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앓는 포스텍 신입생 백민우군, 남다른 노력끝에 입학

포항--(뉴스와이어)--“지금까지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혼자서 공부해왔습니다. 포스텍으로 목표를 정하고부터는 혼자 대학 교재를 구해서 독파했지요. 포스텍의 좋은 교수님들을 만나게 되면 더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희귀난치병으로 알려진 샤르코-마리-투스병(유전성 운동 및 감각신경병증·Charcot-Marie-Tooth disease)*을 앓고 있어 잘 걷지 못하는 포스텍 신입생 백민우(18) 군은 교육열이 남다르기로 유명한 경기도권에 살면서도 단 한 번도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학원에 다니는 학교의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백 군은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병 때문에 펜을 잡고 빨리 필기하기도 어려운 백 군의 성적에 선생님들도 늘 놀라워했다고 한다.

“민우가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1주일에 7~14권씩은 도서관에서 빌려다준 것 같아요. 정말 ‘서점에서 산다’고 할 정도로 책을 열심히 읽더군요.”

백 군의 어머니 권용실 씨는 독서와 공부를 좋아하는 백 군을 위해 책이나 영어 학습용 시청각 자료를 대신 빌려다 주거나, 영어단어 쪽지시험 감독을 하며 백 군의 공부를 도왔다. 어린 시절부터 남보다 월등했던 독서량과 한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어머니 덕택에 자연스럽게 한자를 공부하게 된 백 군은 한자 5,000자를 외워야 하는 ‘한자 사범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미국의 유명 수사드라마 , 의학드라마 <하우스(House)> 등을 좋아한다는 백민우군은 토익(TOEIC)과 텝스(TEPS)가 각각 910, 880점에 이르고, 한글 자막이 없는 드라마를 보는 정도로 영어실력도 뛰어나다.

그런 민우 군을 보면서 어머니 권용실씨는 아들이 당연히 법학을 전공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우군의 선택은 예상과는 달랐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화학에 재미를 느꼈어요. 말 그대로 정말 이유가 없이 화학에 대한 관심이 계속 생겨나는 거예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면 시야가 점차 넓어지는 것처럼요.”

화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백 군이 목표로 삼은 것은 포스텍이었다. 포스텍을 지망했던 누나(현재 국비장학생으로 일본 가나자와 공대 재학 중)의 영향이기도 했지만, 다른 대학들보다 유독 가족적이고 친근한 분위기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포스텍 경시대회에 왔을 때 ‘실력만 있다면 신체적 불편함에 대해서는 힘껏 지원해주겠다’는 방침을 들었어요. 휠체어를 타는 단 한 명을 위해 모든 시설을 정비했다는 이야기는 점점 걷기 힘들어지는 제게 큰 감동으로 와 닿았죠.”

그렇게 포스텍에 관심을 가진 백 군은 남들보다 훨씬 늦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대학교재를 구입해 일반화학과 유기화학 공부를 혼자 시작했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중학교 시절부터 ‘선행학습’을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다소 늦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백 군은 지난해 10월, 조기졸업자로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당당히 포스텍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포스텍 김무환 학생처장은 “미국 유학시절 가장 존경했던 교수님도 백 군과 같은 병을 이겨내고 훌륭한 학자로 우뚝 섰었다”며 “백 군은 장애가 있어 일반인들보다 갑절은 더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의 도움없이 탁월한 실력을 보인 데 대해 특히 놀라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면접시험에서는 화학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은 물론, 뛰어난 화학자로 성장할 자질을 충분히 보여줘 미래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학문의 세계에서 장애는 단순히 불편에 불과’할 뿐임을 증명한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대학원에 진학해 화학자의 길을 걸을 계획이다.

“아직까지 화학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어떤 분야에 특별히 더 관심을 가질 것도 없이 모든 분야가 다 재미있게 느껴져요. 그렇기 때문에 중·고교 시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제가 어떤 화학자가 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볼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시간의 역사>와 같은 기초과학도서도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샤르코-마리-투스병(Charcot-Marie-Tooth disease, CMT)

샤르코-마리-투스병 혹은 유전운동감각신경병은 운동신경 및 감각신경이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손상되는 질환을 말한다. 유전되는 말초 신경병으로 이 환자들은 발과 손의 근육들이 점점 위축되어 힘이 약해지며 발과 손 모양의 변형이 생긴다. 환자들의 증상은 유전자 돌연변이의 종류에 따라 거의 정상에 가까운 가벼운 상태에서부터 보행에 도움이 필요하거나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정도까지 다양하다.

웹사이트: http://www.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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