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꿈 연구자 미셸 주베가 쓴 소설 출간

서울--(뉴스와이어)--프랑스의 세계적 꿈 연구자 미셸 주베의 소설 『꿈도둑』이 번역가 이세욱의 번역으로 아침이슬에서 출간되었다.

역설수면(=렘수면)을 최초로 발견한 신경생리학자이자 의사이며 프랑스과학원 회원이자 프랑스국립과학연구소의 황금메달 수상자인 미셸 주베. 그런 그가 2004년에 발표한 『꿈도둑』은 자기와 같은 이름의 화자를 내세워 역설수면 단계에서 꿈을 조작하면 인격을 바꿀 수 있다는 가설을 둘러싸고 과학자들과 비밀 요원들이 뒤얽혀 벌이는 과학 스릴러이자 과학철학소설이다.

과학자가 쓴 소설이면서도 이야기꾼의 재능과 플롯 감각이 뛰어난 이 소설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파스텔 색조, 과학자들, 여행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미녀들, 비밀요원들이 끊임없이 어우러져 전개되면서 독자들의 흥미를 고조시키고 여기에 고급스런 이국정취, 회화 감상법, 중세의 수비학(數秘學), 기시감(旣視感), 황제 펭귄, 아주 작은 온도차에 민감하게 반응해 열리고 닫히는 ‘악마의 환약통’ 등 과학 애호가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 곳곳에 섞여들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국내 독자들을 위해 이세욱이 꼼꼼하게 역주를 달았다.)

이 소설을 통해 수면 연구, 정신분석학, 뇌과학의 최신 동향에 대한 정보들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이 분야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커다란 행운이다.

“오랜 연구 활동에서 나온 정확한 과학 정보에다 풍부한 인문학적 교양과 추리소설적인 서스펜스를 가미하여 과학과 인간에 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하는 고품격 소설”(옮긴이의 말)

『꿈도둑』을 위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야 한다!

이 소설에 대해 프랑스 평단은 ‘매력적’ ‘놀라운 상상력’ ‘감각적 플롯’ 등의 찬사를 보내면서도 기존 장르에 포괄될 수 없는 소설이 탄생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르 몽드>는 “신경생물학적 스릴러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어찌 보면 이 발랄한 이야기를 그런 범주에 넣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아예 이 소설을 포함시킬 만한 몽학(夢學) 추리소설이라든가 신경학 첩보소설 같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뜻밖의 재미가 있는 이 기이하고도 정겨운 과학 스릴러는 직접 맛을 봐야 그 진가를 안다”고 평했다.

<렉스프레스>는 “이 책은 추리소설일까? 작자 자신의 체험을 허구화한 모델소설일까? 아니면 과학소설이라고 불러야 할까?”라고 어떤 장르에 포함시켜야 할지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꿈의 조작을 상상한 결과……놀라운 소설이 탄생했다”며 “미래를 예고하는 소설”로 평가하기도 했다.

<르 피가로>는 한발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주베 교수는 『꿈도둑』을 소설이라고 명기하지 않았다. 소설이 아니라는 뜻일까? 그의 생각이 어떠하든 이 책은 잠과 꿈, 꿈의 해석과 조작이라는 주제에 대한 과학적이고 추리소설적인 변주이고, 그 구성은 대단히 소설적이다.”

꿈꾸는 나는 또 다른 나인가?

‘역설수면’이란 뇌 활동이 매우 활발한 수면 주기의 마지막 단계로서 수면의 나머지 단계는 물론이고 깨어 있는 상태와도 구별되는 불가사의한 상태이다. 뇌와 안구의 전기 활동은 매우 왕성한 반면 근육은 거의 완전하게 이완되어 있어 ‘역설’수면이라 이름 붙였고 영어로는 안구 운동이 빠르게 일어난다 해서 REM(rapid eye movement) 수면이라 한다.

미셸 주베는 역설수면이 온혈동물의 신경발생을 대체하여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진 개인적인 특성이 일상적으로 발현되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유전인자의 프로그래밍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꿈이 바로 그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역설수면이 교란되면, 다시 말해 역설수면 중에 나타나는 뇌파의 주파수나 지속시간에 변화가 생기면 우리의 ‘인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꿈도둑』의 추리소설적인 또는 SF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는 사람의 역설수면과 꿈을 조작하여 완전히 딴 사람이 되게 하는 실험을 상상한다. 이 가공할 실험의 창안자이자 첫 희생자는 놀랍게도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신경생리학자 미셸 주베이다.

