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최근 들어‘중국 위협론’이 부쩍 자주 제기되고 있다. 종전에는 중국의 대표 산업이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이라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자본·기술집약적 산업이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산업은 또한 한국의 주력산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의 빠른 성장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5~10년만 지나면 한국이 설 땅이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 산업 발전의 수준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주의 깊게 검토해 보면 이 같은 걱정은 단지사태의 한 측면에 불과함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중국 신흥 주력산업의 부상은 또한 동시에 한국경제와 기업에게 거대한 수익기회를 창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이 등장하는 위협과 기회 요인을 철저히 점검해 슬기롭게 대처한다면 중국의 도전은 오히려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전자산업이 산업구조 고도화 주도

중국의 산업구조는 얼마나 고도화되어 있으며 그 속도는 얼마나 빠를까? 현재 중국의 제조업에서 경공업이 차지하는 비율(부가가치 기준)은 30% 아래로 떨어져 있어 일단 지표상으로는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훨씬 많이 진전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현상적인 지표에 비해 그 실질적 내용은 아직 취약한 편이다. 우선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 초에도 중화학공업 비율이 높았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계획경제 시대에 과도한 중화학공업 우선 정책을 편 결과, 지나치게 비대하고 경쟁력 없는 중화학 부문을 보유하게 됐던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유산은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부실국유기업으로 남아 있다. 이 점에서 높은 중화학공업 비율은 오히려 중국경제의 구조적 약점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속적인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철강, 화학, 기계 등 전통적 중화학 부문의 비중이 1990년대 후반까지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음으로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주도한 것이 전자산업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계획경제 시대에 미미한 존재에 불과했던 전자산업은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지속한 결과, 이제는 중국을 대표하는 주력산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속히 수출산업으로 부상해 이제는 중국의 수출구조상 경공업보다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전자산업이 기본적으로는 자본·기술집약적인 산업이지만 그 내부에 노동집약적인 부분도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전자산업을 세부적으로 해부해 보면 심지어 IT 부문에서조차도 아직은 자본·기술집약적인 부품 생산보다는 노동집약적인 조립가공이 현저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개혁·개방 이후 1990년대 중후반까지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는 전통적 중화학공업이 상대적으로 후퇴하고 오히려 노동집약적인 부문의 비중이 상승해온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본격적 중화학 시대 개막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같은 판세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화학, 철강, 자동차 등 전통적 중화학공업이 최근 3~4년 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철강 생산량은 2000년 1억 3천만 톤에서 2004년엔 2억 9천만 톤으로 증가했고 자동차 생산량도 2백만 대에서 5백만 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화학제품 생산액도 같은 기간에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산업에서도 반도체, 휴대폰처럼 종전에 비해 훨씬 더 자본·기술집약적인 특성을 가진 부문들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이런 비약적인 성장을 추동한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소비구조의 고도화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주택과 자동차, 휴대폰 등이 새로운 주력 소비상품으로 떠오른 데다 도로, 철도, 통신시설, 발전소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붐이 계속되면서 중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국유기업 개혁이 크게 진전되어 중화학 부문 국유기업들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점,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대형화된 일부 민영기업들이 중화학 부문에 활발하게 참가하기 시작한 점, 각 지역의 지
방정부가 중화학공업화를 매우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점 등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흥 주력산업은 대체로 내수지향형

이처럼 중국의 신흥 주력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면 흔히 우려하는 대로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의 산업이 큰 위협에 봉착하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 어떤 나라의 어떤 산업이 빠르게 발전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웃 나라의 해당 산업에 타격을 주게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생산의 증가 속도 그 자체보다는 해당 산업의 수출입 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가 여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국의 자동차 생산이 지난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났지만 한국 자동차산업에는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그것은 중국의 자동차 생산 증가 속도 못지 않게 수요 증가 속도도 빨라서 자동차 수출입 구조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동차 부품의 수출입은 꽤 많이 하지만 완성차, 특히 승용차의 경우에는 수출입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즉 중국 자동차 산업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철강이나 화학, 기계 등 나머지 전통적 중화학 부문은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많으며, 대체로 저급한 품목을 수출하고 고급품목을 수입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이들 산업부문의 국제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자동차산업도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것은 마찬가진데 그럼에도 수입을 별로 하지 않은 것은 높은 관세장벽으로 보호받은 덕분이었다. 대부분 중화학 부문에서는 지난 수년간의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는데, 이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중국의 신흥 주력산업이 기본적으로 내수지향형 산업임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 산업은 내수조차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내수를 충족하는 비율, 즉 자급률도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그다지 상승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전자산업은 수출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수출품목도 IT 중심으로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중화학 부문과 뚜렷이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내부에서도 품목별로 사정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컴퓨터처럼 노동집약적인 조립가공 부문은 수출산업으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반면, 반도체나 LCD 같은 자본·기술집약적 부품은 전통적 중화학 부문과 마찬가지로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많은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중국 IT산업의 기본구조가 수입부품을 조립 가공해 다시 수출하는 저부가가치 가공무역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자본·기술집약적 산업에서 중국의 국제경쟁력은 전반적으로 취약한 형편이며 적어도 아직까지는 한국을 크게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향후 급속한 경쟁력 향상 이뤄질 듯

