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이후 소득분배 추이
우선 지니계수 추이를 살펴보면 참여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 소득분배 상황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난다. 2인 이상 도시 근로자가 구의 월 평균 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02년 0.312에서 2003년 0.306으로 감소했다. 1997년0.283에서 1998년 0.316으로 급등한 뒤 4년 동안 0.31~0.32선에 머물다가 2003년 크게 떨어진 것. 2004년 지니계수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아 지니계수를 통해 2003~2004년 소득분배구조 변화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2003~2004년 기간을 포함해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소득분배 상황 변화를 살펴보려면 부득이 분위별 소득배율을 분석해 봐야 한다. 소득배율은 우리 경제 전반의 소득분배 상황이 좋아졌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근거로 활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대신 계층별 소득분배 상황을 살펴보는데 유용한 지표다.
통계청 가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가구의 10분위 소득배율(최상위 10% 가구의 월 평균 소득/최하위 10%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2002년 8.25에서 2003년 8.93으로 오른 뒤 2004년 다시 9.30으로 상승했다. 10분위 소득배율이란 도시 근로자가구를 월 평균 소득이 작은 가구부터 큰 가구 순으로 일렬로 세운 뒤 10개소그룹(분위)으로 나눴을 때 최상위 10%에 해당하는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을 최하위 10%에 해당하는 가구의 월 평균 소득으로 나눠 구한 값이다. 빈부 격차가 클수록 10분위 소득배율 값이 커진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도시 근로자가구의 5분위 소득배율(최상위 20% 가구의 월 평균 소득/최하위 20% 가구의 월 평균 소득) 역시 2002년5.18 → 2003년 5.22 → 2004년 5.41 등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소득분위의 범위를 넓게 잡을수록 소득배율의 증가 폭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예컨대 상하위 30% 소득배율(최상위 30% 가구의 월 평균 소득/최하위 30%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2002년 3.85에서 2003년 3.80으로 떨어졌으나 2004년 3.91로 올랐다. 상하위 50% 소득배율도 2002년 2.53 → 2003년 2.48 → 2004년2.52 등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특히 상하위50% 소득배율의 경우 2004년 수치가 2002년 수치보다 작아 주목된다.
중위층 분배구조 개선 상하위층 소득격차 확대
소득 분위의 범위를 일부 중위층을 포함해 넓게 잡을 경우 소득 배율의 증가 속도가 줄어드는 것은 중위층 소득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요컨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상위층(9, 10분위)과 하위층 (1, 2분위)간 소득 격차는 갈수록 확대됐으나 중위층(3~8분위)에서는 분배 형평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을 로렌츠곡선으로 예시하면 로렌츠곡선은 소득수준이 낮은 가구부터 높은 가구 순으로 정렬한 뒤 가로 축에 소득액 순으로 가구 수의 백분비, 세로축에 해당 가구들의 소득 합산액의 백분비를 각각 나타내는 방식으로 그린다. 소득 불균등 정도가 커질수록 대각선에서 멀어지며 모든 가구의 소득이 똑같은 완전평등의 경우 대각선과 일치한다.
참여정부 들어 나타난 소득분배의 이 같은 특징은 전국 근로자가구의 월 평균 소득 기준 소득배율을 살펴볼 때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전국 근로자가구의 10분위 및 5분위 소득배율은 2003년 1/4분기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 상하위 30% 소득배율도 상승세를 보였으나 증가 폭은 최근으로 올수록 작아 졌다. 나아가 상하위 50% 소득배율은 2003년 1/4분기~2004년 1/4분기에 수치가 커졌으나 2004년 2/4분기 이후엔 오히려 감소했다. ‘상하위층 악화, 중위층 개선’으로 요약되는 최근 2년간 소득분배 구조 변화는 분위별 소득점유율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도시근로자가구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 가구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 24.6% →2003년 23.8% → 2004년 23.6% 등으로 점점 떨어졌다. 하위 10% 계층의 소득점유율 역시 2002년 3.0% → 2003년 2.7% → 2004년 2.5%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중위40% 계층(5~8분위)의 소득점유율은 2002년34.5% → 2003년 35.2% → 2004년 35.4%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1980년 이후 소득분배 구조가‘중위층 개선, 상하위층 악화’양상을 띤 경우는 1984~1985년과 2002~2004년 두 차례다. 1984~1985년에는 이런 모습이 미미하게 나타났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02~2004년의 경우 이 같은 경향이 매우 뚜렷이 관찰된다. 이런 점에서 2002~2004년 소득분배 구조의 변화 패턴이 참여정부의 남은 집권기간에도 지속될지 주목된다.
중산층 증가의 시그널인가?
