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폭발적 내수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자리를 지키고 있는 러시아는 국제적인 고유가에 힘입어 최근 몇 년째 경기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3, 2004년의 경우 러시아 국민의 일인당 실질소득이 각각 14.1%, 9.8% 성장하였는데, 이수치는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실질적인 수치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작년의 경우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10.8%증가하면서 소매업 매출이 전년 대비 12.1% 늘었고, 이는 내수 경기 활황세로 이어지고 있다. Ramstore(대형 슈퍼마켓 체인), IKEA(대형 가구백화점), Metro(대형 창고형 매장), Auchant(대형 슈퍼마켓 체인)와 같은 외국계 대형 유통 업체들은 물론, 러시아계 대형 유통소매업계 또한 최근 2~3년간 매년 2배 가까운 폭발적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끝없이 늘어나고 있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모스크바는 물론, 지방 중소 도시로의 유통망 확충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중 연간 매출액이 15억 달러가 넘는 곳도 있는데, 매장수와 시장진출 역사를 고려한다면 상당한 매출 규모라 할 수 있다.
2. New Russian-러시아 신흥 부유층의 엄청난 구매력
90년대 중후반 러시아에 신흥 부유층이 새로이 형성됐다. New Russian이라는 의미의‘노브이루스끼’라는 계층이다. 이들은 형성과정 측면에서 볼 때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시장 경제로 체제가 바뀌는 와중에 국영기업의 사유화를 통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부류와 개방 후 비즈니스에 일찍 눈을 떠 보따리상부터 시작해 엄청난 재산을 모은 부류이다. ‘노브이 루스끼’들의 평균 수입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최소 만 달러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최저 수준이 만 달러일 뿐 최상류층의 경우라면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쉽지 않다. 그들이 얼마나 많은 물건을 사는지 역시 가늠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소비력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벤츠 600시리즈 차량이 가장 많은 도시, 페라리와 같은 최고가 자동차들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모스크바이다. 명품 소비의 천국이라 하는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명품 매장들이 모스크바 곳곳에 널려 있고, 입장료가 2천 달러가 넘는 고급 파티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고급 제품들의 고객은 바로 러시아의 신흥 부유층‘노브이 루스끼’들인 것이다. 최근 Forbes에서 발표한 개인재산 10억 달러 이상의 세계 갑부 리스트에 러시아 갑부가 27명이나 올랐는데, 특히 미국에 이어세계에서 갑부가 가장 많은 나라가 러시아라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3. 소비의 핵-러시아 중산층의 등장
‘노브이 루스끼’와 달리 최근 몇 년 사이 러시아사회에 또 하나의 새로운 계층이 등장했는데, 이름 하여‘중산층’이라는 것이다. ‘노브이 루스끼’들이 경제력과 함께 권력의 주변에 있는 극히 제한된 최상위 부유층이라면, 중산층은 중고가 제품의 소비를 주도하는 계층이라 할 수 있다. 모스크바 카네기재단에서 2003년 발표한 러시아 중산층에 대한 연구 자료를 보면 러시아의 중산층은 전체 인구의 21.2% 이며 이들의 소득 수준은 러시아 평균 급여 수준의 약 3배 정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러시아의 중산층이란 1,000달러 이상의 월급을 받고 있는 3천만 명 내외인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나가는 러시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2005년 현재 러시아 중산층의 수입 수준이나 규모는 더 늘어났을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아직 교육이나 의료 분야 등이 정부 보조에 의존하는 사회주의적 전통이 유지되고 있고, 또 저축에 대한 개념 없이 수입의 대부분을 지출해 버리는 성향 때문에 비록 명목 소득은 낮아도 실질가처분 소득은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러시아 내 다른 지역보다 수입 규모나 생활수준이 2~3배 이상 높은 모스크바 중산층들의 구매력은 더욱 그렇다.