물론 이제까지 수입대체나 수출산업화가 진전되지 못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한국의 중화학공업도 초기 단계에서는 경쟁력이 취약했지만 어느 정도 시일이 흐른 후부터는 급속히 수출산업으로 발전한 경험이 있다. 향후 중국의 경쟁력 추이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신흥 주력산업을 어떤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정유, 철강, 화학 등 소재산업 분야는 전통적 국유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반면, 전자와 자동차산업에서는 외자기업의 참여가 활발해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단, 전자산업에서는 100% 외자기업이 많은데 반해 자동차에서는 중국정부의 보호정책으로 인해 국유기업과 외자기업의 50:50 합작기업이 대부분이다. 과거에 전통적 중화학 부문의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되지 못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들 부문을 정부의 보호를 받는 국유기업이 주도했고 외자기업의 참여가 적어 경쟁압력이 크지 않았다는 데서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외자기업이 많은 전자산업에서는 높은 경쟁압력의 자극을 받아 중국기업들도 생산성을 급속히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최근에 전통적중화학 부문에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이 활발히 참가하기 시작한 것은 향후 이들 부문의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될 조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중화학 제품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인 데다 수요구조도 점차 고급품목위주로 변해가고 있어 이제는 이들 부문에서도 외자기업의 사업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부문의 중국기업들도 이제는 정부의 보호 아래서 안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었으며 일부 상위 기업들의 경우 사업규모와 전반적인 경쟁력 수준이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에 근접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위협보다 기회요인이 우세

향후 중국 산업의 경쟁력이 급속히 향상된다면 과거 한국의 경우처럼 수입대체와 수출산업화가 빠르게 진전될 수 있고 그 경우 우리 기업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모든 품목에 걸쳐 일률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새로운 부문이 발전하게 되면 관련 소재와 부품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중국이‘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함과 동시에 또한‘세계의 시장’으로도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일부 품목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위협을 받게 되지만 또 다른 품목에서는 새로운 수익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

지난 수년간 한국의 대중국 수출 추이를 상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과정이 전형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품목의 대중국 수출은 상대적으로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반면 다른 품목들은 종전의 몇 배 수준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전체적으로 대중국 수출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이는 중국의 산업구조 전환 과정에서 관련 소재와 부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한국 제품의 수출기회가 극적으로 확대됐음을 뜻한다.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떨까. 1990년대 초 이후 중국이 세계적인 경공업 수출기지로 떠오르면서 한국의 경공업은 사양 산업으로 전락한 경험이 있다. 이제 경공업에 뒤이어 중화학 부문도 마찬가지 운명을 겪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 중화학 부문은 경공
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범위가 넓고 내부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우선 철강, 화학 등 소재산업의 수출을 세부품목별로 해부해보면, 중국의 수출 품목은 대체로 저급제품으로서 한국수출품과의 경합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또 중국 소재산업의 자급률이 좀처럼 상승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가까운 시일 내에 고급품목이 주요 수출품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 자동차나 조선 등 수송 장비 부문 역시 향후 저가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으로 상당 기간 한국과의 현격한 격차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산업에서는 다국적 전자 기업들이 중국을 글로벌 수출기지로 육성하면서 중국산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급상승하고 있어 한국도 상당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한국 제품의 수출구조가 훨씬 더 자본·기술집약적이어서 세부품목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수출경합도가 훨씬 낮다. 또 중국의 글로벌수출기지화로 부품수요가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대중국 투자에서도 위협과 기회는 동시에 나타난다. 다국적 기업들의 진출 확대와 중국기업의 경쟁력 향상은 현지에서 사업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매우 큰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전반적인 산업구조 고도화로 우리 기업들이 새로 진출할 수 있는 광범한 사업영역이 열리고 있다.

새로운 수익기회를 잡아야

중국의 산업구조가 급속히 고도화되어 감에 따라 우리기업들이 기존 사업영역을 침범당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 경우 제 자리에 머무는 기업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들의 경우 중국의 부상에 따른 거대한 수익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기업의 전략은 크게 네 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사업구조 고도화다. 단지 사업의 중심을 고부가가치 산업영역으로 옮길 뿐 아니라 같은 산업 내에서도 R&D, 글로벌 마케팅 등 고부가가치 활동 쪽으로 이동해 나가야 한다.둘째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이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중국 내수시장에서 점유율을 현저히 높일 수 있다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결정적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셋째는 중국 사업을 글로벌 전략의 중심축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중국 현지사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함으로써 향후 여타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성공적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넷째는 차이나 리스크 점검이다. 우리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가 나날이 커져 가고 있는 만큼 급격한 경기하강 등 중국의 돌발 사태로 말미암아 큰 피해를 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한 점검과 대비가 필요하다.

한국경제 전체로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가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이를 산업구조 고도화와 소득증대의 계기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정부와 기업모두의 슬기로운 대응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김석진 경제연구그룹 부연구위원·김지목 경제연구그룹 연구원

*이 글은 2005년 3월에 발간된 보고서『중국 신흥 주력산업의 도전과 한국의 대응』을 요약한 것입니다. 보다 상세한 내용은 보고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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