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녹색 소비가 녹색 성장의 원동력이다’
1. 논의 배경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기후 변화 및 에너지 위기 등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전략으로, 최근 친환경 경쟁력 강화와 경기 부양을 접목한 이른바 ‘녹색 성장’이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녹색기술 개발 및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확대 등의 경기 부양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최근 2020년까지 세계 7대 녹색 강국 진입을 목표로 녹색 경쟁력 강화를 위한 10대 정책 과제를 제시한 ‘녹색 성장 국가 전략 및 5개년 계획’(2009.7)을 발표했다. 하지만 녹색 성장은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는 녹색산업 육성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따라서 녹색소비 활성화는 녹색 성장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으며, 생산과 소비의 균형적인 발전이 전제될 때 녹색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녹색소비의 활성화는 경기부양 측면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녹색 사회 건설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일본은 녹색 성장의 견인차로서 소비자 역할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최근 녹색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일본의 최근 녹색소비 동향과 주요 시책을 살펴보고, 국내의 녹색소비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일본의 녹색 소비 동향과 주요 시책
(녹색소비 확산 동향)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여파로 내수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친환경 상품의 대명사인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도요타 ‘프리우스’는 5월 이후 3개월 연속 신차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소형차를 제외한 신차 판매 시장에서 최근 하이브리드차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녹색소비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편 소비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공공 부문의 녹색 구매도 해마다 증가하여 2007년에는 조달률 95%이상인 품목수가 전체 조달 품목의 93.9%에 달하고 있다. 공공 부문의 녹색 구매 증가는 개별 제품의 친환경 생산을 촉진하고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녹색 구매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에코마크’ 인증 제품 및 참여 기업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인증 대상 분야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사무기기와 사무용품 등의 시장 점유율은 에코마크 인증 제품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어 녹색 제품이 소비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녹색소비 촉진을 위한 주요 시책) 첫째, 녹색소비 확산을 위한 제도적 기반 정비와 민관의 파트너십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다. 주요 시책을 살펴보면 (1) ‘그린 구매법’ 적용의 대상 범위 및 그린 조달 품목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등 공공기관의 녹색구매를 의무화하는 한편 산업계와 일반 국민의 녹색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2001년부터 ‘그린 구매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최근 지방자치단체 및 준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녹색구매를 권장하는 한편 녹색구매 품목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파트너십 측면에서는 (2) 정부와 기업 및 시민단체 등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녹색소비의 생활화를 유도하고 있다. 일본환경협회를 중심으로 녹색구매 네트워크(GPN), 에코마크 사무국 등은 녹색구매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친환경제품 정보를 제공하며 우수 녹색구매기업에 대한 홍보 및 환경 교육 등 폭넓은 활동을 전개하면서 사회 전반의 녹색생활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3) ‘그린컨슈머 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녹색 소비문화 확산을 위한 ‘그린컨슈머’(녹색소비자)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둘째, 최근에는 녹색소비 진작을 위한 보다 직접적인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초부터 특히 민간 부문의 녹색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1) 올해 4월부터 저공해, 고효율차에 대한 대폭적인 감세와 더불어 친환경차 구입에 대해서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친환경 자동차의 신차 판매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2) 5월부터는 가전제품 중 전력 소비가 많은 에어컨, 냉장고, 텔레비전 등에 대하여 제품별로 포인트를 부여하고, 획득한 포인트는 상품권이나 친환경제품 구입 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에코포인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책들은 소비자들에게 녹색소비에 대한 직접적인 인센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3) 주택 개보수 시 태양열 이용 등 에너지 절약 주택에 대한 세금 우대 및 보조금 지급 등을 실시하고 있다.
