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협의회, 도서정가제 개정입법안을 반대합니다
지난 99년부터 추진되어온 완전도서정가제는 많은 논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대다수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여 입법이 수 차례 무산되었던 사항으로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소모적인 논쟁을 다시금 유발하는 본 법안발의에 다시 한번 비애를 느낍니다.
우선 이런 종류의 문제를 조정할 때 고려해야 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문화소비의 주체인 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법안에서도 이 부분은 아예 도외시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의도는 출판사와 대형서점, 중소서점 그리고 인터넷서점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누구인지, 이 법안의 가장 큰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도서정가제 개정취지가 갖는 問題點
개정법안의 제안이유를 살펴보면 “21세기 지식정보사회 발전을 위한 건전한 유통환경을 활성화하고 온-오프라인간의 형평성을 조율하여 글로벌 지식경쟁 시대에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가판매를 의무화”한다고 하였습니다.
곧 도래할 지식정보사회는 도서가 정가로 판매되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도서를 통해 지식을 얻고 그것을 통해 사회 전반에 활력을 제공하게 될 때 진정한 지식정보사회가 실현될 것으로 믿습니다.
도서의 가치는 그것이 담고 있는 지식과 정보의 양과 질에 의해 평가되어야 하며, 그 평가는 출판사나 서점이 아니라 그것을 읽는 독자에 의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나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정가를 매겨 독자에게 구매를 강요하려는 것은 지식사회와는 상반되는 낡은 제조자 중심의 경제를 고수하려는 미련일 뿐입니다.
그리고 건전한 유통질서란 어디에 있습니까? 소비자의 권익과 자유 경제체제를 침범하는 것이 건전한 유통질서인가요? 정당한 노력을 통해 판매가격을 낮추려는 인터넷서점의 이러한 시도야말로 모든 상거래의 기본덕목이며, 이것이 바로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서점은 현금 결제를 통해 상품원가를 낮추고 기업효율을 높여 얻어지는 이익을 소비자들에게 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통 마진의 극소화를 통한 저렴한 도서가격, 24시간 방대한 도서정보와 편리한 검색 방법을 제공하고 있으며, 바쁜 현대인과 지방소재자 및 해외거주자에 이르기까지 도서수요층을 확대해 가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왔습니다.
도대체 어떤 쪽이 출판계, 나아가 우리의 문화계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고객의 사랑을 받는 인터넷서점이 오히려 출판계에서는 미움을 받는 이상한 신화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넷서점은 출판문화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주체이지 공격의 대상이 되어선 안됩니다. 진정으로 위기에 처한 출판문화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도서정가제 같은 규제보다 각종 진흥 방안과 지원책에 무게를 두고 정책과 법안을 고민해야 할 것 입니다.
또한 세계 6대 출판대국인 우리나라가 전체 도서종수의 4.2%만을 취급하는 중소서점을 통하여 글로벌 지식경쟁에 대응하겠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 하겠습니다.
우상호 의원을 포함한 23명 의원께서는 ‘출판및인쇄진흥법안’을 개정함에 앞서, 책을 읽지 않는 국민문화, 출판계의 전근대적거래관행 및 마케팅 부재, 출판사의 수가 서점 수보다 몇 배 많은 기형적 환경, 출판사와 서점의 영세성, 독서를 할 수 없는 입시제도, 정부의 공공도서관 투자에 대한 무관심 등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들에 주목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과연 우리 출판계를 위한 옳은 해법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합니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法律的인 問題點
1) 헌법상 경제질서 조항의 위반소지가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시장의 자유로운 가격결정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시장경제 질서이기 때문에, 사유재산제도와 자유경쟁의 원리를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즉 헌법 제 119조 제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조 제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경제의 민주화라는 경제정책적 목표를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공익의 하나로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개정하고자 하는 도서정가제는 판매자(서점)에게 경쟁으로부터의 면제특권을 부여하고 그로 인해서 기업(서점)의 능력과 관계없이 도서정가제를 통하여 확보되는 현 상태에 안주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유지하고 촉진하려는 헌법 제119조 제2항의 헌법적 정책조항에 위반될 소지를 보다 강화한다 하겠습니다.