4. 단순히 고유가만으로 인한 호황은 아니다
폭발적 내수 및 소비 급증이 있지만 특별한 제조업 기반이나 성장 동력 없이 국제 고유가 분위기에 편승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내는 분석들도 적지 않다. 천연자원 수출 호조에 따른 외환 유입으로 루블화가 평가절상 되고 이로 인해 나머지 산업은 오히려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2004년 달러화 가치의 지속적 하락이라는 세계 경제의 전반적 추세 속에서 루블화절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외환당국은 늘어난 통화량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면서 루블화의 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였다. 또 작년의 경우 러시아를 이탈했던 국내 자본의 회귀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설비투자도 늘었는데, 이는 현재의 내수시장 상황과 국제경제 환경이 향후 러시아 경제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러시아 기업들이 판단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금융 완화 기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급 준비율을 낮추면서 작년 4분기에 은행들의 현금 유동성이 개선되면서 올 상반기에는 은행들이 대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늘어난 통화량이 기업대출을 통해 산업설비에 투자되면서 산업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조금씩 만들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시장경제 전환에 대한 외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원만해진 미국 및 서방 세계와의 관계를 이용해 자국 경제를 세계경제에 편입시키면서 2002년 상반기 중 유럽연합과 미국으로부터“시장경제국가”라는 지위를 부여 받았고, 또 2003년 11월, 2004년 10월, 2005년 2월에 Fitch, Moody’s, S&P 로부터 차례로 투자적격등급 판정을 받으며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긍정적 발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YUKOS사에 대한 정부의 간섭으로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려를 하기도 했지만, 푸틴행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국내정치 안정, 에너지의존 산업구조 개편 노력, 지속적인 친시장주의 경제정책 등을 고려해 볼 때 다소간의 부침은 있어도 큰 틀에서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해나가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5. 잠재된 기회의 땅, 러시아
‘러시아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1990년 전후부터 러시아 시장을 계속 지켜봤던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한숨의 소리이다.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닐까라는 아쉬움의 탄식인 것이다. 하지만 실망을 하긴 아직 이르다. 넓디넓은 영토와 1억 4천 5백만의 인구, 그리고 러시아와 유사 경제권이라 할 수 있는 여타 구소련 공화국의 1억 3천만 인구가 눈앞에 있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 추세 속에서도 연 7%대의 성장과 함께, 2010년까지 GDP를 2002년 수준의 2배로 늘리겠다는 고성장 정책을 펴고 있어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파트너는 이에 따른 동반상승 효과를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또 구소련 붕괴와 함께 무너진 국내 제조업 기반이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최근 회생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외국 제조업과의 격차는 여전히 큰 편이다. 한국과 중국 간의 기술 격차가 상당 폭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새삼스러운 소식이 아니지만, 러시아와 한국 간에는 아직도 제조업 기술격차가 존재한다. 한 마디로 러시아는 내부 경쟁자가 아직 미성숙한 단계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러시아극동 지방, 4~5시간이면 도착하는 시베리아 지방도 있다. 극동과 시베리아지방은 모스크바에 비해 구매력이나 인구 면에서 매력이 조금 덜 하다고 볼 수 있지만, 모스크바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수월하고 아직 소자본으로 접근할 수 있는 아이템이 많기에 중소업체들이 신규 진입하기에 용이한 지역이다. 또 극동 및 시베리아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모스크바에 비해 모든 면에서 소외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에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접근해야
전체적인 성장세, 확대일로의 내수 시장 등 앞서 언급한 것 외에도 러시아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많다. 한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어마어마한 천연자원의 보고, 세계 최고의 과학 기술 수준, 향후 TSR-TKR 연결을 통한 물류 혁명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들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물론 막상 러시아를 사업 파트너로 대할 때 겪어야 하는 난관 또한 만만찮다. 언어 장벽, 미비한 법제도, 관료 부패 등등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때까지 관망을 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가 그 단계에 이르면 그 곳은 이미 엄청나게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위험과 기회(Risk & Opportunity)라는 관점에서 지금 러시아를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 경제발전 및 통상부가 러시아에서 활동 중인 158개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8%가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는데, 이는 앞으로 러시아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90년대 후반 러시아 경제위기 당시 러시아 시장을 버리고 떠났던 일본 가전 업체는 지금 다시 시장 진입을 하느라 고전을 하고 있는 반면, 당시 오히려 공격적인 시장 공략 전략을 폈던 한국 가전 업체들은 지금 러시아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 매김을 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지금은 너무 장대한 프로젝트에만 관심을 집중하지 말고 중소규모의 실질적인 교류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국내 언론에서 대러시아 사업이라고 하면 철도연결이나 에너지개발 프로젝트 등 대규모 사업을 우선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데 그 대형 사업들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고 관심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하는 것임엔 분명하지만 그런 것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투자에 들어가기 전 일정기간 무역 거래를 통해 시장 파악과 파트너와의 신뢰 형성을 한 후에 현지 투자에 들어가듯, 대형프로젝트 역시 유사한 중소형 프로젝트들로 러시아 시장에서 포석을 다진 후에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양국 간 외교 관계가 일천하다 보니 러시아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정보가 너무나 부족하여 막상 기회가 와도 제대로 옥석을 가리지도 못하고 놓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기회는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이 있듯 욕심 내지 말고 실질적인 성과들을 가시적으로 하나, 둘씩 만들어 나갈 때가 바로 지금이다.
