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태양 경제, 범지구적 遠 지역별 近’
화석에너지의 궁극적인 대체 수단은 태양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이제 그것이 언제 대체될 것인지에 대해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원이 대체되기 위해서는 가격 수준의 역전이 발생해야 한다.
실제로 각 에너지원의 발전단가 수준은 해당 에너지원이 전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거의 반비례하는 모습을 보인다(<그림 1> 참조). 발전단가가 낮을수록 보급률이 높다는 것은 주 에너지원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격이 가장 중요한 선행 지표임을 의미한다.
현재 시점에서 태양에너지는 화석에너지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다. 태양에너지의 발전단가는 kWh당 15~40센트로 전력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원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지역별 발전단가의 차이도 매우 크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의 kWh당 발전단가가 5센트 내외 수준에 불과하며 지역별 발전단가의 차이가 좁은 것과 대비된다. 높은 가격 수준과 지역별 큰 가격 편차는 태양에너지가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두 가지 핵심 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초기 시스템 비용 최근 크게 하락
태양에너지는 발전 비용 면에서 아직 가장 비효율적인 에너지원이다. 발전단가가 높으며 지역별 편차도 심하다. 그러나 전체 지구 표면이수용할 수 있는 태양에너지의 7천분의 1만 전기로 전환해도 전 인류의 전력 수요를 모두 충당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잠재력 때문에, 가능한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그 가격을 조기에 낮추려는 노력이 범지구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태양에너지로부터 생산되는 전력의 가격은 LCOE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라는 산정방식에 의해 도출된다(<그림 2> 참조). LCOE는 간단히 말해 태양에너지 시스템에 소요되는 총비용을 생산되는 총에너지로 나눈 값이다. 즉 소요되는 비용이 적을수록, 혹은 생산되는 에너지의 양이 많을수록 태양에너지의 발전 가격은 낮아지게 된다.
LCOE를 낮추는 데에는 초기 자본 비용(Initial Capital Outlays)인 시스템 비용을줄이거나 시스템 규모를 증대시켜 양산효과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영 비용은 다양한 발전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태양 복사량은 인위적인 조정이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
초기 자본비용 중에서도 최근까지 태양에너지의 코스트 절감 문제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되어 왔던 것은 태양전지 모듈 가격이다. 주소재인 폴리실리콘이 공급 부족에 시달려왔을 뿐만 아니라 수요의 변동 폭도 컸기 때문이다. 모듈 및 주변장치의 높은 가격은 태양에너지의 사용도를 높이기 위해 극복해야 할 첫 번째 관문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높은 초기 자본비용의 문제는 최근 상당히 빠르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듈 가격은 2008년을 기점으로 급락하고있다. 급락세는 2010년을 전후해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하향 안정화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그림 3> 참조).
모듈 가격의 하락세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주요 업체들의 증설에 따른 꾸준한 공급량 증대, 중국 등 신규 업체들의 시장 진출, 그리고 일본 등지에서 계속되고 있는 기술혁신 등에 힘입은 바도 크다.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가속화되어 지속적인모듈 가격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LCOE를 낮추기 위해서는 비용 부문만큼 에너지 산출 부문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에너지 산출은 시스템 규모가 클수록, 태양 복사량이 시스템에 적합할수록 커진다. 시스템 규모가 동일하더라도 시스템 효율이 높으면 산출량은 증가한다. 특히 최근에는 박막형 태양전지 기술에 강한 일본의 가네카(Kaneka)사가 8% 수준인 에너지 전환효율을 14%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결국, 초기 자본비용의 절감을 통해 시스템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소시키거나 효율성증대를 통해 생산되는 에너지량을 늘려 태양에너지의 생산 가격을 낮추어야 태양에너지가 실질적인 에너지원으로써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드 패리티의 의미
그리드 패리티란 태양에너지의 발전 코스트가충분히 낮아져 석탄·천연가스에 의해 생산되는 기존의 전력과 대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수준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가격이란 전력이 생산되는 데 소요되는 비용 그 자체보다는 최종 소비자(End Consumer)가 구매하는 전력의 최종가격을 의미한다. 발전단가가 같더라도 생산된 전력이 구매되는 경로에 따라 소매 전력가격은 틀려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최종 소비자의 성격에 따라 그리드 패리티의 시점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상업용 전력소비자와 주택용 전력소비자에게 적용되는 그리드 패리티의 수준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그리드 패리티란 최종 소비자가 태양에너지 시스템을 설치하여 자체적으로 전력을 조달하는 것이 중앙 전력망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경우에 비해 전혀 금전적 손해가 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 번째는 매장량이 유한(有限)한 화석에너지의 제약에서 벗어나 고갈되지 않는 무한(無限) 에너지원 시대가 실질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태양에너지는 화석에너지와는 달리 가정, 건물, 지역 단위 등 소규모로 간단한 시스템설계만 갖추면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생산이 가능하다. 근본적으로 자체적인 공급이 가능한 에너지원인 것이다. 따라서 걸림돌인 코스트 문제가 해결될 경우 에너지원의 고갈로 인한 수급의 불균형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급 부족의 가능성은 태양에너지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인 부품이나 소재에 국한된다.
