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와이어)--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성범)는 나주 복암리 고분군(사적 제404호) 주변지역에 대한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31점의 백제시대 목간을 공개했다. 백제의 중앙(現 충남 扶餘)이 아닌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이 목간들은 종류가 다양하고 기록된 내용과 수량이 풍부하여 백제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된다.

이번에 공개하는 목간들은 2008년 이루어진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것으로 상태가 양호하여 이미 공개된 바 있는 3점을 포함해 모두 31점이며, 올해 5월까지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서 보존처리를 완료한 것이다.

31점의 목간은 직경 5.6m, 깊이 4.8m의 백제 사비시기(A.D. 538~660년)에 해당하는 대형원형수혈유구에서 일괄 출토되었다. 그 중 13점은 묵서가 잘 남아있고 판독이 가능하며 그 종류는 문서목간, 꼬리표(付札)목간, 봉함목간(封檢), 다면목간(觚,고), 습자(習字)목간 등으로 지금까지 국내 유적 중 가장 다양한 종류가 확인되었다.

특히 목간들 중 길이 60.8㎝, 너비 5.2㎝, 두께 1㎝의 크기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토된 목간 중 가장 길고, 가장 큰 목간이 있어 주목된다. 이 목간에는 총 57자의 묵서가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며, 수미지(受米之…), 공지(貢之) 등이 쓰여 있다. 이는 지방 관청에서 공납과 그 과정을 기록한 행정문서 목간으로 판단된다. 한편, 국내에서 최초로 출토된 봉함목간(封緘木簡, 중국식 표현으로 封檢)은 주로 관청에서 문서나 물건을 운송하는데 사용되는 목간의 한 형태로 봉투의 기능 또는 기밀을 요하는 문서 꾸러미나 물건을 운송할 때 쓰이는 것이다.

또한 백제의 촌락문서격인 목간에는 ‘대사촌(大祀村)’의 인명·가축의 실태와 ‘수전(水田)’·‘백전(白田)’·‘맥전(麥田)’ 등 토지의 경작형태와 ‘형(形)’이라는 토지 단위 및 ‘72석(石)’ 등의 소출량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러한 내용은 백제 경제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를 제공한 것이다.

이외에도 양면 묵서가 되어 있는 또 다른 목간의 한쪽 면에는 ‘병지(幷之)’라고 묵서되어 있는데, ‘之’는 ‘~하다’라는 백제의 이두식 표현으로 이두가 이미 백제시대부터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목간 외에도 칼(刀) 모양의 독특한 형태를 띤 나무판에 태극문이 그려진 목제품 한 쌍이 함께 출토가 되었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태극문양으로 알려져 있던 경주 감은사지 장대석의 태극문(682년)보다 앞서는 것으로, ‘易’, ‘五行’ 등 백제의 도교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백제의 사상사 연구에 일조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목간과 목제유물들과 함께 출토된 유물(대형호, 발형토기, 백제 기와 등)과 다른 유적에서 출토된 목간과 비교하면 7세기 초로 편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영산강 고대문화권역의 중심지인 나주에서의 목간 출토는 백제 도성이 아닌 지방지역에서 처음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문헌사료가 부족한 백제사 연구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특히, 백제의 중앙과 지방 세력과의 관계, 지방 행정 운영, 촌락의 농업 생산, 백제의 사상사·산업사 등에 대한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목간의 내용 중 인력을 관리하는 내용과 토지 단위(形)당 소출량, 지명(前港, 大祀村), 관직명(奈率, 扞率, 德率 등)이 포함되어 있어 이 지역 고대사회 구조의 일면을 밝혀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나주 복암리 유적 일대가 영산강 유역의 7세기대 백제 지방 통치의 중심지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이다.

앞으로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확보된 자료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여 이 유적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규명해 나갈 예정이며, 복암리 일대에 대한 연차적인 조사를 더욱 확대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문화재청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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