2) 공정한 경제질서의 논리에 反할 소지가 있다.
입법취지에 대해서 도서가 문화상품이라는 점에는 아무런 이견이 없지만 다른 문화상품인 영화, 음반, 비디오, 소프트웨어 등 역시 문화상품임에도 재판매가격을 지정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도서에 대해서만 정반대의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발상이라 하겠습니다.
이는 공정거래법상에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하는 것 자체로도 문화논리를 충분히 반영하였다 생각됩니다.
즉, 현재와 같이 출판사가 필요 시 판매자(서점)에게 재판매가격을 유지를 허용할 뿐 법적으로 의무화하여 모든 판매행위를 강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3) 무엇보다도 도서정가제는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에 反할 소지가 있다.
이번 도서정가제의 법제화 방안은 도서라는 문화상품에 대하여 저작자, 출판사, 서점들의 자율 영역(공정거래법 제29조 제2항 및 동법 시행령 제43조)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도서정가판매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은 정부의 문화현상에 대한 규제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문화정책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또한, 높은 수준의 문화생활을 영위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므로 소수의 부유층만이 높은 수준의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도서는 생활의 여유가 없는 국민의 문화생활 영위의 기본적인 수단으로 도서정가제가 입법화된다면 생활의 여유가 없는 국민이 도서를 저렴하게 구입해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을 박탈하게 될 것 입니다. 이에 도서정가제는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에도 위반될 소지가 있으므로 입법화에 반대합니다.
도서정가제 當爲性에 대한 反論
1) 도서할인 판매가 학술서적 등의 출판을 위축시킨다?
인터넷서점도 대형서점처럼 모든 종류의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서적 등을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현금매입뿐 아니라 쉬운 검색기능, 상세한 도서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몇몇 대형 서점에서나 그것도 어렵게 찾아서 만날 수 있던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이러한 소비자 위주의 편리성은 나아가서 수요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학술 및 인문도서는 공공재 성격이 있으므로 이를 단순히 일반소비자 에게 책임전가를 하기 전에 제도적으로 기관구매(도서관, 대학, 기업체) 활성화를 통해 양성화해야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이번 개정법안에 언급된 잡지의 경우 당초의 입법취지인 창작성 제고와 달리 편집권에 해당한다는 결론에 따라 지난 논의과정에서 도서정가제 대상에서 배제한 것을 아무런 이유 없이 추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사항입니다.
2) 할인율을 고려하여 출판사가 도서가격을 올린다?
전체 도서시장의 15%만을 차지하는 인터넷서점의 할인 때문에 전체 시장을 상대로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이는 일반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행태를 무시한 논리로 시장 내의 가격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합리적인 접점에서 형성되는 것이지 생산자의 일방적인 가격제시로 이루지지 않으며 이는 자본주의의 근간입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도서가격은 4%정도 상승하여 물가상승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며, 이 또한 출간도서의 고급화와 프로모션 강화 등에 기인한 것입니다.
중소판매자(서점)의 연쇄도산은 일반적인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로 최근 인터넷 및 멀티미디어의 발달과 그로 인한 지식정보 입수의 경로가 다양화 됨으로써 상대적으로 도서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할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현재의 할인판매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서 도서판매량 감소추세 방지에 이바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도서정가제가 모든 판매자의 수익을 증대한다?
