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가장 원초적 본능인 먹을거리에 대한 위협은 우리를 분노케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뭐 특별한 진수성찬을 원했던가?

그저 세 끼 따스한 밥에 반찬 서너 가지면 족하다는데……. 이런 소박한 밥상조차 꿈꿀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 무엇보다 간절한 것은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처럼 따뜻한 온기가 있고 믿을 수 있는 음식이다. 여기 오래전부터 큰 변화 없이 그런 소박한 우리네 밥상 문화를 이어온 곳이 있으니, 바로 절집의 공양간이다.

《산사의 아름다운 밥상》(아름다운인연)은 저자가 30년 전 출가를 결심하고 찾았던 지리산 대원사부터 강원도 산꼭대기에 있는 흥덕사, 서울 한복판에 오똑하니 살아남은 동대문 안양암 까지 12곳 사찰의 공양간 풍경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절집 잔칫날도 있었고, 장 만드는 날도 있었고, 제삿날도 있었고 또 아무 날 아닌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날의 풍경이 별반 다르지가 않다. 음식 재료들도, 만드는 방법도, 심지어는 음식을 준비하는 분들까지도 서로서로 닮았다.

몇 백 명의 사람이 먹을 음식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두 명의 공양주 보살이 토닥토닥 준비하는 모습이나, 내일이 절집의 제일 큰 잔칫날인데 전은 내일 아침 마당에 핀 컴프리의 잎을 따다 부치면 된다고 유유자적 일찍 집으로 돌아가 버리는 공양주의 모습은 어찌 그리 한가하고 느긋한지……. 굳이 사찰음식의 특별함을 찾으라면 일체 부산함 없이 뚝딱뚝딱 건강한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밥과 나물반찬 서너 가지가 다인 소박한 밥상이지만 그 안에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기에 저절로 밥상 앞에 앉은 우리의 마음을 경건하게 한다. 이것은 비단 사찰음식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당연시했던 그 마음을 절집 공양간에선 남보다 조금 착실히 지켜오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들도 그 마음을 따른다는 것을 묵묵히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 차례

1장 웃음이 절로 나는 별미 중의 별미(지리산 대원사)
2장 지상에서 가장 겸허하고 청빈한 식사(승주 선암사)
3장 “신선한 재료로 담박하게 만드니 얼매나 좋으니껴”(문경 김룡사)
4장 오늘 상차림도 조촐합니다(곡성 관음사)
5장 이 정갈한 밥상을 누군들 마다할까요(산청 금수암)
6장 건강에도 좋고 자연에도 좋은 식사(서산 개심사)
7장 깨끗하고 맛있게, 나누어 모자라지 않을 만큼(도봉산 원통사)
8장 섬 같은 암자의 보물 같은 공양간(동대문 안양암)
9장 그 몸과 마음 소독 좀 하소(오대산 지장암)
10장 좋은 음식은 몸이 먼저 압니다(운길산 수종사)
11장 가난한 절집의 막장 담그던 날(양구 흥덕사)
12장 차별 없이 고루 나누는 밥, 공양(수원 봉녕사)

* 저자 소개

글쓴이 이경애는 1953년 경상남도 거제에서 태어났다. 제도교육을 일찍 파하고 신문사와 방송사, 잡지사 등에서 일했으며, 불교방송에서 라디오 드라마 작가로 활동했다. 현재 서울 북촌에서 우리 근대 생활물건들을 전시한 북촌생활사박물관(http://www.bomulgun.com)을 운영하며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오디오불교설화집》《세상에서 제일 귀한 보물》《즐거운 소풍》 등이 있다.

사진을 찍은 하지권은 1971년 출생으로 월간 <샘이깊은물>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인연을 맺고 대장경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촬영을 9년 동안 했으며, 화엄사의 화엄석경을 비롯해 국내와 일본의 초조대장경을 사진 데이터로 구축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질긴 절집과의 인연 덕분에 지금도 월간 <불광>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며 틈틈이 이 땅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카메라에 삶의 모습과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글 이경애, 사진 하지권/ 변형국판/ 228면 /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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