중장기 관점에서 볼 때 외환위기 직후 두드러졌던 상위층의 소득점유율 급등세는 최근 2년 여 동안 꺾이고 있는 양상이다. 반면 중위층의 소득점유율은 최근 3년간 소폭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사실만 갖고‘참여정부 들어 중위층(또는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있다’고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첫째, 1~2년의 짧은 기간에 나타난 이런 현상이 얼마나 이어질지 속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이 같은 현상이 진정한 의미의 중산층 증가, 곧‘소득이 증가한 일부 서민층 가구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뜻하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이 현상은 최근 2~3년 동안 하위층 빈곤화가 급속도로 심화됨과 아울러 상위층(자산계층)의 소득이 부동산 가격 및 시중금리 하락에 따라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셋째, 중위층 소득점유율 증가 추세는‘중산층 붕괴’현상과 동행하고 있다. 예컨대 중산층에서 하위층으로 내려앉는 사람(A)이 있으면 그 빈자리를 채우러 상위층 말미에서 내려앉는 사람(B)도 있다. B의 소득이 A의 소득보다 많으면 중위층 소득점유율은 전보다 커질 수 있다.
소득 분배와 경제 성장의 관계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전반적인 소득분배 구조는 그다지 개선되지 못했다. 중위층에서 소득분배 개선 조짐이 나타났지만 10분위 또는 5분위 소득배율 기준 소득분배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한편 참여정부 집권 2년 동안 경제성장률은1980년 이후 한국 경제의 연 평균 성장률(CAGR:Compound Annual Growth Rate)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03년과 2004년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3.1%와 4.6%(잠정)였다. 이는 2002~2004년 2년간 연 평균 3.9%의 성장률로 1980년 이후 연 평균 경제성장률 6.58%보다 2.68%포인트 낮다. 최근 2년간 경제성과가‘참여정부는 성장은 도외시하고 오로지 분배에만 주력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일까?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대신 분배가 개선됐다면‘참여정부 분배 치중론’이 딱 들어맞는 진단이다. 하지만 성장률이 하락함과 동시에 소득분배가 불균등해진 이상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참여정부의 경제성과는 성장과 분배를 대체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로 보는 시각에서 더 잘 설명된다. 1980년 이후 역대 정권의 경제성과를 돌이켜봐도 한국에서 성장과 분배는 보완관계 속에 놓여있다. 즉 성장이 좋았을 때 분배도 좋았고, 분배가 나빴을 때 성장도 나빴다는 얘기다. 예컨대‘6공’(노태우) 때는 분배와 성장 두 가지 모두 가장 양호했다. ‘국민의 정부’(김대중)시기에는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급격히 악화했다. ‘문민정부’(김영삼)와‘5공’(전두환)은 그 중간쯤에 자리한다. ‘참여정부’(노무현)는 성장 면에서 가장 나쁜 성적을 거뒀고 소득분배 상황은 국민의 정부 다음으로 좋지 못했다. 한편 미국의 경우 성장과 분배는 보완적이라기보다 대체적이다. 특히 소득분배 지표로 지니계수를 쓸 때 둘 간의 역 상관관계가 뚜렷이 드러난다. 이는 미국 경제가 한국 경제보다 전형적인 일국경제모형에 가깝고 해외요인의 영향에 덜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치적 경기순환(political business cycle)이 정착돼 있는 데서 드러나듯이 내부적 요인이 한국보다 더욱 강력히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참여정부 경제성적표 어떻게 해석할까?
‘성장 분배 동행론’의 관점에서 참여정부 2년간의‘경제성적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성장 및 분배 상황이 당해 정부의 의도, 의지와 역량에 좌우된다는 ‘내인론(內因論)’이다. 이를테면‘참여정부가 분배문제 해결에 골몰했으나 어설프게 대응하는 바람에 성장률 저하를 자초하고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분배도 악화됐다’거나‘참여정부가 분배를 버리고 성장에 치중했으나 결국 분배가 발목을 잡아 성장까지 놓치고 말았다’고 하는 식이다. 이런 류의 설명은 성장과 분배를 보완적인 관계 속에 놓고 본다는 점에서‘분배냐 성장이냐’는 식의 단선적인 설명보다 일견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내인론 만으로 특정 시기의 경제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논란을 부를 소지가 많다. 무엇보다 정권의 의도, 의지와 역량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설명방식은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점을 감안해 외생적인 충격요인이나 대외 경제 환경 변화가 경제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경제의 6공 호경기는 한국 정부의 의도나 역량과 무관하게 조성된‘3저(저 유가, 저 금리, 저 달러)’의 대외 경제여건에 힘입은‘단군 이래 최대 호황’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저한 소득분배 개선은 당시 절정을 향해 치닫던 민주화 운동의 열기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국민의 정부 당시 분배 및 성장 악화는 외환위기 충격과 취약한 사회안전망에서 일차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 무난하다. 같은 논리로 참여정부 들어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악화한 배경으로 글로벌 경기의 침체, 카드 사태와 이에 따른 가계파산 등 만만치 않았던 대내외 경제여건을 꼽을 수 있다.
외인론(外因論)을 도외시하고는 참여정부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성향이‘좌파적’이라고 알려졌으나 실제 경제정책이나 경제성과는 ‘우파적’으로 나타남)하고 6공 정부가‘깜박이는 오른쪽으로 넣고 막상 좌회전’한 정황을 이해하기 힘들다.
LG경제연구원 이철용 정책분석그룹 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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