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미국의 경제지표 호전 바로보기’
미국의 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들의 수치가 최근 눈에 띠게 개선되고 있다. 노동 시장, 금융 시장, 그리고 주택시장의 각 부문에 걸쳐 큰 폭으로 악화되었던 경제 지표들의 부진이 완화되거나 오히려 반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 회복의 관건이 소비 위축의 완화, 금융기관 부실 청산 및 신용 경색의 해소, 부동산 시장 안정 등에 달려있음을 되새겨볼 때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분명하게 나타나는 긍정적인 신호에도 불구하고, 그 지표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관련 지표들의 수치는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주요 지표의 추이를 근거로 앞으로의 경기 향방을 단정하기에는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실업률 개선에는 정책 영향 커
실업률과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경제 지표들 중 하나이다. 실업수당 신청건수(initial jobless claims)란 美 노동부가 매주 발표하는 조사로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업으로 인한 정부 보조를 받고 있는지 나타낸다. 이 지표의 증가는 실업률과 마찬가지로 노동 의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을 의미하며, 고용 여건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로 중시되고 있다.
작년 상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올해 6월에 9.5%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5월부터 상승 속도가 둔화되다가 7월에는 소폭 하락하는 모습까지도 보여주었다. 실업수당 신청건수도 소폭의 등락이 있기는 했지만 올해 3월을 기점으로 하락하고 있어 뚜렷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그림1> 참조).
이러한 실업률과 실업수당 신청건수의 호전은 제조업 가동률 상승 및 전반적인 산업 생산 활동의 개선으로 인한 비농업 취업자수 증가에 힘입은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일시적으로 작용한 정책의 효과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노동 시장 개선에 큰 영향력을 미친 정책으로 신차 구매보조제도(Car Allowance Rebate System)를 들 수 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중고차를 신차로 교환하는 소비자들에게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올해 6월부터 초기 자금 10억 달러를 시작으로 시행되었지만 급격한 수요 증대로 조기에 고갈되어 20억 달러가 추가로 투입되었다.
이 정책이 유발한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 정책 시행 기간 동안의 자동차 판매량은 약 70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판매호조로 인한 자동차 생산량 급증은 공장 폐쇄건수를 크게 낮춰 7월에만 2만 8천 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전월에 비해 늘어난 약 6만4천 개의 일자리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규모이다. 본래 자동차 산업의 활성화를 겨냥한 이 제도는 즉각적인 고용 증대 효과를 가져 오며 최근 실업률 상승세 둔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대 이상의 노동 시장 개선 효과로 인해, 8월 24일로 만기 완료된 이 정책의 연장 여부가 미국 하원에서 현재 심각하게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에 대한 비판론도 상당히 거센 편이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높은 비용이다. 추가 투입된 20억 달러가 에너지산업 육성 관련 대출 부문 자금에서 충당된 바와 같이, 타 부문 재정 지원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중고차 관련 산업이 받는 직접적인 타격이다. 중고차 딜러 및 부품 공급소, 정비소 등 연계 비즈니스들의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미래 수요의 감소이다. 이 제도를 이용한 구매자들은 미래에 출시될 신차의 잠재적 수요자들이므로, 현재의 자동차 생산량 증대는 단순히 미래 수요를 앞당긴 결과에 불과해 오히려 근시일 내에 신차 과잉 공급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 제도의 연장 여부가 불투명하고 그에 힘입은 고용 창출 효과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근로자 구매력은 여전히 취약
고용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업률과 실업수당 신청건수 이외에 다른 지표들의 점검도 필요하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수익성이 낮은 경기 침체기에는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따라서 해고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많은 경우 고용 규모는 유지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 시간을 줄이기도 한다. 실제로 시간당 임금은 작년 12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중이며 주당 노동 시간도 작년 2월 이후의 하락세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그림 2> 참조).