두 번째는 에너지 산업이 지금까지의 정부의 주도와 지원으로부터 벗어나 자생적인(Self-Sufficient) 시장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태양에너지는 정부의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s)에 의한 수요의 견인이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재정 부담을 전제로 하는 그리드 패리티는 달성된다고 하더라도 정책 지원이 줄어들거나 화석에너지의 가격이 하락하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물론 그런 경우에 자원의 조기 고갈이나 지구온난화 등 환경 재앙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탄소세 등을 통해 일반 전기요금을 일시적으로 올려 태양광 보급 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면서 그리드 패리티를 유지해 주는 것이 하나의 과도기적 정책 수단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보조는 어디까지나 초기시장 활성화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에 국한되며, 그리드 패리티가 가까워짐에 따라민간 업체들의 시장 참여로 점차 대체되어 갈 것이다. 그리드 패리티에 근접해갈수록 정부의지원은 줄어들며, 달성과 동시에 완전히 배제된다. 결과적으로 그리드 패리티의 달성과 동시에 순수히 시장 기능만으로 낮은 가격의 태양에너지 공급이 가능하게 되고 소규모 단위의 에너지 자립이 확산될 것이다.
결국 그리드 패리티란, 정부의 지원이 배제된 상태에서도 기존의 중앙 전력망을 이용한 전력 조달 비용과 자체적으로 태양에너지를 전력으로 전환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같아지면서 자생적인 시장 힘에 의해 수급이 이뤄지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태양전지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여 양산효과가 확대되고 이로 인해 태양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더욱 하락하면서 기존의 화석연료에 대한 가격 경쟁력 이크게 증대된다. 이것이 다시 민간 부문에서의 자발적인 태양에너지 시스템 설치를 증가시키는 선순환 과정에 들어설 수 있게 된다.
태양 경제의 도래와 함께 자원 강국의 개념이 달라질 수도
모듈 및 주변장치 가격의 하락으로 태양에너지 시스템의 초기 자본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한편 향후 기술 혁신을 통해 효율성도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태양에너지의 앞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드 패리티를 앞당기려는 노력들이 계속되면서 과연언제 화석에너지 기반 경제(Fo s s i l i z e d Economy)에서 태양에너지 기반 경제(TheSolar Economy)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그리드 패리티의 시점이크게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장 먼저주목받기 시작하는 것은 국별 달성 시기이다(<그림 5> 참조). 그리드 패리티에의 근접 정도는 해당 지역의 잠재적 태양에너지 가용성(Solar Viability)을 통해서 판단할 수 있다.
잠재적 태양에너지 가용성이란 LCOE의구성 변수 중 인위적인 조정이 불가능하면서도 원천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높은 태양 복사량을 감안해 그리드 패리티에의 근접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그림 3>에서 살펴본 바와같이 태양 복사량이 많을수록 LCOE는 낮아진다. 즉, 태양 복사량이 많을수록 그리고 일반 전기요금이 높을수록 그리드 패리티에 가깝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그림 5>에서 확인할 수 있는 8개 지역들은 현재 그리드 패리티에 거의 근접했다고 추정되는 곳이다. 특히 하와이와 이탈리아는 잠재적 태양에너지 가용성이 가장 높아, 전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에너지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스페인이나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보다도그리드 패리티에 더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근접 정도가 비슷하더라도 지역마다특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아리조나와 같은 경우 태양 복사량이 많기 때문에 태양에너지의 코스트가 낮아 유리한 반면, 뉴욕의 경우 태양 복사량은 특별히 많지 않지만 일반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높아 그리드 패리티에 근접하는 요인이 된다. 그리드 패리티의 달성시점은 비슷하게 추정되더라도 그 달성 과정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별 특성에 따라, 그리드 패리티에 접근할수록 기존의 자원 부국과 빈국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환경 관련 조약에 민감한 유럽의 경우 탄소세 부과 등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정책을 관철시키며 일반 전기요금을 높게 유지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스마트그리드구축의 강한 추진을 통해 태양에너지의 효율개선을 노리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적도부근의 넓은 대지를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력도 풍부하기 때문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노려 태양에너지의 발전 단가를 더욱 낮추려 할 것이다.
