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 요
최근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 유종인 두바이유의 현물 가격은 6월말 현재 배럴당 70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08년말 배럴당 약 36달러 선과 비교해 본다면 불과 6개월여 사이에 두 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한국 경제의 높은 에너지 의존도를 감안하면, 유가 급등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하겠다. 이에 국제 유가의 급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특히 유가 상승이 주요 산업별 채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분석하였다. 나아가 부활하는 고유가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제시하였다.
2. 최근 국제 유가 재상승의 원인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의 근본적 원인으로 첫째, 신흥공업국들의 원유 수요 급증을 들 수 있다. 즉 중국과 인도 경제가 세계 자본주의에 편입된 이후로 빠른 공업화 중심의 발전 전략 아래 고성장을 지속함에 따라 원유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중동 지역의 경우에도 기존 원유 중심의 수출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원유 정제품의 수출 비중을 높이고 있어 원유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와 관련하여 BP(British Petroleum)에 따르면 2008년 연간 세계 일평균 원유소비량은 전년대비 42만 3,000배럴이 감소하였다. 국가별로는 OECD가 152만 7,000배럴이 감소하였으나, 중국은 오히려 22.7만 배럴이 증가하였으며, 인도와 중동 지역도 각각 13.4만 배럴 및 34만 배럴이 증가하였다.
둘째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 능력이 크게 저하된 점을 들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 석유 채굴 및 정제 시설에 대한 투자가 충분히 확충되지 못하여 생산 능력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2002년 이전에 일평균 500만 배럴에 달했던 OPEC의 잉여생산 능력이 최근에는 100만~200만 배럴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공급 능력이 저하되어 있다. 특히 2008년 하반기 이후 유가가 폭락하면서 상당수 원유 채굴 시설에 대한 투자가 지연되거나 취소됨에 따라 생산 여력이 더 취약해져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글로벌 과잉 유동성의 시장 재유입이 유가 상승을 부추 키고 있다. 세계 경제가 미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로 동반 폭락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펼쳤던 저금리 정책으로 과도한 유동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실물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선진국이나 신흥시장을 막론하고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도 여전히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과거 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가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던 경험 등을 고려할 때 안전자산이면서도 구조적 수급불일치 문제로 상승 압력이 높은 원유 시장에 글로벌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3. 국제 유가 상승이 산업별 채산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
■국제 유가 상승이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
국제 유가 상승은 당장 원유 수입 단가 상승에 의한 경상수지 악화와 이에 따르는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간접적으로는 국내 물가 불안에 의한 소비 침체와, 내수 및 대외 수요 부진에 의한 기업의 투자 침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국제 유가 상승 충격이 성장, 물가,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면(“유가 100불 시대의 대응 전략”, 한국경제주평, 2007.), 국제 유가가 전년대비 10% 상승할 경우 당해연도 경제성장률 0.12%p 하락, 다음해 경제성장률 0.27%p 하락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당해연도 수입물가지수 상승률에 0.75%p, 다음해 수입물가지수 상승률에 0.52%p 추가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 특히 당해연도 경상수지 5.1억 달러 하락, 다음해 경상수지 3.0억 달러 악화 요인도 발생한다.
■국제 유가 상승이 산업별 채산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
(국제 유가 10% 상승시 제조원가 상승 압력) 산업연관분석과 산업별 패널 데이터를 이용하여 9개 산업에 대해 분석해 본 결과, 국제 유가 10% 상승시 석유화학 산업(전년대비 3.70%p)이 가장 높은 제조원가 상승압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용 원자재가 포함되어 있는 비금속광물(0.48%p)이 높은 제조원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으며, 운수업이 포함된 3대 서비스업 부문(0.29%p)의 제조원가 상승 압력도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편 자동차, 선박, 철강, 반도체 등 상당수 수출 산업이 포함된 운수장비(0.19%p), 1차금속(0.18%p), IT(0.13%p) 등은 상대적으로 국제유가 상승에 의한 제조원가 상승 압력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 10% 상승시 단가 반영률) 국제 유가가 전년대비 10% 상승할 경우 석유화학의 단가 반영률은 전년대비 2.96%p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다.
다음으로는 비금속광물업(0.26%p), 정밀기기(0.24%p), 서비스업(0.15%p) 등이 상대적으로 단가반영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공업(0.11%p), 기계(0.10%p), 운수장비(0.03%p), 1차금속 및 IT (0%) 등은 상대적으로 국제유가 상승분을 제품 단가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국제 유가 10% 상승시 산업별 채산성 변화) 앞에서 분석한 단가반영률과 제조원가 상승률의 차이를 이용하여 채산성 변화를 추정해 본 결과, 석유화학 업종(-0.74%p)이 채산성 악화 정도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 업종의 특성상 직접적인 원유 의존도가 높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 압력이 타 업종에 비해 가장 높다. 그러나 최근 중국 등 신흥공업국은 물론 중동 등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시설 투자를 크게 확대되어 글로벌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제품 단가에 유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한편 비금속광물(-0.21%p), 1차금속(-0.18%p) 등도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채산성 악화 정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공업(-0.18%p)의 경우 중국 제품과의 경합도가 높은 섬유·의복 부문 등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비용 상승 압력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쉽게 제품 가격에 반영시키기 어려워 채산성 악화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IT(-0.13%p), 기계(-0.12%p), 정밀기기(-0.03%p) 등의 경우는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 정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4. 시사점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르는 경제적 악영향을 막기 위하여, 첫째, 에너지 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해 경제·산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중화학 공업의 에너지 이용 효율성을 제고시켜야 한다. 또한 IT 산업, 제조업 지원 서비스업, 관광업 등과 최근 부상하고 있는 녹색산업과 같은 省에너지 산업 비중(굴뚝 없는 산업)을 높이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둘째, 석유를 대체할 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 개발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재생 에너지 연구에 대한 R&D 투자 확대와 더불어 빠른 상업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관련 시장의 적극적인 육성이 요구된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연구 인력과 사업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여, 대학 내 관련 학과 확대, 민·관 공동 출연 전문 교육 기관 설립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경제 심리 침체 방지를 위해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시켜야 한다. 우선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필수재인 난방유와 자동차 연료에 대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공서비스 요금을 안정된 수준에서 유지하는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자칫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의 과도한 경영 손실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넷째, 국가 안보 차원의 중장기 에너지 자원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부 차원의 해외 자원 외교가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나아가 선진국은 물론 중국의 경우처럼 정부 차원의 에너지, 원자재 등에 대한 저렴한 공급처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 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민·관 협력이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
한편 기업들도 고유가 시대의 재진입 국면에 대비하여, 첫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한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가 급등으로 인한 생산 원가 상승에 대비하여 유가 수준 단계별 비상 계획(Contingency Plan) 수립과 부서의 실행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또한 원가 관리 시스템 구축, 全社的인 사내 비용 절감 캠페인 실시 등과 같은 긴축 경영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원자재가 변동 리스크 축소를 위한 원자재 구매의 효율성을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원자재의 채굴과 정제 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차는 존재하겠지만 국제 유가 상승은 원자재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은 제품 생산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의 가격 변동에 대하여 선물 시장에서 헷지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주요 원자재에 대한 중장기 조달 계획 수립, 원자재 구매시 장기공급계약 확대 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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