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업안전 관리가 소홀해지기 쉬운 시점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정부와 기업 모두 불황 극복이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정책의 무게중심은 경기 부양과 성장 잠재력 확충에 맞춰져 있고, 기업들의 관심도 불필요한 낭비 요인 제거와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제고에 맞춰져 있다. 이러한 가운데 비용 절감과 가시적 성과만을 집착한 나머지 자칫 산업안전관리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소홀해지기 쉽다는 점이 우려된다. 이로 인한 산업재해는 근로자 본인과 가족의 불행을 초래함은 물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나아가 선진 경제의 기반 구축을 위해서는 산업재해의 획기적 감소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에 일본의 산업안전 관련의 정책 동향과 기업들의 산업재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들을 살펴보고 정책적 시사점과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2. 국내 산업재해의 특징
(개요) 지난 20여 년간 국내 산업재해의 추이를 보면, 90년대 중반까지는 꾸준히 개선 추세였으나 이후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87년 2.66%이던 재해율(재해자수/근로자수×100)은 1995년 0.99%를 기록해 처음으로 1% 이하로 떨어졌고 1998년에는 0.68%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2008년도의 재해율은 0.71%로 나타나, 최근의 지난 10여 년간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사망에 이르는 재해 수준을 나타내는 사망만인율(사망자수/근로자수×10000)은 90년대까지 3%대를 기록하다가 2000년대 들어 2%대로 진입하였고 2008년에는 1.80%를 기록해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산업재해 보상금 지급액은 2003년 2조 5천억원 규모였으나 2008년에는 3조 4천억원 규모로 늘어나 5년 사이에 37.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간접적인 손실까지 포함한 경제적 손실액은 2008년도에 17조 1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GDP의 1.67%를 차지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노사분규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이 3조원 조금 넘는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그것의 5배를 능가하며 여기에 유무형의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징) 첫째, 제조업 및 건설업의 산업재해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08년도의 산업재해 현황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전체 산업재해의 37.4%, 건설업이 21.4%를 차지하여 전통적인 재해 다발 업종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해율 측면에서 보면 광업(8.68)과 제조업(1.15)이 산업 평균(0.71)보다 높게 나타나, 특히 재해 예방 노력이 요구되는 업종으로 나타났다. 사망만인율 측면에서는 광업(274.96), 운수창고통신업(2.6), 건설업(2.06), 제조업(1.94)이 산업 평균(1.80)보다 사망 사고가 많은 업종으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건설업은 특성상 위험 설비가 많고, 다수 하청업체들의 참여에 의한 공사가 많아 안전관리에 어려움이 있으며, 최근 비정규직 고용이 늘어나면서 위험 설비에 익숙한 숙련 인력의 이탈이 빈번하다는 점도 산업재해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 대규모 사업장의 재해가 감소하는 반면, 영세 사업장의 재해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2008년도의 사업장 규모별 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전체 산업재해의 78.3%, 사망 재해의 58.9%가 50인 미만의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영세할수록 재해율과 사망만인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전년대비 증감률 측면에서도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재해 발생과 사망사고가 감소 추세에 있으나, 영세 규모 사업장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많은 재해 발생 업종인 제조업의 경우, 목재, 고무, 금속재료 등은 영세 규모 사업장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규모가 영세할수록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 여력이 미흡하다는 점이 재해 다발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셋째, 협착, 전도, 추락 등 이른바 후진적 재해로 일컬어지는 재해 유형이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8년의 경우, 전도, 협착, 추락 등 3대 유형이 전체 재해의 55.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재해 유형인 전도사고의 경우 사망자와 부상자 모두 전년대비 크게 증가하고 있고, 특히 사망자 비중이 높은 추락사고와 교통사고 유형이 전년대비 크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재해의 대부분은 안전수칙의 무시, 안전지식의 미흡 등으로 인한 근로자의 안전 부주의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도 최근 3대 재해 다발 유형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하여 사업장의 안전 점검과 감독을 강화하는 등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 효과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3. 일본의 산업안전 정책 동향 및 기업 대응
