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와이어)--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대책 현황과 쟁점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지 반세기 이상이 지났다. 미군은 해방 직후 미군정의 일환으로 한반도에 주둔하기 시작하여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그 규모가 수십만 명에 달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3만 명 선으로 감축되었다. 냉전시기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이었으며, 국가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탈냉전 이후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각종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는 2003년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the Future of the ROK-US Alliance Policy Initiative)’ 회의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2004년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2006년까지 경기북부 지역에 산재한 미군 기지들을 동두천과 의정부를 중심으로 통폐합하고, 2008년까지 평택지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을 둘러싸고 심각한 사회갈등이 발생한 것도 이 시점이다. 비슷한 시기에 매향리 사격장, 직도 사격장 등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갈등이 점차 심각해지면서 2004년 말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며, 2006년에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이 공포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부의 공여구역 주변지역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되었고, 이를 둘러싼 사회갈등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2009년 2월 2일 행정안전부는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을 수정·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경기도 내 공여구역 주변지역 시 군에 2009년부터 2017년까지 9년간 1조 1,425억 원의 국고보조금이 지원된다. 이번 발표에 대해 경기도는 추가지원을 촉구하면서 동두천시 지원에 대한 특별법 제정, 도로·공원 용도의 반환미군기지 토지 매입비 전액 국고 지원, 미군 집중지역 도로사업비 전액 국고보조, 미군기지 반환 지연시 보상대책 마련, 포천 등 대규모 미군 훈련장 주둔지역에 대한 대책 등을 요구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미군기지 주변지역의 현실, 무엇이 문제인가?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의 공여지 면적이 28.82㎢에 불과한 반면 경기도의 경우 동두천시 한 지역에서 40.63㎢의 지역이 공여되었다. 이것은 동두천시 면적의 42.5%에 해당하며, 전국 미군 공여지 면적의 16.15%이다. 파주시의 공여지는 무려 93.56㎢로 전국 공여지 면적(251.48㎢)의 37.2%에 달한다. 경기도의 미군공여구역 면적은 222.66㎢로 전국(251.48㎢) 대비 88.53%에 달한다. 이는 한반도 전장 환경의 특성상 서울 북방에 미군이 집중 주둔한 결과이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경기북부지역에는 한국군 전력의 주력도 주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연천군의 경우 군 전체 면적의 98%, 파주시의 경우에도 시 면적의 91%, 김포시는 79.2%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으며, 경기북부 전체 면적의 42.8%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북부지역은 행정구역상 경기도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개발제한이 가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수원규제, 그린벨트규제 등 다양한 중복규제를 받고 있다. 경기북부의 미군기지 주변지역도 마찬가지이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나 미군 공여지 주변지역에서 재산권 행사가 제한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도시개발이 이루어질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두천이다. 동두천시에는 미군 기지 내에 민간인 마을이 섬처럼 존재한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52세대 151명의 동두천 주민들은 마을 출입을 위해 미군부대 출입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을 수십 년간 겪어야 했다.

동두천시의 미군공여지와 캠프 호비 내 걸산동

동두천시의 경우 지역 경제의 12% 정도가 미군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17%가 미군관련 종사자들이다. 현재 동두천 주둔 미군은 2004년 이라크 파병으로 50% 가량 감소하여 5,700여명 수준이다. 그 결과 미군 관련 업소의 매출액이 60% 감소했으며, 상가의 40%가 휴·폐업 중이다. 그런데 미군 기지의 이전은 2012년에서 더 미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군이 나가는 것도 남아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반환 미군기지는 무상 양여되는 것이 아니라 유상 매입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자립도가 22.2%에 불과한 동두천시로서는 자체적으로 미군공여지를 매입할 수도, 발전계획을 시행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지역주민들이 정부의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기대하는 것은 일면 당연한 일이다.

포천시에는 국내 최대 미군 사격장이라는 영평사격장과 동양 최대 규모의 승진사격장이 있다. 연천군은 전체 면적의 98%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이들 도시의 재정자립도(2008년)는 각각 33.1%(포천), 28%(연천)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 도시 모두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성장관리권역’으로 분류되어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접근은 기본적으로 피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은 낙후지역 개발의 의미를 더 강하게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서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안은 없는가?

국가의 유지를 위해 안보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군(軍)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북부지역에 안보 부담이 집중되는 것 역시 불가피한 현실이다.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보에 있어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도 없다. 문제는 안보라는 공공재의 속성상 혜택은 전 국민이 고루 누리는 반면, 그 부담은 특정지역에 집중된다는 사실에서부터 시작된다.

반환 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을 둘러싼 논란은 국가안보라는 공공재를 둘러싼 우리 사회 내 여러 가지 갈등의 일면이다. 한국군이 대규모로 주둔한 지역의 문제는 미군 공여구역 문제와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문제를 무시하고 눈앞의 문제만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정부 정책의 형평성과 관련된 문제가 반드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안보 부담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문제는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미군이 집중 주둔하는 오키나와 지역에 대해 ‘오키나와 진흥개발 특별법’을 제정하여 지원하고 있으며, 냉전시기 독일의 경우에도 구 공산권과의 접경으로 인한 지역경제의 낙후를 개선하기 위한 지원법을 제정·시행한 바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1983~1987년 기간 중 지역경제 개선금 중 절반 이상을 접경지역에 지출했다.

안보를 위한 희생의 불가피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적법한 국가행위라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면 국가가 이를 보상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와 다르다. 소수라고 해서 특정 지역의 희생을 당연시하기 보다는 희생에는 보상이 따른다는 것을 원칙으로 천명하고 적절한 조치를 시행하여야 한다. 방폐장 등 공공재를 둘러싼 최근의 갈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가의 배타적 권한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이번 발전계획 내용에서 경기도 지역의 국비 지원 축소는 매우 불합리한 것이며, 당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오키나와 사례처럼 ‘동두천지원특별법’ 제정도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경기도를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 피해만큼의 배상·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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