태양에너지 잠재력은 크지만 인프라가 부실한 중국과 인도의 경우 기술적 노하우와 자본이 풍부한 일본이나 유럽의 소수 국가들의 집중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부존량이 중요한 화석에너지와는 달리 기술력, 관련 지식, 노동력의 양과 질, 기후 예측 관련 연구성과등의 요소들이 새로운 태양에너지 강국의 조건이 될 것이다. 이는 내수 기반 성장을 지향하고 있는 국가 차원의 경제 전략에도 시너지효과를 더할 수 있다.
그리드 패리티가 의미하는 바와 같이, 태양에너지에 기반한 전력의 가격이 화석에너지에 기반한 전력의 가격과 같아지면서 정부의지원 없이도 민간 부문에서의 태양에너지 수요가 급증한다면, 이는 본격적인 녹색 성장(Green Growth)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태양에너지 시장의 확대는 관련 산업의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패턴의 정착을 유도할 것이다.
소수의 특정 지역들을 제외한 범지구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리드 패리티의 본격적인 도래 시점은 현실적으로 아직 가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만간 그리드 패리티가 달성되는 지역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기술 등 관련 지식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태양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 구조로의 전이(轉移)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태양 경제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구축될 것이다.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란?
그리드 패리티는 신재생에너지원에 의해 생산된 전력의 가격이 화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의 가격과 같아지는 수준을 의미한다. 그리드 패리티는 솔라 패리티(SolarParity)라 불려지기도 한다. 태양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타신 재생에너지보다 현재 월등히 높고 장기적인 잠재력도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대표격으로 쓰여도 현실적으로 무리가 없다는 국제적인 컨센서스(Consensus)가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태양에너지의 가격은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원 중 가장 높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파르게 낮아지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 석탄·천연가스 등에 기반한 기존 전력의 가격 수준만큼 낮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그리드 패리티의 정의가 자주 인용이 되고 있지만 그 개념에 대한 명확한 숙지없이 거론되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서는 그 이론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태양에너지의 가격과 비교되는 것은 화석에너지원에 의한 발전단가(Cost of Electricity Production)가 아니라 소매 전력가격(Retail Electricity Price)이다. 발전단가란 공급자 위주의 개념으로, 순수하게 전력을 생산해내는데에만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 소매 전력가격은 수요자가 중심이 되는 개념으로, 발전단가 이외에도 배분 비용, 세금, 유틸리티 마크업(utility markup) 등을 일괄적으로 포함한다. 그 동안 중앙통제식 공급자 위주의 전력 시장이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발전단가가 중요했지만, 최근 전력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 구축 등이 현실화되면서 전력 최종 수요자의 역할과 입지가 크게 강화되었다. 이것이 그리드 패리티를 정의하는 데 있어서 최종 소매 전력가격의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는 이유이다.
둘째, 그리드 패리티가 달성되는 것은 특정 교차점이 아니라 교차 영역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리드 패리티의 개념을 간단히 교차점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이해를 돕기 위해 최대한 단순화시킨 표현에 불과하지 그 본질을 정확히 설명하는 개념도로 보기는 어렵다. 그리드 패리티는 지역별 가격 편차 및 시스템별 적용의 차이가 감안된 일련의 점진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단순히 달성 혹은 미달성만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비중의 변화로 표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태양에너지 시스템의 적용 비중이 높아지면서 점진적으로 기존 화석에너지 시스템을 대체해나가는 것이다(<그림 4> 참조)...최동순 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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