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재고 변동으로 살펴본 제조업종별 경기 판단과 시사점’

서울--(뉴스와이어)--현대경제연구원 ‘재고 변동으로 살펴본 제조업종별 경기 판단과 시사점’

1. 개 요

재고의 변동은 공급 측면에서의 생산과 수요 측면에서의 출하가 서로 불일치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공급(생산)이 수요(출하)보다 많을 경우 재고가 늘어난다. 따라서 현재 생산이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재고가 증가하고 출하가 하락하고 있다면 향후 생산 감축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본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재고, 출하, 생산의 연관성을 주요 제조업에 적용하여, 업종별로 어떠한 경기 국면에 위치하고 있는 지를 대략적으로 판단해보고자 한다.

분석 대상은 재고 통계 파악이 가능한 제조업 부문에서 광공업조사통계 상 생산지수 가중치 비중이 높은 섬유, 식료품, 석유정제, 화학, 철강, 반도체, 전자부품, 컴퓨터, 통신 방송 장비, 기계, 자동차 및 트레일러, 조선의 12대 산업에 한정하였다. 다만 조선업의 경우 재고 통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후방 산업인 후판 제조업을 고려하여 간접 추정하였다.

분석 방법은 1차적으로는 출하-재고 사이클을 통해 특정 업종의 2008년 4/4분기 현재(10~11월 평균치를 사용) 경기 국면을 파악해 보았다. 2차적으로는 생산증감률 수준(부호)과 생산조정 시기(증가세가 둔화되는 시기와 증감률의 부호가 양에서 음으로 전환된 시기)를 관찰하여 같은 국면에 위치하는 업종들의 대략적인 선후를 판단해 보았다.

2. 거시적 재고 변동

(재고 급증) 거시적인 재고 변동의 특징은 첫째, 2008년 하반기 이후 경제 전체 재고가 급증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이는 외환위기의 재고량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기인 2000~2001년의 재고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2008년 초 약 100% 내외 수준에 불과하였던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이후 급등세를 지속하여 11월 현재 약 130% 수준까지 급증해 있는 상황이다.(1998년 11월 이후 최고치)

(경제성장률 과대평가) 둘째, 높은 재고 수준을 고려해 볼 때, 경제성장률이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생산 측면이 아닌 재고를 제외한 실수요 측면에서 경제성장률을 계산해 보았을 때, 2008년 3/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3.0%로 외형상 경제성장률인 3.8%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즉 총수요 측면에서의 경제성장률은 외형상 성장률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GDP 감소 예상) 셋째, 재고율 급등을 감안할 때 향후 경제성장률 급락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11월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이 만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08년 11월 제조업 생산 증감률은 △14.8%로 1975년 이후(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8.0%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이미 생산 감축 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07년 기준 제조업 생산이 총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0%에 불과하나, 제조업 재고 변동이 경제 전체의 총수요 변동을 포괄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GDP가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3. 주요 제조업종별 재고 변동

■업종별 경기 국면

(경기 호황 업종) 경기 상황의 정도에 따라 업종별 경기를「회복 → 호황 → 후퇴 → 불황」의 네 국면으로 구분한다면, 2008년 4/4분기 현재 석유 정제, 조선 부문은 여전히 경기 호황 국면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후퇴 업종) 대부분 제조업종들은 후퇴 국면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업종별로 다소의 시차가 존재한다. 화학, 철강, 전자부품, 통신·방송 장비 업종 등은 2008년 4/4분기에 이르러 생산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어 후퇴 초기 국면에 위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식료품, 기계 업종의 생산은 이미 08년 1/4분기중 증가세가 둔화되고 2/4분기에 감소세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현재 본격적인 후퇴 국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황 업종) 수출 수요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반도체, 자동차 업종은 재고 증감률과 출하 증감률이 모두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경기 불황 국면에 진입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섬유와 컴퓨터 업종은 재고 출하 사이클상 경기 후퇴 국면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으나, 생산이 장기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어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주요 특징

