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한국무역협회와 세계경제연구원은 서울 세계무역포럼의 일환으로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문화비평가인 기 소르망(Guy Sorman)氏를 초청, 23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었는가? (Can Korea Still Compete?)"를 주제로 특별조찬강연회를 개최했다.

다음은 기 소르망氏 특강의 주요내용이다.

세계무역포럼에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제목이 자극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한국의 현황을 소개하기 위한 접근방법으로 생각해주기 바란다. 현재의 상황을 미국발 금융위기에 관한 언급 없이 설명하기 어렵다. 나는 긍정주의도 부정주의도 아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자 한다. 미국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혁신과 수출의 확대로 성장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도 미국이 혁신에 있어서는 세계의 주도자라는 사실을 바꾸지 않는다.

새로운 혁신, 새로운 발명이 있기에 경제가 성장한다. 금융분야에서도 파생상품 형태의 신상품들이 보급화되었는데 이러한 파생상품은 전세계 각국에 새로운 회사들을 설립했고 기존회사에 새로운 투자자본을 제공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좋은 자본’과 금융에서 끝나버리는 ‘나쁜 자본’을 구분해야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둘의 도달점이 결국은 상호 연결되어있다. 오늘날 세계는 5%의 성장률을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성장 수준은 파생상품을 비롯한 새로운 금융상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금번의 금융위기는 혁신적인 신상품들이 금융시장에서 새로이 적용되면서 겪게 된 시행착오라고 본다. 신상품이 시행착오를 겪으면 개선되게 마련이다. 한동안 규제 강화로 금융시장의 운행폭이 제한될 것이고 이것이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것이고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 사실이다. 앞으로 2~3년 동안은 세계경제의 성장이 더딜 것이지만 그렇다고 경제침체가 올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혁신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은 오늘날처럼 혁신적이었던 적이 없다.

한국경제는 최상의 조건이 아닌 세계경제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 예상했던 환경도 아니다. 세계 경제성장이 더딜 때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높인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은 연초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고 이전에 소유하던 경제비교우위를 많이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첫째, 중국 등 저임금노동으로 무장된 경쟁국의 추격이 심화되고 있으며 한국 상품은 가격경쟁력으로 세계시장에서 밀리고 있다.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의 국가 및 상품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비교우위를 잃고 있는 두 번째 이유는 노동시장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경직되어 있고 임금이 비교적 높다. 사실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하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높은 임금 수준보다는 복잡한 노동시장 규제, 노사협상의 어려움, 경영자가 운신할 수 있는 고용결정 폭의 불확실성이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한국문화는 유독 미래지향적인 것 같다. 현재를 설명하는 것보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훨씬 더 재밌고 부담이 없다. 10년 뒤에 내가 신문에 기고한 미래를 전망하는 칼럼을 누가 기억하겠는가. 한국사회가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이는 프랑스와 비슷한 점이기도 하지만, 승자를 직접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민간부문에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산업을 선정하여 이 산업에 돈을 투자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1970년대, 조선업이나 자동차 등 특정산업을 선정해서 집중 육성한 선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제는 최후의 성공 여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오늘의 세상은 더 이상 1970년대의 세상이 아니다.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해졌고, 경쟁이 심화되었고 혁신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프랑스 역시 얼마 전 정부차원에서 전략위원회를 설립한 적이 있는데 당시 내가 전략위원회에게 물어보았다. ‘20년 전에 이 위원회가 설립되었다면 이 위원회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을 만들었을 수 있을까? 아니다.’ 물론 이런 전략위원회가 성공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주도 정책은 많은 경우 민간부문의 혁신의 역할을 소외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전략은 1970년대처럼 오늘날은 유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국정부가 최근 발표한 신성장동력산업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어떠한 조건들이 필요한가? 현재는 그러한 조건들이 갖춰있지 않다고 본다. 경제성장의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하겠다.

첫째, 적정한 자격의 인력이 필요하다. 한국에는 교육을 받은 인력이 많다. 심지어는 너무 많다. 현재 한국에서 대졸 인력의 실업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대학교육과 한국 경제가 필요하는 인력의 요건 사이의 괴리가 날로 커지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해외로 나가는 것은 개인적 해결책이 될지는 몰라도 사회 전체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이러한 인력난은 한국경제의 구조와도 상관있다고 본다. 한국경제는 아직도 대기업과 중공업산업에 너무 집중되어 있다. 대기업도 중공업도 아닌 회사가 스스로를 표현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폭이 너무 없다. 학생들이 받는 교육을 바꿀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학교는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양의 공부를 유구하면서도 창의적으로 사고할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있다. 나는 한국교육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방법이 문제라고 본다. 교육제도의 개선은 간단하다.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 그리고 공, 사교육 내에서의 경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둘째,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참여를 더욱 장려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노령화 사회로 위협을 받고 있다. 경제성장은 간단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면 된다. 일본이나 프랑스는 더 적은 수의 사람들이 더 적은 수의 시간을 일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못하고 있다. 미국은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더 많은 수의 시간을 일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을 하고 있다. 여성의 참여율을 높이고 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 적어도 연 1~2%로 여성의 노동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여성의 노동참여율을 높이지 않는다면 더 많은 이주노동자를 받아드려야 하는데 우선 이주노동자는 해결책의 일부가 될지는 몰라도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더 많은 고인력을 수용해야하는 것은 사실이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를 가면 마치 UN에 온 듯하다. 그들은 이미 전 세계의 사람들이 투입되어야만 온전한 문제해력능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다양한 문화적 시각을 수용하는 개방적인 국가만이 성장할 수 있다. 한국이 더 많은 외국인 학생과 인력을 받아드릴 것을 권고한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사실은 한국의 취약한 국가브랜드이다. 아직도 세상에는 한국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프랑스 사람들은 삼성제품을 사면서도 삼성이 일본회사라고 생각한다. ‘한국’이라는 브랜드는 잘 안 팔린다. 상품만 팔리면 국가브랜드가 대수인가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국가브랜드는 매우 중요하다. 어느 한 국가의 브랜드이미지는 그 국가의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팔리는 가격과 세계시장의 소비자들의 제품 로열티와 직결된다. 제품의 상업적 매매거래 뒤에는 반드시 문화적 인지가 있다.

