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수출의 급격한 위축으로 인해 최근 제조업 경기의 하락이 외환위기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경기의 동시 하강으로 인하여 경기회복의 계기를 찾기가 쉽지 않아 실물경기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하강속도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고있다. 최근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들은 근래 들어 유례없이 빠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3분기 동안 평균 8.2% 증가율을 보이던 산업생산지수가 11월 마이너스로 전환된 데 이어 12월 들어 -18.6%로 하락해 동 지표를 발표한 이래 가장 큰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소매판매액도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고, 설비투자지수 등 투자지표들도 마이너스 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던 수출이 11월 이후 마이너스 증가율로 전환되더니, 최근 발표된 1월 수출 잠정치는 -32.8%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수요의 빠른 위축으로 경제성장률은 4/4분기중 전년동기비 기준 -3.4%로 크게 떨어졌다.

수출 감소가 경기 하락 주도

실물지표 하강 추이를 외환위기시와 비교하기 위하여 1997년 10월과, 작년 9월 이후의 주요 통계치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는 1997년 11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실물경기가 크게 타격을 받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10월 이후 심각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실물경제도 급락한 바 있다.

최근 생산관련 지표의 하강속도는 외환위기보다 빠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산업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이후 줄곧 하락세를 유지하여 12월에는 -18.6%의 증가율에 이르렀다. 이는 외환위기 시 산업생산 증가율 최저치가 -13.6%였던 것에 비하면 훨씬 빠른 속도이다. 산업생산 지표가 제조업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제조업 경기위축 속도는 외환위기시보다 더 가파른 것으로 판단된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12월 62.5%에 머물렀다. 이는 외환위기 시기 중 가장 낮았던 63.8%보다도 더 낮은 수치이다.

내수 측면에서 살펴보면, 소비 및 투자는 최근 크게 위축되고는 있지만 하강속도가 외환위기보다는 완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판매는 최근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지만 아직까지 외환위기 당시만큼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현재 소비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긴 하였지만, 국가부도라는 초유의 사태였던 외환위기 당시 충격이 훨씬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설비투자 역시 12월 -24%로 크게 감소하였으나, 외환위기 당시 -50%까지 투자증가율이 낮아졌던 점을 감안하면 조정 폭이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설비투자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자조정이 컸으며, 원화가치의 폭락을 막기 위한 고금리 정책 역시 투자 급락의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현재에도 회사채 발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신용경색이 지속되고 있으며, 기업들의 향후 투자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외부차입의존도가 낮아졌고, 그 동안 지속된 투자조정으로 과잉투자의 정도가 외환위기시보다 크게 낮은 점이 투자에 미치는 충격을 다소 완화시켜주는 요인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수출은 외환위기시보다 훨씬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외환위기 때는 세계경제 충격이 일부 아시아국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현재는 1월 중 수출증가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수출이 급락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급격한 경기하강은 상대적으로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시아 공업국의 수출 감소폭 커

수출이 이처럼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세계경기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지역별 수출 증가율 추이를 살펴보면, 미국, 일본, 유럽 등 對선진국 수출이 11월 이후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증가율로 전환되었다. 對中수출도 11월 이후 3개월 동안 -30%대의 수출증가율이 지속되고 있다. 높은 환율로 가격경쟁력이 커져 있는 상태에서 이처럼 우리 수출이 급락하는 것은 세계경제를 이끄는 주요국 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월 들어서는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수출 증가율마저 -36%로 급감하는 등 대양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으로의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경기 침체가 세계 대부분의 국가로 파급되었다고 판단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출의 감소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 국가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11월 들어 마이너스 수출증가율로 전환되었고, 중국, 브라질, 러시아, 아시아 개도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의 수출도 감소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수출 감소가 일본,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공업국들을 중심으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12월 수출이 -20%로 감소하였고, 대만 역시 -42%로 급감하였다.

현재 경기위축이 선진국 소비둔화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특히 경기에 민감한 내구재 소비 위축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아시아 공업국들의 경우 전기, 전자, 자동차 등 내구재나 관련 부품들에 대한 수출비중이 크다. 또한 이들 국가들은 개도국에 중간재 및 자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세계경기침체에 따라 개도국의 생산설비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이들 부문의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내구소비재와 자본재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64%로 매우 높다. 내구소비재 수출비중은 2004년 이후 줄어들고 있지만 이는 해외생산 확대로 부품 형태의 수출이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배제 못해

세계경기가 동시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경기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일부 국가만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대외수요, 즉 수출에 의해서 경기가 회복될 여지가 있다. 일례로 2003년 카드사태에 따른 경기하강은 당시 수출호조로 회복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모든 국가가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어 대외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공황이나 오일쇼크 시기 등 세계적 경기침체기에 경기하강이 장기간 지속되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재고순환 측면에서 보더라도 경기가 조정될 여지가 아직 크다.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는 시기에는 재고가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외환위기 당시 재고는 약 2년 동안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하며 큰 폭으로 감소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아직까지 재고조정이 크게 이루어지지 않아 이제 시작단계라고 볼 수 있다. 작년 12월 들어 재고 증가율이 둔화되었지만 여전히 7%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산업별로 살펴보아도 반도체 및 부품산업, 화학제품 등 주요산업들의 재고증가율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두 자릿수의 높은 재고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둔화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점도 경기 회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경기에 다소 후행하는 고용의 특성상 지난해 말 이후의 실물경기 급락이 금년부터 고용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낮은 가동률과 높은 재고는 기업들의 생산 및 고용조정 여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 조정과 이에 따른 소득창출 저하가 소비부진으로 이어지면서 고용과 수요 위축의 악순환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여 볼 때 2009년 경제성장은 당초 1%대 전망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마이너스 성장 역시 배제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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