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사례1. 종업원 400여명의 중견기업인 휴대폰부품 제조업체 E사는 최근 정부의 기술개발지원사업에 신청했으나 S사, L사 등 규모가 훨씬 큰 대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탈락했다.

사례2. 중견기업인 전기기기 제조업체 S사는 기술개발지원사업 신청자체를 망설이고 있다. 중소기업일 때는 개발기술사업화자금 등 회사차원에서 단시일내 개발해 제품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기업으로 분류돼 주로 국가차원의 중장기 기술개발 프로젝트 위주로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례3. 전자부품 생산업체인 중견기업 H사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연구경력을 쌓은 후 기업의 기술개발요원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산-연 연계형 과학기술인력 양성사업’에 신청했으나 석박사들이 외면해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H사에 추천된 석박사 3명 모두 굴지의 대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정책지원의 사각지대에서 대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재계가 중견기업 지원책의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20일 ‘중견기업 지원의 필요성과 정책개선과제’ 건의서를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등에 제출하고 ▲기술개발(R&D) 및 글로벌 경영에 대한 중소기업 지원제도 지속적용 ▲경제력 집중, 입지, 입찰 등 대기업 관련규제의 적용 배제 ▲중견기업 지원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의 중견기업 지원대책을 건의했다.

대한상의는 “중견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독자생존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지만 더 이상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금까지의 각종 지원이 끊긴 채 규모가 훨씬 큰 기존의 대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면서 “정책환경의 악화를 견디기 힘들어 중견기업들 중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중소기업으로 되돌아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간단계인 중견기업을 위해 별도의 지원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기업의 중간관리층’이나 ‘경제의 중산층’에 비견될 수 있는 ‘산업의 중간층’, 즉 중견기업을 튼튼하게 육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몇 년간 시장에서 생존기반을 확보한 중견기업들의 성공사례를 분석한 결과 핵심요소는 기술력과 글로벌 경영역량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기술개발역량 및 지원제도의 미비 등의 이유 때문에 중견기업들의 실제 R&D 투자(과학기술정책연구원, 매출액대비 비중, 2006)는 1.84%로서 대기업(3.1%)은 물론 중소기업(2.1%)보다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소기업 지원제도 중 ▲산학연 공동기술개발, 대학이나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의 이전, 첨단장비의 활용 지원 등의 기술혁신관련 지원시책 ▲보유 또는 이전받은 기술의 사업화에 필요한 시설자금 등을 지원하는 개발기술사업화자금 지원 ▲기업의 R&D비용에 대한 세제지원 등의 기술개발역량 강화 지원제도를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계속 유지해 줄 것을 건의했다.

아울러 해외시장 개척 등을 통해 히든 챔피언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해외투자지원 금융 및 수출입금융 등의 지원시책 ▲KOTRA의 해외바이어 상담지원 및 지사화 사업 등의 해외마케팅 지원시책 ▲기타 인터넷한국기업관 운영 및 수출대금 손실보상보험제도 적용 등의 지원시책을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적용해 줄 것을 건의했다.

대한상의는 또한 ▲입찰참여 제한규제 ▲지주회사 관련규제 ▲상속세 중과세제도 등 중견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대기업 관련규제들의 적용을 배제해 줄 것도 요청했다.

*입찰참여 제한규제 : 종업원 300인 이상 소프트웨어 사업자가 국가기관 등의 정보시스템 구축사업에 입찰하는 것을 제한
지주회사 관련규제 : 자산 1천억원 이상 기업으로서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가 자산의 50% 이상일 경우 지주회사규제 적용
상속세 중과세 : 기업의 최대 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 상속주식에 대해 10~30%까지 할증평가하여 상속세 적용

한편 대한상의는 상시근로자수 1천명 미만 또는 자본금 1,000억원 이하인 기업(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기업 제외)을 중견기업의 범위로 설정하고 중견기업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중견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가칭)’을 제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대한상의는 중견기업 지원책을 펴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로 프랑스를 소개했다. 지난해 제정된 프랑스 경제현대화법은 중견기업의 범위를 종업원수 250~5천명인 기업으로 설정하고 ▲공공 및 민간연구소와 중견기업간 산학협력네트워크 구축 등 R&D활동 지원 ▲중견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에 대해 세제혜택 부여 ▲글로벌마케팅지원사업의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하는 등의 중견기업 지원시책을 담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견기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기업들과 비교하면 사실상 중소기업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정책상 대기업으로 취급받고 있다”면서 “산업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들이 좌절하지 않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중견기업제도를 만들고 기술개발 등의 핵심역량 강화노력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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