(제조업 경기 악화 장기간 지속 예상)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2008년 4/4분기 현재 제조업의 주요 특징으로는 첫째, 제조업 경기 악화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제조업 전체적으로나 대부분 업종들의 경우 재고 출하 사이클 상 2007년 4/4분기 이후 2008년 4/4분기에 이를 때까지 여전히 경기 후퇴 단계에 머물러 있다. 즉 대부분의 제조업 부문은 아직 가장 어려운 국면인 경기 불황 단계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자동차 업종의 불황 국면 진입) 둘째, 주력 수출 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등의 경기 악화가 선행하고 다른 산업이 이를 뒤따르고 있다. 현재의 경제상황 악화가 대외 충격으로부터 비롯되고 있기 때문에,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 반도체 업종이 먼저 불황 국면에 진입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본재 산업의 생산 감축 시작) 셋째, 자본재 산업중 기계, 화학, 철강 산업은 본격적인 생산 감축 조정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계, 화학, 철강 산업은 재고증감률이 상승하고 출하증감률이 하락하는 경기후퇴 국면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2008년 4/4분기에 들어 모두 생산이 감소하고 있어 향후 본격적 생산 감축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경쟁열위산업 장기 침체 지속) 넷째, 경쟁 열위 업종인 섬유, 컴퓨터 산업은 구조적 경쟁력 상실과 산업 경기 침체가 동시에 작용하는 최악의 국면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섬유와 컴퓨터 부문은 재고 출하 사이클상 경기 후퇴 국면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두 업종의 출하증감률이 상당 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중장기 사이클상 산업 구조적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황 국면에 있는 조선업도 경기 후퇴 진입 예상) 다섯째, 수주 산업인 조선 업종은 외형상 호황 국면이나, 단기간 내 경기 후퇴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재고 통계가 존재하지 않은 조선 업종의 경우 현재 생산과 출하 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의 후방 산업인 중후판 업종의 재고 출하 사이클이 경기 후퇴 양상을 나타내고 있어, 조선업도 조만간 후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4. 정책적 시사점

첫째, 주력 수출 산업중 불황 국면에 먼저 진입한 자동차, 반도체 산업 등에 대해서는 정책적 지원을 통한 시장 보호에 나서야 한다. 최근 주요 국가들이 자국의 반도체, 자동차 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적인 산업보호정책 추세를 방관할 경우 우리 산업들이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업종들이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임을 감안하여 수출 관세의 한시적 감면, 마이너 마켓 진출 확대를 위한 금융 지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내수 시장마저 위축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소비세의 추가 인하 및 감세 기간 연장, 등록세 감면 등의 정책도 필요하다.

둘째, 경기 후퇴 국면에 위치한 자본재 산업에 대해서는 업계의 자율적인 생산 조정을 유도하여 경기를 연착륙시켜야 한다. 철강, 기계, 화학 등 주력 기간산업의 재고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방치할 경우 업체간 과당 경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업계의 자율적인 생산 조정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쟁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여, 금융권의 우량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대한 독려,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 체제 구축 분위기 확산 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경쟁열위 업종에 대해서는 산업 합리화 정책을 가속화하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경쟁력을 상실한 산업의 경우 신속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유휴 노동력이 장기간 방치되지 않도록 실효적인 재취업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이 병행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열위 산업군에 있는 기업이더라도 기술력이 있을 경우 R&D 투자 지원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경기 호조 산업의 경우에도 산업 내 과잉투자에 대한 선제적 리스크 점검으로 급격한 경기 침체를 방지해야 한다. 비록 현재 호조를 유지하고 있는 산업의 경우에도 여신 건전성 점검 등을 통해 향후 예상되는 업종 경기 침체를 대비하여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한편 조선업의 경우 정치적이고 인기영합적 판단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기준에서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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