반을 둔 의사소통능력과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주목해야 한다. 영어 말하기 능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란 생각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영어교육은 중학교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으며 말하기 교육에 치우쳐서도 안 된다는 영어교육학계의 의미 있는 주장을 경청하라.

정부의 영어교육 편중 정책은 세계화 추세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아니다. 미국을 세계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냉전시대의 낡은 논리로는 급변하는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인재를 길러내기 어렵다. 미국 꽁무니만 따라 다니면서 영어 망상을 강요하는 교육은 우리 민족의 국제적 고립마저 자초할 위험이 높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

우리의 요구

1. 교육부 영어교육강화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나아가 초등학교 영어교육을 전면 폐지하라!
2. 교육부 영어교육강화팀을 즉각 해체하라.

2008년 7월 17일
한글문화연대,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운동본부, 동북아평화연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외솔회, 우리말로 학문하기,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움직이는말글문화, 전국국어교사모임, 짚신문학회, 풀꽃세상을위한모임, 한겨레말글연구소, 한국대학교육연구소, 한글사랑운동본부, 한글재단, 한글철학연구소, 한글학회, 한말글문화협회, 한민족문화학회, 홍세화 작가

한글문화연대 개요
한글문화연대는 2000년에 창립한 국어운동 시민단체로, 한글날을 공휴일로 만드는 데 가장 앞장섰으며, ‘언어는 인권’이라는 믿음으로 알 권리를 지키고자 공공기관과 언론의 어려운 말을 쉬운 말로 바꾸는 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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