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 요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는 있지만 비중 1, 2위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2008년 9.9%에서 2009년 1분기에 10.6%로 상승하였다. 미국 수입 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점유율이 2.3%에서 2.7%로 높아졌다. (다만 일본과 EU 시장에서의 올해 1분기 점유율은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점유율 상승의 상당 부분은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상승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판단된다. 2009년 1분기말 기준 원화는 1년 전에 비해 달러화에 대해 39%, 엔화에 대해 55%, 유로화에 대해 16%, 위안화에 대해서는 42% 절하가 이루어졌다. 따라서 향후 환율이 하락하게 되면 가격경쟁력 우위가 사라져 시장점유율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일본 기업들이 과거 오일쇼크 이후 7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 해외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갔던 배경을 알아보았다. 또한 80년대 중반 플라자 합의 이후 급격한 엔고(高) 시대에도 일본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했는지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경제 위기 극복 전략으로써의 수출 확대를 위해 우리 기업과 정부가 노력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모색해 보았다.
2. 오일쇼크 이후 일본 상품의 해외 시장점유율 추이
70년대 초반 이후 엔/달러 환율이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상품의 세계 수입 시장 점유율은 90년대 중반까지 상승세를 지속하였다. 일본은 70년대 초반 변동환율제로 이행하면서 달러당 360엔의 엔화 환율이 1985년 239엔까지 하락하였다. 이후 1985년 플라자 합의의 영향으로 엔화 환율은 더욱 하락하여 1989년에는 달러당 138엔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일본 제품의 세계 수입 시장 점유율은 1970년 6.3%, 1980년 6.8%, 플라자 합의 직후인 1986년에는 9.8%까지 높아졌다. 이후 엔고의 영향으로 일본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하락 추세로 전환되기는 하였지만, 90년대 중반까지도 9% 내외 수준을 유지하였다(미국 시장에서는 연평균 약 19% 내외 수준을 유지). 특히 플라자 합의 이후 90년대 중반까지의 기간의 경우에도 점유율이 다소 하락하기는 하였지만, 같은 기간이 일본 제조업의 생산 기반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된 시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적인 시장점유율은 이 보다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3. 오일쇼크 이후 일본 수출 기업들의 대응 전략
이와 같이 과거 일본 제품들이 오일쇼크를 이겨내고 해외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일본 기업들의 끊임없는 생산성 증대 노력이 있었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인 JIT(Just-in-Time)를 통해 재고 관리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이러한 일본 기업들의 생산성 증대 노력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어 70년대 일본 제조업의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5.8%로 G7국가 평균인 4.4%보다 크게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80년대에도 일본의 생산성 증가율은 3.7%로 G7 평균인 3.5% 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
둘째, 연구 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기술력 향상과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하였다. 80년대 일본의 R&D 투자(정부와 민간 투자의 합) 증가율은 연평균 7.3%로, 미국과 유럽 3국(독일, 영국, 프랑스)의 R&D 투자 증가율인 4.7% 및 3.1%와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이에 따라 일본의 R&D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81년 2.3%에서 1990년 3.0%로 증가). 플라자 합의 이후 본격화된 엔고 시대에서 이러한 연구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고기술·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을 늘려 나갔던 점도 일본 기업들이 90년대 중반까지 세계 시장점유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들 수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총 제조업 수출 중에서 하이테크 제품(High Technology Manufactures)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8년 33.4%에서 1995년 37.6%로 증가하였다. (참고로 이 비중은 1995년을 정점으로 하락하여 2006년에는 22.7%에 불과함)
셋째, 지속적인 품질 관리 노력도 수출 확대의 원동력이 되었다. 일본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TQC(Total Quality Control), 6 시그마 등과 같은 시스템을 통해 품질 관리에 주력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해외 시장에서 일본산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J. D. Power의 IQS(Initial Quality Study, 초기 품질 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1987년 미국 시장에서 불량률이 낮은 상위 9대 자동차 모델중 일본산 자동차가 7개를 차지한 바 있다.
넷째, 특히 플라자 합의 이후 급격한 엔고에 대응하여 적극적인 해외 진출로 가격 경쟁력 상실을 극복하였다.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 때문에 발생하는 가격 경쟁력 하락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80년대 후반부터 일본 기업들은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모색하였다. 일본 수출 기업들은 선진국과 같은 판매 시장에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도 하였고, 저렴한 원부자재 조달을 위해 개도국에 부품 공장을 건설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일본 제조업 생산중 해외 생산 비중은 1988년 6.4%에서 1995년 9.0%로 크게 높아졌다.
4. 시사점
한국 경제가 수출 확대 전략을 통해 경제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아직은 우위에 있는 가격 경쟁력을 최대한 이용하여 국내 상품의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소비 행위에는 관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아직은 환율이 높기 때문에 발생하는 가격경쟁력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가별 소비 시장의 특성이 상이한 점을 고려하여 시장별 소비자 니즈와 기호를 파악하고 이를 제품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둘째, 원고 시대를 대비하여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과주의의 확대, 임직원의 사기 진작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특히 전사적인 원부자재 및 제품 유통 과정의 단순화, 아웃소싱의 확대, 최적 수준의 재고 관리 등을 통해 끊임없이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비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가격 경쟁력 하락을 극복해야 한다. 앞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하게 되면 중국, 아세안 등 높은 가격 경쟁력을 지닌 국가들의 수출 시장 공략이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품질, 기술과 같은 비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만 해외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에 의한 연구 개발 투자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품질 관리를 통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신뢰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넷째, 오히려 세계 경제 침체를 기회로 삼아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금융 시장의 경색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여 글로벌 투자 활동이 크게 저하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기회를 이용하여 해외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중국,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 대해서 우리 수출 기업과 현지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장 진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통상 유관 기관들의 시장 및 유통망에 대한 분석과 신속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다섯째, 향후 예상되는 원자재가 상승이 생산비용 급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은 물론 중국의 경우처럼 정부 차원의 에너지, 원자재 등에 대한 저렴한 공급처 확보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국제금융시장이 안정화되면 해외 자원 확보에 외환보유고를 이용하여 급격한 원고를 막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여섯째, 기업의 수출 확대 지원을 위한 정부의 통상환경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민·관 공동의 해외 IR 개최 등을 통해 국가와 기업에 대한 외국 구매자들의 호감도를 높이고 한국산 제품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세계 경제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주요 경제권과의 FTA 체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특히 최근의 국제 유가의 재상승으로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는 중동, 러시아, 중앙아시아, 남미 등 산유국에 대한 수출확대에도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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