즉 기업들의 고용 수요 위축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는 있지만, 임금 삭감 및 노동 시간 감소 등에서 나타나듯 근로자들의 소득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더라도 신규 노동력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의 노동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실제 구매력 개선은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 안정화 이후에도 더디게 개선되는 노동 시장은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완만한 수준으로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TED 스프레드 축소에도 불구, 은행의 금융 중개 역할 여전히 취약
신용 스프레드와 TED 스프레드는 이번 위기의 심각성을 가장 단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들이다. 신용 스프레드란 신용도가 다른 채권 간의 금리 차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주로 부도위험이 없는 국채와 부도 가능성이 있는 회사채 금리의 차이를 나타낸다. 이 차이가 줄어들수록 신용이 낮은 기업의 자금 환경이 개선됨을 뜻한다. TED 스프레드란 국채 3개월 수익률과 리보(LIBOR) 금리 간의 차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차이가 줄어들수록 은행들 간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됨을 뜻한다.
이를 통해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 간 자금의 선순환에 최대 장애물인 신용 경색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대형 은행의 부도 위기는 은행 간 대출 시장의 일시적인 마비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기업 대출에 적용되는 가산 금리를 상승시켜 은행과 기업 간의 자금 시장도 경색시키게 된다. 미국 정부는 이를 해소시키기 위한 응급 처방으로 부실 자산 매입, 자본 확충, 유동성 공급 등을 단행하여 금융 시장의 경색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TED 스프레드는 작년 하반기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꾸준히 낮아져 은행의 자금 조달 여력이 개선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작년 상반기 이후 극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다 최근에는 위기 이전의 수준을 회복해가는 모습이다. 신용 스프레드역시 올해 3월을 기점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최근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그림3> 참조).
그러나 이러한 신용 스프레드 및 TED 스프레드의 축소에도 불구하고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은 아직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美 연준의 은행 대출 관련 조사(Senior Loan Officer Opinion Survey)에 따르면, 기업 대출 기준은 작년 하반기보다는 크게 완화되었지만 아직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보다는 엄격한 수준이다. 2006년 상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계 대출도 최근 그 하락세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금융 기관들의 대출 기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소규모 지방 은행들의 지급 의무 이행 능력이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대형 은행의 경영 상태는 상대적으로 안정되었지만 중소은행들의 도산 건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에만 9월 18일 현재까지 총 94개 은행들이 도산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중소은행들이다. 작년 한 해에만 26개 은행이 도산한 것에 비해 훨씬 늘어난 규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들로서는 굳이 대출 기준을 완화시키는 리스크를 감당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금융 기관들의 전반적인 자금조달 여력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중개 기능이 강화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등 은행 부실 심화 가능성
최근 중소 은행들의 불안 요인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에 모아지고 있다. 작년까지 0.5%를 하회하는 수준에 그쳤던 상업용 모기지 연체율은 올해 들어 급격하게 상승하여 현재 2%에 근접하고 있으며 그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007년 이후 극심한 침체에 빠진 CMBS(Commercial Mortgage-backed Securities: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담보부 증권) 발행 규모도 소폭의 등락만 있을 뿐 개선의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그림 4> 참조).