판매자(서점)에게 정가판매만을 강제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일시적으로 증대할 수는 있겠으나 곧바로 수익이 보다 악화되고 대형화 및 체인화된 서점으로의 집중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유는 가격할인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영업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즉 할인판매의 경우 도서구매가 이루어질 때 발생하는 비용이지만 도서정가제가 개정될 경우 가격할인 대신에 각종 경품행사를 진행하거나 오프라인 서점의 특성상 보다 고객이 많은 장소로 점포를 옮겨다녀야 함에 따라 높은 고정비용과 선행투자가 요구되어 현재의 중소서점의 도산과 기존의 대형문고의 집중화가 가속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따라서 도서정가제 도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출판업계와 중소형서점을 살리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종전의 대형서점이라는 특정 경제주체의 배만 불릴 뿐입니다.
4) 할인판매가 창작의욕을 상실시킨다?
저작권료는 판매가가 아닌 정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에 할인판매가 저작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신인작가의 작품, 신간의 출시 그리고 재고소진을 위하여 출판사에서 인터넷서점 또는 홈쇼핑을 통하여 특가 또는 보급가 행사를 제시하여 초기 판촉을 도모하거나 부실재고를 소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인터넷서점을 통하여 수요예측의 도구로 삼아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므로 오히려 출판사로 하여금 보다 안정적인 출판활동을 촉진시켜 창작의욕을 제고시키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5) 선진국 OECD의 국가들은 모두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도서정가제가 의무화 된 국가는 독일과 프랑스로 2개국에 불과하며, 이를 허용하는 나라 9개국, 도서정가제를 금지하는 국가는 11개국입니다.
이들 중 도서정가제를 허용한 나라의 대부분의 경우 출판사들이 자유의사로 서점들과 가격 구속계약을 체결하여 정가제를 시행할 수 있고, 그 계약의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습니다.
미국의 경우 1911년 연방대법원의 Dr.Miles 판결이래 지금까지 당연위법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영국은 1995년도에 도서정가제를 폐지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도서정가제의 법제화를 실시한다고 제시한 국가 중에서 2개 국가만이 우리나라의 개정입법안처럼 도서정가제를 강제하고 있고, 나머지 국가는 현행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처럼 개별출판사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도서정가제를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에 현재 개정입법추진중인 정당성의 근거로는 프랑스와 독일 정도만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6) 가격은 서점과 인터넷판매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장벽은 배송시간과 실물을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인터넷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실제거래에서 얻을 수 없는 어떤 장점을 제공해야 하며 할인 판매는 바로 이러한 장점에 가장 적합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할인판매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이 제정되면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정부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육성책과 근본적으로 배치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서정가제 자체가 법적으로나 문화 논리상으로도 부합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것이 수년간 입법시도가 무산된 진정한 이유이며, 지난 입법과정에서도 중소서점의 감소세를 다소 늦추고 낙후되어있는 도서유통시장을 개선하자는 요구를 대승적 차원에서 인터넷서점들이 양해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도 위와 같은 이유에 따라 5년간 한시법 규정과 단계적 도서정가제 해제 그리고 인터넷판매시 10%할인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이제 와서 오히려 보다 강화하려는 시도와 이유를 인터넷서점과의 비형평성으로 몰아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고 그간의 인터넷서점의 호의를 왜곡하는 안타까운 처사라 하겠습니다.
도서정가제는 시대착오적 입법사례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결론적으로 도서정가제는 비용구조가 상이한 다양한 유통채널 간의 갈등으로 오해되고 이를 중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휴대폰이 TV를 대신하고 mp3가 음반을 대체하며 인터넷과 홈쇼핑 등이 소비행태를 뒤바꾸는 등 급속히 변화하는 현실에서 지금의 도서정가제 개정입법은 시대착오적이고 근시안적 정책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 입니다.
도서정가제를 추진하려는 단체에서는 도서정가제의 실효성에 대한 명확한 입증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며, 우리나라의 어느 누구도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제한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 속에 본 협의회는 인터넷서점들과 소비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어떠한 형태의 입법시도도 반대하며, 만약 이러한 의견을 무시하고 입법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수단을 통하여 반대의 노력을 진행할 것임을 강력히 밝힙니다.
(가칭)인터넷서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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