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세 이방인의 서울 회상’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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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2009-10-07 11:22
서울--(뉴스와이어)--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에서는 세 명의 외국인이 각각 한국 근대사에 큰 전환점이었던 1919년, 1947년, 그리고 1973년에 서울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 120여 점을 중심으로 ‘세 이방인의 서울 회상’전을 10월 9일 개막한다.

2009년 기증유물특별전으로 개최되는 이번전시는 일제시대 이후 최근까지 세 명의 외국인의 눈에 비친 서울의 변화모습을 시대별로 보여주고 있어 서울특별시 6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 주인공은 독립운동이 범국민적으로 퍼져가던 1919년 즈음 서울에서 이 과정을 지켜봤던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Albert W. Taylor), 일본의 항복선언 직후인 1947년 경 해방군의 시선으로 서울을 지켜보았던 프레드 다익스(Fred W. Dykes), 우리나라 고도성장기인 1970년대 청계천에서 각종 빈민구호활동을 펼쳤던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 씨이다.

회상 1 : 한국의 독립운동을 숨어서 지원한 서방언론인의 시선

전시의 첫 부분에는 앨버트 테일러 씨의 사진이 전시된다. 광산개발업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온 테일러 씨는 UPA(UPI의 전신) 한국특파원으로 3·1 독립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세브란스 병원 침상에서 발견하여 서방언론에 알리는 등 한국과 한국민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가졌다. 당시 정황을 알려주는 이용설의 메모(연세대학교 동은의학박물관 소장)가 전시될 예정이다.

또한 특파원으로서 1919년 3월 3일 고종장례행렬을 찍은 사진들은 장례절차를 기록하는 공식사진이 아닌 장례행렬의 분위기와 종로통에 운집한 백성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희귀자료이다. 3·1 독립선언 직후인 3월 3일 고종 임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기 위해 종로와 을지로에 운집한 백성들을 잘 포착하고 있는데, 무표정한 군중들의 모습은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전시실을 압도하는 서울 파노라마 사진은 테일러 씨가 수집한 사진인데, 파노라마를 만들기 전 원본자료로는 처음 공개되는 사진이다. 인왕산 서편 부근에서 남북으로 서울을 조망한 이 파노라마 사진에는 서울성곽의 전체 윤곽 등 1920년대 말의 서울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앨버트 테일러 씨는 종로구 행촌동에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딜쿠샤(Dilkusha)라는 커다란 서양식 저택을 짓고 부인 메리 테일러와 오랫동안 한국에 거주하였다. 또한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사진들을 서울시에 기증하면서 그의 아들은 서울시의 명예시민이 되기도 하였다.

― 회상 2 : 해방기 격동의 현장을 본 이국병사의 담담한 시선

두 번째 전시대상은 프레드 다익스 씨가 기증한 사진이다. 다익스 씨는 1946년 12월부터 1948년 5월까지 미 7사단 보병으로 서울에서 근무하던 중 시내 곳곳을 관광하면서 당시의 모습을 촬영하였다. 유엔군을 환영하는 구호탑과 이승만지지집회를 찍은 사진은 당시의 혼란한 정치상황을 대변해주고 있으며, 철거되기 직전의 남산 조선신궁 도리이와 황국신민서사지주탑의 모습은 해방된지 2년이나 지난 1947년까지도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일제의 유흔을 느끼게 한다.

1945년까지 서울시청에 걸려있던 나찌깃발 실물 최초 공개

특히 함께 전시되는 자료로 1945년 일제 패망 때까지 서울시청(당시 경성부청)에 일장기와 함께 걸려있던 나찌기의 실물이 최초로 공개된다. 이 나찌기는 당시 한국에 상륙한 미군이었던 로저 마요트(Roger Mayotte)씨가 직접 수습하여 보관해오다 기증한 유물로 실물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일제와 동맹국이었던 독일의 나찌기가 시청에 걸려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 회상 3 : 일본인 사회복지가의 따뜻한 시선

마지막 전시 대상은 1970년대 초에 청계천 일원의 판자촌에서 빈민구제활동을 벌였던 노무라 모토유키 씨가 촬영한 사진이다. 노무라 씨는 1968년 처음 한국을 방문하여 봉사를 결심하였고 1973년부터 1985년 까지 한국을 50여 차례나 방문하면서 빈민구호활동을 폈다. 봉사활동의 바쁜 일정 중에도 틈틈이 서울시내와 청계천 일대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1970년대 눈부신 경제성장을 경험하던 서울도심과 활기에 찬 도시민들의 모습이 소위 무허가 불량가옥으로 치부되었던 청계천 판자촌, 그리고 그 안의 서민들의 모습과 겹쳐져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청계천 판자촌은 한국전쟁 이후,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이농민들, 1·4후퇴 이후 월남한 전쟁피난민들이 청계천변에 한 채 두 채 얼기설기 판자집을 지어 거주하게 되면서 형성되었다. 노무라 씨가 활동하였던 1970년대 초 답십리, 사근동 등의 청계천변 둑 너머에는 어김없이 판자촌이 들어서곤 하였다. 그의 사진 속에는 제방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서글픈 장관(壯觀)을 이룬 판자촌과 지금은 중년의 나이가 되었을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처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우리의 오랜 자화상이 숨어 있다.

이번 전시는 10월 8일 15시에 개막식이 있을 예정이며, 일반관람은 10월 9일부터 시작된다. 관람시간은 평일은 09시~21시, 토·일요일은 10시~19시까지이며, 관람료는 19세~64세까지는 700원, 그 외에는 무료이다. 이번 전시는 11월 8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문의는 (02)724-0156~8으로 하면 된다.

웹사이트: http://www.museum.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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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유물관리과장 정명아
02-724-0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