3. 국내 녹색 소비의 현황과 한계점
(친환경마크 인증제품 시장 현황) 국내 친환경마크 인증제품의 시장 규모는 매년 증가하여 2008년도에 약 12.8조원 정도로, 총 상품시장의 약 8.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의 친환경제품 시장 규모는 환경마크 인증제품의 증가와 더불어 2005년에 3.3조원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는 16조원, 2012년에는 20조원 규모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친환경마크 인증제품에 대한 공공 및 산업 부문의 녹색구매와 가계 부문의 녹색소비도 각각 확대되어 2012년에는 3.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문별로 보면, 녹색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공공 부문은 2012년에는 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가계 부문도 녹색소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됨에 따라 2012년에는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부문은 타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나, 녹색구매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여 2012년에는 6천억원 규모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녹색생산 및 소비 촉진 정책) 첫째, 국제 기준에 준하는 친환경제품에 대한 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녹색구매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는 환경마크제도(1992), 재활용품의 품질 제고를 위한 우수재활용인증제도(1996) 등을 통해 제품의 친환경 생산을 촉진하고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둘째, 녹색 구매 확대와 유통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상품 구매촉진법(2004)을 제정하여, 대형 유통매장은 친환경상품 매장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산업 부문의 녹색구매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자발적 녹색구매 협약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셋째, 정보 네트워크 등 지원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녹색구매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친환경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전시회 개최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친환경제품에 대한 정보 DB를 구축하여 공공기관 및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국내 녹색소비의 한계점) 첫째, 산업 부문의 자발적 참여를 촉진하는 제도적 유인 장치가 미흡하다. 지금까지 5차례의 자발적 녹색구매 협약을 통해 대기업들의 참여는 점차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녹색구매에 대한 인식 및 참여도는 낮은 실정이다. 보다 많은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유인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녹색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제품 구입 시의 의사 결정에 있어서 제품 가격은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가격이 비싸도 친환경제품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20%에 불과하다. 이는 윤리적 인식에만 호소하는 녹색소비 활성화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녹색소비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은 앞서가고 있으나 친환경제품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아직 낮은 실정이다. 환경마크 인증제품의 대상 품목이 점차 다양화되고는 있지만 생활에 친숙한 일반 소비재 품목은 미흡하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탄소성적표시제 및 탄소포인트제의 경우 일반 국민들의 인지도는 아직 낮은 실정이다.
넷째, 녹색 소비문화 확산을 위한 전문적 연구 및 연계가 부족하다.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녹색생활 실천가이드 등 녹색소비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하다. 또한 녹색 소비문화가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생활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회 각계의 유기적인 협력이 미흡한 실정이다.
4. 시사점
녹색성장의 원동력인 녹색소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첫째, 친환경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보다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탄소성적표시제 및 탄소포인트제가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적립된 포인트를 활용하여 제품 할인뿐 아니라 여타 서비스의 이용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녹색 제품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을 높여나가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와 공공 기관의 녹색구매 범위 및 조달 품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사무기기와 사무용품 등 소비재 중심의 녹색 구매에 한정하지 않고 건설, 토목,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녹색 조달 범위를 점차 넓혀 나가야 한다. 또한 병원, 학교 등 공공 기관에 준하는 단체에 대해서도 녹색구매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셋째, 산업 부문의 녹색구매를 촉진하고 친환경제품 생산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녹색구매 우수 기업에 대한 정책적 홍보와 더불어 자발적 협약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우대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녹색구매에 중소기업도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동기 부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친환경제품 개발 및 생산체제 구축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 및 자금 지원 등을 통해 녹색 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넷째, 민·관 및 사회 각계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와 언론 등 사회 각계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녹색 소비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협조 체제를 갖춰야 한다. 녹색 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제공 체제 구축으로 기업의 효율적 녹색구매 추진을 위한 자문 등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섯째, 녹색 소비문화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및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여성과 어린이 등 다양한 계층의 눈높이에 맞는 녹색생활 실천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사회 계층이 동참할 수 있도록 국민 인식을 높여야 한다. 더불어 녹색 소비문화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바탕으로, 녹색 생활에 대한 캠페인 전개와 실천 사례의 전파 등을 통해 국민 모두가 녹색소비 생활화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허만율 연구위원]
*위 자료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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