상업용 모기지 대출 상환이 부진하고 관련 자금의 40% 가량을 조달해 온 CMBS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예정대로 내년 한 해에만 3천억 달러 규모의 상업용 모기지의 만기가 도래할 경우 차환(refinancing)은 상당히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가격의 폭락 및 은행의 채무 불이행(loandefaults)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미국의 주요 은행들보다는 다수의 소규모 지방 은행들의 연속적인 도산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주택 대출의 대부분이 10개정도의 최상위 소수 금융 기관들에 집중되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소규모 지방 은행들이 60%를 상회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상업용 모기지 연체율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CMBS 시장 침체가 계속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시장 조사 업체인 포어사이트(Foresight Analytics)는 향후 700개 정도의 은행이 추가 도산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상환의 부진과 CMBS 시장의 지속적인 침체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다. 더욱이, 주요 은행들도 도산 위기에 처한 수백 개의 중소 은행들을 인수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 건실한 상황은 아니다. 신용 스프레드 및 TED 스프레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신용 경색이 해소되고 금융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향후 미국 정부가 CMBS 시장 안정화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미국계 중소 은행의 구조 조정은 급격한 진행보다는 시간을 두고 완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고가 주택 가격 여전히 불안
주택 가격은 이번 위기의 출발점이자 미국 경제의 현재 위치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다. 자산 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가계와 금융 기관의 재무 구조 악화가 위기의 근원지일 뿐만 아니라, 이를 얼마나 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지 여부가 미국 경기 침체 탈출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 가격 지수인 케이스-쉴러 지수(S&P/Case-Shiller HomePrice Index)는 올해 4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반전되며 그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올해 1월 저점을 기록한 이후 최근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신규 주택판매량 역시 2006년 상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오다 올해 3월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그림 5> 참조).
이는 주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중저가 주택 시장의 큰 폭 개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신규 주택 판매의 증가는 올해 2월 18일 발표된 주택 구제 법안 중 최초 주택 구매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8천 달러의 조세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는 가계 소득이 15만 달러 이하인 구매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정책으로서 실제로 중저가 주택 수요를 크게 늘려 전반적인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주택 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 첫째, 고가 주택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다. 소득 감소 및 향후 경기의 불확실성고조 등으로 미국 전역에서 고가 주택의 재고가 상승하고 호화 주택에 대한 기피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고가 주택은 상대적으로 높은 모기지 금리와 엄격한 대출 기준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었다. 그러나 이번 위기를 계기로 사람들이 중저가주택을 선호하게 될 경우 고가 주택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
둘째, 모기지 금리의 상승 가능성이다.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모기지 금리가 소폭이라도 상승하게 될 경우중산층 및 저소득층이 받는 타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급등했다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면 모기지 금리도 뒤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
셋째, 최초 구매자 대상 조세 지원의 만기이다. 이 정책이 예정대로 11월 말에 종료될 경우 현재와 같이 높은 중저가 주택 수요가 유지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전반적인 주택 가격이 일시적인 안정세를 되찾았다고 해서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주택 부문별 시장 현황 및 불안 요인, 그리고 그 원인을 계속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기지 연체율은 여전히 상승
고가 주택 시장의 경우 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최근 들어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번지는 양상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데 있어서 자금 조달은 프라임 모기지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차입자의 대출 상환능력 저하로 인한 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고가주택 시장의 침체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실제로 2008년 이전까지 제로에 가깝던 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작년 상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올해 초부터는 상승세가 가속화되며 현재 8월 기준 13.5%의 연체율을 보이고 있다. 작년 초부터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의 경우 올해 상반기 이후 상승 속도가 소폭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현재는 33.7%를 기록하고 있다.
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불안이 주목되는 이유는 정책의 초점이 집중되어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과는 달리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에 아직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소득 계층인 화이트 칼라(white collar)업종 종사자들의 고용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아온 프라임모기지 부문은 그 부실의 정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대출 규모가 큰 점보 모기지(jumbo mortgage)가 연체율 및 도산 건수 면에서 전체 모기지 카테고리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라임 모기지 부실마저 악화될 경우 주택 시장의 추가 침체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종 정책 지원의 향방 및 모기지 금리 변동 등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 회복 본격화에는 시일 걸릴 듯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현재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내고 있는 주요 경제 지표들만을 근거로 미국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 국면을 낙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노동, 금융, 주택의 각 부문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는 대표적인 지표들의 호전을 감안할 때 전반적인 경기의 회복 기운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그 이면에 아직 내재되어 있는 불안 요인들에 대한 경계는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호전되고 있는 주요 지표뿐 아니라 이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관련 지표들의 추이도 세심하게 살펴봄으로써 주요 지표들의 이면에 상존해 있는 불안 요인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동순 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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