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소비자들은 우리말 상표를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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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코스피 033780
2005-04-20 09:07
서울--(뉴스와이어)--우리 나라 소비자는 어느 나라 언어의 상표에 더 친숙함을 느낄까?

KT&G가 지난 1998년 이후 동일한 시점에 출시된 우리말 상표와 영어 등 외국어 상표의 소비자 수용도를 분석해 본 결과, 우리 말로 된 브랜드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외국어 브랜드에는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KT&G가 1998년 이후 출시한 우리말 상표는 ‘시나브로’ ‘한마음’ ‘잎스’ ‘도라지연’ 등 4개이며, 이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외국어 상표는 ‘디스플러스’ ‘타임’ ‘시마’ ‘더원’ 등이 있다.

‘시나브로’는 우리 나라가 한참 IMF의 고통 속에 빠져있던 1998년 7월, 전국민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발매된 브랜드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이다. 특히 시나브로는 발매취지에 맞게 1999년 한갑당 10원씩 적립, 50억원의 IMF실직자기금을 조성하기도 하여 더욱 세간의 조명을 받은 제품이기도 하다.

‘한마음’은 2000년 4월, KT&G가 북한과 추진한 남북경협을 통해 탄생한 우리 나라 최초의 남북공동브랜드로, 국내언론은 물론 외신언론에서까지 사업내용과 함께 제품이 소개될 정도로 반향이 컸던 제품이다.

‘잎스’는 나뭇잎의 ‘잎’과 ‘스치다’라는 동사가 조합되어 ‘잎이 스치다’라는 싱그런 뉘앙스를 가진 브랜드로 2001년 6월 출시되었다.

한편 ‘도라지연’은 동양의 정서를 담고 있는 식물 ‘도라지’와 자연을 상징하는 한자어 ‘연’을 조합한 브랜드로 오미자곽향 특유의 향을 담고 있으며, 2003년 6월 출시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다양한 배경과 의미를 가지며 출시된 4개 브랜드 중 현재까지 시장에 남아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도라지연’ 하나 뿐이라는 사실이다.

시나브로는 '98년 2.3%, ‘99년 2.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성장하는가 싶었으나, 이후 급격히 점유율이 감소하며 지난 해 0.04%에 불과한 점유율과 함께 결국 12월 단종되는 운명을 맞이해야 했다.

또 한마음은 담배로서는 외신에까지 소개받는 전례없는 특혜(?)를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장에서는 철저히 냉대를 받아 발매 첫해 2000년 0.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였고, 이듬해는 0.1%, 2002년은 0.001%로 연명하다가 결국 9월 시장에서 사라졌다.

잎스는 더욱 초라한 성적을 냈는데 시장에 출시된 2001년 시장점유율은 겨우 0.2%를 기록한 끝에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연말에 사라진 브랜드로, 1988년 국내시장 개방 이후 KT&G가 발매한 브랜드 중 최단명(6월)브랜드로 기록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그나마 도라지연은 고정 수요층에 의해 현재까지 명맥은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점유율은 출시하던 2003년부터 올해까지 0.1%~0.2%에서만 머무르고 있는 그야말로 틈새브랜드로밖에 의미를 가지지 않는 제품이다.

즉 이 결과에서 보듯, 보통 제품이 도입·성장·성숙·쇠퇴라는 라이프사이클을 거치는데 반해 우리말로 된 이들 브랜드들은 도입 이후 바로 쇠퇴로 접어드는 기형적 사이클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반면 이와 비슷하게 출시된 외국어브랜드들은 현재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나브로와 비슷한 1999년 1월 출시된 디스플러스는 발매 첫해 4.5%로 시장에 안착한 뒤, 2001년은 7.8%, 2003년은 12.4%까지 치솟았으며, 올해도 10.5%를 기록하며 KT&G 브랜드 중 점유율 2위의 브랜드로 올라 있다.

한마음 출시와 비슷한 2000년 7월 출시한 타임도 첫해 4.5%에서 시작하여 2002년은 9.6%까지 치솟은 뒤 현재는 비록 상승세가 꺾여 4.6%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KT&G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잎스 발매 1월 뒤 출시된 시마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케이스 중 하나인데, 발매 첫해 2001년 1%에 이어 2.5%, 1.3%로 이어진 뒤 현재는 0.4%를 기록하고 있다.

도라지연보다 3개월 늦은 2003년 9월 출시된 더원은 첫해 2.8%에 이어 2년째에는 12.7%로 시장점유율이 치솟은 그야말로 기록적인 점유율 상승을 보인 KT&G 성공신화의 1등공신 브랜드이다. 올해 1분기 8.4%로 점유율이 꺾이긴 했지만 가격인상 직후의 왜곡된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즉 이는 같은 회사에서 출시되어 품질에는 차이가 없지만 제품 컨셉트는 각기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브랜드가 상표명에 따라 시장점유율의 차이가 뚜렷이 구분되고 있다는 현상으로, 이를 통해 요즘 소비자들은 우리말보다 외국어 상표에 더 강한 친숙감이나 세련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결과는 요즘 기업들에게 제품 개발에 있어서 품질, 가격, 컨셉트 등 제품 본질가치 못지 않게 제품명의 언어선택도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이를 파악하기 위한 사전 보다 면밀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 이 조사결과는 우리 나라 소비자들의 상표명 수용도의 한 단면을 담배라는 제품을 통해 확인해 본 것으로 모든 제품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며, 또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무조건 외국어 선호로만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들은 오히려 이 현상을 역으로 활용, 제품별 속성에 따라 계몽적 또는 전략적 차원에서 우리말 상표를 선택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새로운 환심을 사거나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는 일종의 역발상 마케팅의 교훈 또한 이 사례에 함께 들어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KT&G 개요
공기업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2003년 1월 민영화된 기업

웹사이트: http://www.kt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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