열린 독법, 그리고 위대한 과학자의 유쾌한 일탈

『꿈도둑』은 여러 가지 독법이 가능한 ‘열린 작품’이다. 토마스 만의 대표적인 소설 두 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 역시 이 소설의 매력 가운데 하나다.

루트비히 만이라는 이름은 토마스 만을, ‘병자들의 산’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나왔다는 몬테그로토라는 이름은 ‘마의 산’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고, 테오도리크 호텔은 화자의 말대로『마의 산』에 나오는 국제 요양원 베르크호프와 조금 비슷하다. 그런가 하면 베네치아의 곤돌라와 관을 연결시키는 장면은 토마스 만의 중편소설「베네치아에서의 죽음」에 나오는 곤돌라에 관한 유명한 묘사를 생각나게 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평생에 걸쳐 확립한 이론을 완전히 뒤집어보는 과학자 미셸 주베의 자기 부정이「베네치아에서의 죽음」에서 주인공 아센바흐가 보여주는 자기 파괴를 닮았다는 점이다. 아센바흐가 자신의 성적인 정체성을 확인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면, 미셸 주베는 자신의 지적인 정체성을 전복시키면서 과학자로서의 죽음을 선택한다. 두 소설 모두 꿈과 비밀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벌어진 어떤 죽음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아센바흐의 죽음이 성적 욕망의 억압과 좌절을 뜻하는 것임에 반해, 신경생리학자 미셸 주베의 자기 부정은 기계적이고 환원주의적인 방법론을 경계하는 위대한 과학자의 발랄한 일탈이다. 그런 점에서『꿈도둑』은 과학철학적인 성찰을 담은 소설로도 읽힐 수 있다.

▶ 프랑스 언론 서평

『꿈도둑』에서 발견하는 은근한 마력, 이야기꾼의 재능, 플롯 감각……베네치아의 파스텔 색조, 몇 사람의 과학자, 베네치아라는 공간적 배경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예쁜 여자들, 비밀 요원들이 끊임없이 어우러져……뜻밖의 재미가 있는 이 기이하고도 정겨운 과학 스릴러는 직접 맛을 봐야 그 진가를 안다. ― <르 몽드>

주베 교수가 펼쳐 보이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 위해서 머릿속을 숫자로 가득 채울 필요는 없다. 문외한인 자들에게 복이 있나니, 그들의 머리가 충만해지리라! 뜻밖의 재미를 안겨 주는 이런 책은 뜻밖의 독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큰 성공을 거둔다 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놀라지 않을 것이다. ― <르 피가로>

미셸 주베는 꿈을 꾸는 동안 특별한 뇌파가 발생한다는 확증된 사실에서 출발하여 뇌파의 리듬을 변화시키고 그럼으로써 개인의 특성을 바꿔 버릴 수 있는 약물을 상상한다. 그 결과 놀라운 소설이 탄생했다. ― <렉스프레스>

▶ 『꿈도둑』 줄거리

사건은 9월 어느 날 저녁 파도바 근처의 온천장에서 시작된다. 진흙목욕과 온천 요법으로 명성이 높은 고급 호텔. 나이가 지긋하고 부유한 오스트리아 요양객들이 주로 찾아오는 이곳에 프랑스의 한 교수가 투숙한다. 4년 전부터 해마다 이 호텔에 들러 요양을 해온 그는 역설수면에 관한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과학자이다.

주베 교수는 베네치아에서 기차로 한 시간쯤 걸리는 곳에 있는 고급 호텔에서 관절통을 치료하기 위해 진흙목욕 요법을 받으면서 권위 있는 과학 잡지에 최근에 발견한 과학적 사실들을 보고할 논문을 작성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가 논문에서 밝히고자 하는 것은 연구 성과의 가시적인 부분일 뿐이다. 사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역설수면의 역할에 관한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에 은밀하게 몰두해 왔다.