LG경제연구원 오영일 경제연구그룹 책임연구원
<러시아 경제 이해를 위한 몇가지 팁(Tip)>
● 마피아는 조폭이 아니다
러시아와의 비즈니스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 러시아 마
피아일 것이다. 러시아에도 조폭 같은
무리가 있지만 그들은 세계 어디에나
있는 깡패, 폭력배일 뿐 마피아가 아니
다. 마피아란 구소련 시절 권력의 핵심
과 주변에 있던 인물과 조직들이 체제
전환 과정에서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재
산과 권력, 위치 등을 승계한 다양한
파워 집단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자
면 유력 정치인, 러시아 대기업 지도부,
경찰이나 세무서, 세관 간부 등을 대표
적인 마피아로 볼 수 있다. 즉, 자신의
활동 영역에 따라 적합한 마피아가 따
로 있는 셈인데, 어떻게 보면 중국의
관시(關係)가 바로 러시아식 마피아인
것이다.
● 공식 임금통계 자료와 실제의 차이
공식 통계상으로 러시아인의 월평균 급
여는 400 달러가 채 안 된다. 물론 지
방에는 400 달러 미만의 소득자가 아
직 많지만, 모스크바와 같은 대도시의
월평균 소득은 5~6백 달러 이상이고,
특히 에너지 관련 러시아 회사나 금융
권의 월급은 최소 천 달러에서 시작한
다. 세계적 다국적 기업에서는 능력만
있다면 월 5천 달러의 임금도 주저 않
고 지불하고 있다. 통계는 통계일 뿐 사
업을 하려는 외국인들에게는 또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
● 러시아는 단일 시장?
러시아는 분명 한 나라지만 워낙 면적
이 넓다 보니 지역에 따라 시장의 특징
이 다르게 나타난다. 크게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서부 지역, 시베리아 지역,
극동 지역으로 대별되는데 기본적 공통
점은 있지만 지역별 선호도와 유행의
시점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 지역별로
시장 공략법을 달리해야 한다.
● 러시아 비즈니스는 대면(face to
face) 전략으로
요즘은 러시아도 통신 시설이 많이 좋
아져 온라인을 통한 비즈니스 상담, 주
문 등도 꽤 많이 이용되는 편이다. 하지
만 아직도 러시아 사람들은 상대방과
얼굴을 맞대고 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선호한다. 러시아인들은 남을 잘 믿지
않는 성향이 전통적으로 강하기 때문인
데, 전화상으로 잘 안 풀리던 문제들이
직접 만나 얘기를 하면 의외로 쉽게 풀
리는 경우가 많다.
● 러시아인들은 보드카만 마신다?
러시아에서 보드카는 러시아의 상징처
럼 인식되는 존재이다. 그 만큼 술을 즐
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보드카보다 맥
주를 즐기는 경향이 퍼지고 있다. 독주
로 인한 알코올 중독이 사회적문제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 정책의 일환
이기도 한데, 중장년층에서는 보드카가
아니라면 코냑을 즐기는 편이다. 그리고
여성들의 경우는 와인을 매우 선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자리에 보드
카가 빠지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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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일 책임연구원 3777-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