일본은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산업재해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높은 기술력과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은 1991년도에 재해율 0.32%, 사망만인율 0.39%를 기록했으나, 이후 해마다 감소하여 2007년도에는 각각 0.19%와 0.21%를 기록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정책적 노력) 첫째, 정부 차원에서 노동재해 예방을 위한 목표와 중점 추진 대책을 정하고 체계적인 실행과 효과적인 달성을 위해 ‘노동재해방지계획’을 5년 단위로 추진하고 있다. 1958년(昭和33년) 제1차 종합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한 이래, 현재 제11차 계획(2008~2012)을 실시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2007년 대비 재해자수의 15% 이상, 사망자수의 20% 이상 감소시키고 직업병의 증가세 둔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둘째, 매년 7월 첫째 주를 ‘전국 안전주간’으로 정하고 산업 현장의 안전 활동을 점검하는 한편 산업안전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환기시키는 계기로 삼고 있다. 1928년(昭和3년) 처음 실시된 이래 매년 실시되고 있으며, 후생노동성과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를 중심으로 각 사업장의 노동조합, 사용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적 행사로서, 사업장의 자율적인 산업재해 방지 활동을 유도하고 노사 양측의 안전의식을 고양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셋째, 정부와 기업 및 사회 각계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정책 추진의 실효성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산업안전 관련의 중장기 계획 수립과 법령 입안 및 안전 기준을 개발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감독을 철저히 하며, 업종별 재해 방지 단체와 사용자 단체들은 사업장의 특성을 감안한 세부 추진 대책 수립과 사업장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등 사회 각계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 대응) 첫째, 사업장의 작업 특수성을 감안한 안전수칙의 숙지와 안전교육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작업 현장의 안전위생에 관한 부서별, 직급별 안전교육은 물론, 외부 전문가 초빙 등을 통한 안전의식 고양으로 안전문화의 확립에 주력하고 있다. 아사히맥주는 외부 전문가 초빙을 통한 안전 교육의 정기적 실시로 안전의식을 높이고 있다.
둘째, 사업장별로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안전관리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근로자는 산업 현장의 안전 확보를 위한 개선 조치를 강구하고, 사용자는 안전관리 수준 향상을 위한 시스템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신일본제철은 작업 현장별로 위험성을 평가하고 노사 참여의 노동안전위생관리시스템을 통해 사내의 안전 수준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셋째,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사업장의 잠재적인 위험 요소의 제거에 노력하고 있다.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 조성은 기업의 기본적인 책무라는 인식 하에, 안전설비 확충, 작업 공정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화약그룹은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산업안전 확보를 위해 투자하는 한편 종업원들의 재해 방지 아이디어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넷째, 평소에도 근로자의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통해 재해 발생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작업 효율성 저하를 예방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화학건설사인 치요다는 재해의 예방 차원에서 정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 등 근로자의 정신 건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4. 시사점
(정책 과제) 첫째, 산업재해의 체계적인 감소를 위한 범정부적인 중장기 정책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산업구조 고도화와 국가발전 전략에 입각하여 예상되는 재해에 대한 선제적인 예방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각 부처별로 산재되어 있는 정책의 통합과 조율을 통한 효과적인 추진이 요구된다.
둘째, 재해 다발 업종 및 재해 취약 사업장에 대한 중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재해 유형별로 위험도 분석과 평가를 바탕으로 산업안전 확보를 위한 기반 연구를 강화하여, 이를 재해 취약 사업장에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셋째, 사업장의 산업안전관리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산업안전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중소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시설 확충 및 안전교육 등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대기업에게는 법제도 간소화와 신축적인 규제 정책으로 산업안전에 대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기업 과제) 첫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기업경쟁력 제고의 원천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산업재해는 근로자의 작업 현장 이탈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기업 이미지 실추 등으로 인한 간접적 손실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의 걸림돌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노사 모두가 안전의식을 고양하고 안전관리체제를 확립하여 안전을 최우선하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산업재해의 많은 부분이 근로자와 사용자 양측의 안전 불감증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유사시의 대응 매뉴얼 마련 등 상시적인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이 요청된다.
셋째, 작업 환경 조성을 위한 투자와 근로 조건 개선이 필요하다. 재해 다발 업종 및 영세 사업장의 안전설비 확충을 위한 지속적 투자로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업무의 위험성 평가 등 예상되는 재해의 체계적 분석을 바탕으로 근무 시간의 신축적 운용 등 근로 조건 개선을 통한 안전 확보가 필요하다.
넷째, 근로자의 건강관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선제적인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산업재해 인정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에 있어, 근로자의 업무상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적극적인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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