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30년전 광화문의 명소 ‘사직골 대머리집’이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에서 재현된다.

6·70년대 광화문 뒷골목 청진동, 당주동, 도렴동, 사직동 일대에는 크고 작은 술집들이 많았다. 이곳 술집들의 연원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곧장 송교松橋(현재 광화문네거리 서북쪽)로 가면 협소(俠少)들이 많으니 / 창가(娼家)는 아마 육조(六曹) 앞에 있으렸다”와 같은 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조선시대 육조거리의 배후지역은 술집과 기방, 도박장 등이 밀집한 유흥가였다. 이 유흥가의 주고객은 육조, 한성부, 포도청 등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서리胥吏나, 군관, 시전상인들이었다. 이들은 벼슬은 높지 않으나 만만찮은 권세와 부를 누리면서 뒷골목 술집 등을 휩쓸고 다녔다. 이 술집들은 일제강점기, 해방이후는 물론이고 80년대 도심재개발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광화문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었다.

광화문 술집들의 주메뉴는 막걸리나 소주에 생선찌개와 구이, 묵무침, 두부구이 등을 안주로 한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광화문의 명소로 자리 잡게 한 영업 비결은 저렴한 술값과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 그리고 주인과 손님의 무언의, 무한한 신뢰에 바탕한 외상거래 등을 통한 많은 단골의 확보였다. 이 술집들의 단골손님은 공무원, 기자, 문인, 방송인, 은행원, 교수, 교사, 부근 사무실에 근무하는 샐러리맨 등 이었으며, 이곳은 곧 이들의 사랑방이요, 정보교환소였다. 당시 꽤 소문난 술집으로는 청진동에 청일집, 열차집, 대림집 등이 있었으며, 당주동, 사직동에는 고향집, 대머리집 등이 있었다.

사직골 대머리집의 옥호(屋號)는 ‘명월옥(明月屋)’이나 ‘대머리집’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대머리집이 영업을 시작한 것은 1910년 이전으로 추정되며, 먼저 김영덕(金永德)씨가 50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고, 그의 사위되는 이종근(李宗根, 당시 56세)씨가 대를 이어 받아 약 20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였다. (‘선데이 서울’, 제11권 39호, 통권515호, 1978.10.1 발행). 이 대머리집은 이종근씨 이후 더 이상 대를 이를 사람이 없어 1978년 10월 15일 70년 여 년의 역사의 막을 내렸다.

광화문 사직골 대머리집의 외상장부는 당시 이 집 단골의 한 사람이었던 극작가 조성현(趙成賢)가 대머리집 주인 이종근씨로부터 전해 받아 지금까지 보관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이 장부는 7월 30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막할 ‘광화문 年歌(연가) : 시계를 되돌리다’전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서울역사박물관은 당시 광화문 뒷골목 풍경과 사직골 대머리집을 재현하고, 이 외상장부를 토대로 영상물을 제작하여 당시 넉넉한 인심과 무한한 신뢰가 배어 있는 ‘외상술문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직골 대머리집의 외상장부는 당시 광화문 뒷골목의 풍속도와 함께 신용문화의 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법제화된 제도나 규범 없이도 주인과 손님의 보이지 않는 신뢰와 외상장부 하나로 신용사회를 만들어갔던 것이다. 오늘날 단 하루 만 연체되어도 이자가 붙고, 전화공세에 시달려야하는 각박한 신용카드 사회와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사직골 대머리집에서 볼 수 있듯이 TV, 인터넷이 없던 시절 5·60년대 광화문 뒷골목 술집들은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문화의 사랑방이었다. 문화인, 언론인, 학자, 관료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장소였다. 몽마르뜨의 카페에서 피카소와 같은 입체파가 탄생하고, 몽파르나스의 카페에서 사르트르, 보브와르와 같은 실존주의가 생겨났으며, 실리콘 밸리의 맥주집에서 첨단기술연구단지가 출발되었듯이…….

최근 도심재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600년 전통의 광화문 명소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나마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청진동의 청일집, 열차집, 대림집도 올 해말까지만 영업을 하고 자리를 뜬다고 한다. 훈훈한 인심과 구수한 맛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 생산지 마저도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다.

7월 30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막예정인 ‘광화문 年歌연가 ; 시계를 되돌리다’ 전은 8월 1일 광화문광장 준공에 맞춰 기획된 것으로 서울이 조선왕조의 수도가 된 이래 그 중심 가로(街路)였던 광화문 일대에서 600여년 동안 펼쳐졌던 역사와 문화, 국가와 시민의 길항관계, 물리적 공간의 변화, 그리고 그 속에 녹아든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전시는 9월 20일까지 계속된다.

서울특별시청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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