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중국 소비시장의 특징적 변화와 기업의 시사점’
1. 중국 소비시장 현황
2008년 9월 리먼 사태 이후 각국이 경기부양의 명분하에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함에 따라 국제 교역이 급속도로 위축되었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이후 투자와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모델을 추진해 온 중국은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8% 달성(바오파 : 保八)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와 같은 경기하강 국면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2008년 말부터 대대적인 내수확대 조치에 나섰다. 2008년 11월 발표한 '내수확대 10대 조치'와 올 초 발표한 '10대 산업진흥계획'이 그것이다. 경기 부양책의 내용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농촌지역의 가전과 자동차 보급을 확대하는 '가전하향(家电下乡)'과 '자동차하향(汽车下乡)'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소비 촉진책 실시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4분기 소비재 판매액은 전년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소비자물가는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소비심리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어 당분간 중국의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우리경제에 있어 중요성이 날로 증대하는 중국 소비시장의 변화 추세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위기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서라도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에 본고는 중국 소비시장의 특징적 변화를 살펴보고 대응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중국 소비시장의 특징적 변화
1990년대 이후 중국 소비시장은 크게 여섯 가지 특징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규모의 변화) 2000년대 들어 중국은 경제의 고속성장을 기반으로 소비시장이 급팽창하였다. 2000~2007년 동안 중국 소비시장 규모는 2배 이상 급성장하였다. 또한 2008년을 기점으로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 3,000 달러 시대에 진입함으로써 본격적인 도약기를 맞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 달성 시점에서의 소비시장 확장 속도를 중국에 적용할 경우 2018년경 중국 소비시장은 현재의 3배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적 변화) 1990년대 이후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전됨에 따라 동부 연해와 도시 지역의 소비시장 주도권이 확대되었다. 2007년 동부 연해 지역 30대 거점 도시의 소비시장 비중은 40%를 상회하고 있으며, 동부 연해 지역과 기타 지역 간 소득 및 소비지출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한 1990~2007년 동안 도시지역의 소비시장 비중은 50%에서 74%로 증가하였으며, 도농간 소득격차도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비계층별 변화) 중산층과 부유층 비중이 확대되고 이들 계층의 소득과 소비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 1996부터 2006년까지 10년 동안 연소득 4만 5천 위안~18만 위안 사이의 도시가구 비중은 5배 증가하였으며, 연소득 18만 위안 이상 도시가구 비중은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또한 전체 소득 순위 20%~80% 사이 계층의 가처분소득과 소비지출 증가율도 하위 20%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별 변화) 최근 10년 간 고속 경제성장에 힘입어 도시와 농촌 지역의 내구재 소비가 급증하였다. 도시지역의 자동차 보유량은 연평균 40% 이상 증가하였으며, 에어컨, 휴대폰, 컴퓨터 보유량은 연평균 30% 이상씩 증가하였다. 농촌지역의 경우 휴대폰이 연평균 50% 대의 증가율을 시현, 에어컨, 컴퓨터, 오토바이 순으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서비스 소비 변화) 도시지역 주민의 소득이 증대함에 따라 서비스 관련 지출이 급증하였다. 2007년을 기점으로 전체 도시지역 주민의 소비 지출 중에서 서비스 관련 지출 비중이 식료품 관련 지출을 초과하였다. 그 중 교통과 통신, 교육과 문화오락 및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유통채널 변화) 2003년 이후 인터넷 보급이 본격화됨에 따라 중국의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가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중국의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1,300억 위안으로 전국 소비재 판매 총액의 1.2%를 차지하였다. 2003년부터 중국의 온라인쇼핑 시장은 5년 간 33배나 성장하였다. 1인당 소비 금액도 근 6배 증가하였다. 반면,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의 판매는 2배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3. 기업의 시사점
13억이 넘는 인구, 두 자릿수 대의 경제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은 분명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중국 소비시장의 발전을 제약하는 문제점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철저한 전략적 준비와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에 본고는 아래와 같이 제안하는 바이다.
첫째, 동부 연해 지역을 전략적 핵심으로 설정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동부 연해 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소비여력이 월등히 높고 개방도가 높아 기업들은 낮은 비용으로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 또한 같은 동부지역이라도 문화적 차이가 큰 편이며, 소비 패턴 변화에 민감하다. 따라서 동부 연해 지역의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시장 세분화와 스피드 경영이 요구된다.
둘째, 성 소재지 및 교통 요충지의 거점 도시 위주로 소비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중국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은 도시화 진전 과정에서 내륙 지역 대도시의 확장은 비교적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유동 인구가 많은 성 소재지와 교통 요충지 역할을 수행하는 거점 도시의 소비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거점 대도시를 시작으로 점(点)→선(线)→면(面)을 순차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셋째, 내구성 소비재의 제품 개발, 생산, 마케팅 활동의 현지화를 추진해야 한다. 내구성 소비재는 특성상 수요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가격과 품질 이외에 차별화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 문화와 중국인의 정서를 고려한 제품 개발, 생산, 마케팅 활동의 철저한 중국화를 실현해야 한다. 특히 1인당 소득수준이 1만 달러를 돌파한 동부 지역 대도시의 자동차, 첨단 가전 등 고가 내구재 수요 증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국내 서비스 기업들은 중국 진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산업구조 고도화 차원에서 외자유치 전략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위주로 전환하였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도 과거 염가 노동력을 좇는 ‘제조업 공장형’에서 ‘서비스 시장형’으로 마땅히 전환되어야 한다. 아울러 개방도가 높은 소매유통(프랜차이즈), 컨설팅, 관광 분야는 물론, 진입 장벽이 상존하는 금융, 교육 부문에 대한 진출 전략도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중산층과 부유층의 수요를 유도하기 위해 브랜드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중산층이 감소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중국은 향후 최소 20년 간 중산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품질, 성능보다는 개성을 중요시하는 중산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한류를 활용한 현지 마케팅이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여섯째,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단기적인 소비 진작책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정부가 추진 중인 '가전하향'과 '자동차하향' 정책은 추진 기간이 정해진 단기 촉진책이므로 이 점을 감안하여 투자와 생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가격에 민감한 농촌지역의 소비 수요를 맞추기 위해 품질과 성능을 저하시킬 경우, 평판 훼손에 따른 비용이 효익을 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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