이 가설에 따르면,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진 개인적인 특성이 일상적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역설수면이 필요하다. 만약 역설수면이 교란되면, 다시 말해서 역설수면 중에 나타나는 뇌파의 주파수나 지속 시간에 변화가 생기면, 우리의 ‘인격’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공표할 수 없는 정보다. 주베 교수가 그 물질을 쥐들에게 투여한 결과 쥐들의 선천적인 행동에 변화가 일어났고, 이 변화는 한동안 지속되었다. 이 물질을 인간에게 투여한다면 동일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관심을 가질 사람들이 많고 나쁜 의도로 그것을 이용하려는 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주베 교수는 온천 요법을 받기 시작한다. 호텔의 요양객들 중에서 저명한 의사인 루트비히 만 교수를 다시 만나고, 평소처럼 밤마다 꾸는 꿈들을 기록해 나간다. 매년 그랬듯이 베네치아 나들이도 빼놓지 않는다. 이번에는 옆방에 투숙한 나타샤의 권유에 따라 무라노 섬 쪽으로 가는 41번 수상버스를 이용하고 묘령의 무라넬라와 계속 마주친다. 그런데 그의 행동과 사고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면서 상황이 갈수록 나빠진다. 사고의 흐름에 이상이 생기면서 그는 논문 작성을 포기한다. 자신이 예전에 주장했던 이론들이 갑자기 공허해 보인다. 그는 평생을 바쳐 연구해 온 것들에 흥미를 잃을 뿐만 아니라 혐오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다시 며칠이 지나자 그는 학술대회에 참가하여 자신의 국제적인 명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겉모습을 완전히 바꾼 뒤에 나른한 온천장을 떠나 베네치아로 가서 예쁘고 상냥한 여성 정신분석학자를 만난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는 이제 예전의 미셸 주베가 아니다. 그가 꾸는 꿈들조차 예전과 다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꿈들이다.

세인의 존경을 받던 주베 박사는 결국 낡아빠진 운동화를 신고 리알토 다리 옆 계단에서 동성애자들 곁에서 잠을 자고 베네치아 고양이들을 위한 미사를 드리다가 유랑, 절도, 미풍양속 침해, 종교 모독 등의 혐의로 체포된다.……

▶ 지은이와 옮긴이

미셸 주베 Michel Jouvet

1925년 프랑스 동부 쥐라 지방의 롱스 르 소니에에서 태어난 의사이자 수면에 관한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신경생리학자이자 소설가이다. 1961년 리옹 의과대학의 수면 연구소를 이끌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수면 연구의 길을 열었으며 ‘역설수면’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후 리옹 의과대학 교수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 센터의 분과 책임자로서 수면에 관한 신경생리학적 연구 체계를 확립했고,『수면 상태에 관한 신경생리학』, 『수면의 역설』등과 같은 저서를 통해 수면과 꿈의 기능에 관한 독창적인 이론을 전개했다. 한편 1992년에는 18세기의 꿈 연구가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경이로운 소설『꿈의 성』을 발표하여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17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과학소설로서는 보기 드문 성공을 거두었다. 2004년에 출간한 두 번째 소설『꿈도둑』역시 학문적인 깊이와 소설적인 재미와 풍부한 인문학적 교양을 두루 갖춘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세욱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와 프랑스 오를레앙 대학 불문학과에서 공부했고 프랑스 문학과 이탈리아 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움베르토 에코의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베르나르 베르베르의『개미』,『타나토노트』,『뇌』,『나무』,『신』, 미셸 투르니에의『황금 구슬』,『사랑의 야찬』, 르클레지오의『하늘빛 사람들』, 미셸 우엘벡의『소립자』, 장 클로드 카리에르의 『바야돌리드 논쟁』,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늑대의 제국』,『검은 선』, 마르셀 에메의『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안나 가발다의『함께 있을 수 있다면』등이 있다.

▶ 책 속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하나의 인격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역설수면 덕분이야. 나는 꿈을 꾼다. 고로 존재한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꿈이 나를 만든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런 얘기일세. (33쪽)

어쨌거나 나 자신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나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예전과 달라 보이는 객체로서의 자아와 그 타아(他我)를 고찰하고 심판하는 주체로서의 자아, 나의 진정한 자아는 이 둘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가? 둘 중에 누가 변한 것일까? 이런, 내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니까,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110쪽)

정신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도 그와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어떤 학술대회에 가보면 참가자들이 정신의 ‘창발적’ 측면을 강조합니다. 정신이란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는 것이라서 거의 정의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또 어떤 학술대회에서는 똑같은 인지과학자들이 대뇌피질에 빨간 반점들을 찍어서 나타낸 정신의 지도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남극해에 떠 있는 대왕오징어의 시체처럼 이미 ‘수면 위로 나타난 정신’이죠……. (250~251쪽)

연락처

아침이슬 박성규 전화 02)332-6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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