한국의 브랜드이미지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만약 한국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드린다면 즉시 전문적이고 세계적인 규모의 PR회사를 고용해서 제도적으로 한국의 브랜드가치를 홍보하라. 일본은 이런 방법으로 지난 50년간 자국 브랜드가치를 높여왔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은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전문가를 고용한 적이 없다.

더불어, 한국경제가 너무 중공업에만 집중되어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관광산업 등 서비스업이 마치 중공업보다 덜 고귀하고 수익성이 덜 한 산업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본다.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산업들이 많다고 본다.

22일이 마침 한국노동연구원의 30주년이라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비롯한 많은 주제들이 토의되었고 모두가 1960년대에 제정된 노동법규 등 규제 완화를 통한 노동시장 경직성의 완화가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동의했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쉽지만 여기에 그치지 말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팔아야’ 한다. 의견을 당당히 주장하고 남들을 설득하라.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전하고, 설명하고 관철을 위해 협상을 하지 못한다면 이는 소용없다. 한국 정부가 만약 경제정책이나 노동정책에 대해 여론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실패한다면 이 정책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장 (사회)

22일 한국 정부는 22개 신성장 과제에 5년간 총 99조4000억원(정부 7조9000억원·민간 91조5000억원, 문화콘텐츠 제외)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개인적으로 산업정책에 대해 연구를 해온 사람으로 이 주제에 대한 소르망씨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한국이 70년대에 추진한 중공업산업 육성정책과 어제 발표된 정책과는 많이 다르다. 당시 중공업산업 육성정책은 순수 정부주도의 정책이었고 어 발표된 정책은 정부와 민간의 의견이 모두 반영된 것이다. 또 1970년대에 정부는 금융정책, 세재혜택 등을 인위적인 인센티브를 동원할 수 있었으나 오늘날은 시장의 개방화와 세계무역의 규제 강화로 정부가 운용할 수 있는 도구가 제한되어 있다. 또 한국 역시 과거의 정책이 오늘날에는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Q. 세계금융위기에 대해 ‘반은 긍정적인’ 중립적 입장을 취하셨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번 위기가 미국발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현재까지 즐겨온 세계경제에서의 우위를 허락해야 된다고 보는가?

A. 미국을 우위로 삼는 것은 사람들을 미국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최근 일련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경제이기 때문이다. 또 내가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배경에는 언론에서 이번 위기를 현실보다 너무 과대해석하고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한국의 노사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말씀하신다면?

A. 한국의 노조는 아직도 스스로가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하는 젊고 정당한 투사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한국 노조는 이미 국민을 대변하는 집단이 아니라 스스로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라는 사실을 노조도 사회도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본다. 국민을 대표할 정당성은 노조에게 있는게 아니라 선거로 국민의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과 국회에 있다. 한국 국민 역시 비교적 젊어서 그런지 여전히 스스로가 투표한 결과로 부여된 정당성을 받아드리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최근 한국에서 있었던 대규모 시위에도 물론 솔직한 심정으로 참여한 사람들도 있지만 정치적 보복으로 나온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보여졌다. 한국 국민은 정치적 정당성과 민주주의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행동해야한다.

정부는 추진하고자 하는 사회,경제, 노동 정책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노동시장의 융통성을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과 차별이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종의 사회적 안정망이 조성된 환경 하 모든 고용계약의 형태를 ‘기준계약(standard contract)’으로 통합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애초에는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계약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여론에게 정책의 방향과 목적을 정확하게 설명을 하고 노조의 영향력을 조금씩 줄이고 여론을 설득하는 것이 주요 관건일 것이다. 국민은 설명 없이는 변화를 받아드리지 않을 것이고 국민이 받아드리지 않는 변화는 관철하기 어렵다.

자유경제주의의 대표적인 변론인으로도 잘 알려진 기 소르망氏는 프랑스, 미국, 한국을 비롯한 세계 언론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자 경제학자ㆍ사회학자이자이다. 1944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동양어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파리행정대학원(ENA)을 졸업했다. 스탠포드대·베이징대·코르도바대·모스크바대·파리대에 교수로 활동한 바가 있고 1995년부터 2년간 프랑스 총리실 전망위원회 위원장으로 프랑스의 대외문화정책을 지휘하였고 2002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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