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10대 무역대국을 위한 해운산업 발전 전략’
1. 문제 제기
한국은 2009년 1~9월 기준 수출 규모 세계 9위, 무역 규모 세계 10위의 무역대국이다. 따라서 교역의 절대적인 운송 시스템인 해운산업이 취약할 경우 수출입 운송비용이 해외 해운사로 유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UN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세계 해상물동량은 약 74억 1,600만 톤으로 불과 10년 만에 56%가 증가하였다. 비록 2009년 세계경제의 침체로 교역이 축소되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글로벌화에 따른 세계무역의 증대로 해상 물동량은 다시 급속하게 늘어나 해운시장은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현재 국내 해운 업계는 세계 해운 경기의 침체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만약 지금의 위기로 국내 해운산업이 위축될 경우 교역의 이익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물론, 국내 해운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위상이 추락하여 세계 교역시장에서 창출되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포기해야만 한다. 이에 국내 해운산업이 현재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세계 10위의 무역대국에 걸 맞는 글로벌 운송 인프라 시스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추구해야 하는 지 모색해 보았다.
2. 해운업의 중요성
첫째, 해운업은 수출 규모가 선박, 석유제품, 기계에 이어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수출 효자 품목이다. 2008년 해운 부문의 서비스 수출은 367.1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자동차(350.3억 달러)와 반도체(327.9억 달러)보다도 높은 실적이다. 특히 해운 부문 수출은 총서비스 수출 759.9억 달러의 절반정도인 48.3%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해운업의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 특히 2008년 경상수지가 상품수지 흑자 규모 축소와 서비스수지 적자로 64.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해운 부문의 서비스수지(서비스수출-서비스수입)는 단일 산업으로 56.1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였으며, 이는 전체 상품수지 59.9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셋째, 해운업은 국제 화물 수송의 절대적인 비중을 담당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제 물동량은 8억 6,566만 톤에 달하고 있다. 이중에서 약 99.6%인 8억 6,252만 톤을 해운업이 담당하고 있다.
넷째, 해운업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고용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005년 기준 한국의 수상운송업 사업체당 취업자 수는 711.7명으로 그리스, 독일, 미국, 덴마크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3. 해운 경기 현황 및 전망
(해운사 실적악화 현황) 우선 글로벌 선사들의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2009년 글로벌 컨테이너선사의 매출액은 2008년에 비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테이너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벌크시장 역시 세계 경기 침체로 벌크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다.
국내 해운사의 경우 아직 파산을 신청한 대형선사는 없으나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형선사들 역시 불안정한 유동성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09년 2월 국내 순위 20위 해운사인 파크로드의 파산신청을 시작으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채무불이행 선언과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확산되고 있고 대형 해운사 역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원인) 해운업 경영환경이 악화된 데에는 교역량 감소에 기인한 해운 물동량의 급감과 선복량 증가에 따른 운임 급락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2000년 이후 세계 교역량은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2009년 들어 전년대비 교역량 증가율이 마이너스(-11.9%)로 전환되었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물동량과 건화물 물동량이 2009년 각각 전년대비 9.5%, 4.4% 하락한 1억 2,400만 TEU과 49억 5,00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해운 서비스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해운 서비스 공급을 나타내는 선복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컨테이너 선복량은 2001년의 481만 TEU에서 1,348만 TEU로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건화물 선복량 역시 2008년 4억 2,320만 dwt, 그리고 2009년에는 4억 6,550만 dwt로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망) 2010년 해운업 경기의 회복이 예상되고 있지만, 빠른 회복세의 가능성은 적어 해운사의 경영에 있어 어려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먼저 공급측면을 살펴보면, 2010년에도 선복량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Clarkson은 2010년 컨테이너의 선복량을 2009년에 비해 12.7% 증가한 1,502만 TEU를, 건화물의 선복량 역시 2009년에 비해 11% 증가한 5억 1,200만 dwt로 전망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세계 경기 회복으로 2010년 컨테이너 및 벌크 물동량은 2009년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회복 속도는 느릴 것으로 판단된다. Clarkson에 따르면 2010년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9년 대비 2.4% 증가한 1억 2,700만 TEU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2008년의 1억 3,700만 TEU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 2010년 건화물 물동량은 전년에 비해 4.9% 증가한 51억 9,500만 톤을 기록할 전망이다.
가격 측면에서 2010년 컨테이너와 건화물 운임 지수는 올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잉 공급 지속과 함께 선행지표가 되는 제조업 생산지수와 원자재 가격지수의 느린 회복세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운임지수 추정 결과
장기적으로 컨테이너 운임은 제조업 생산지수 및 유가와, 건화물 운임은 원자재 가격지수 및 유가와 양의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단기적으로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제조업 생산지수에 대해 후행(2개월)하며, 유가와는 동행했다. 건화물 운임지수는 원자재 가격지수에 대해 후행(1개월)하며, 유가와는 동행했다. 컨테이너 선행지표인 미국 제조업 생산지수는 2009년 6월(89.3) 저점을 기록한 이후 상승 추세를 보고 있으나, 여전히 100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건화물 운임지수의 선행 지표인 원자재 가격지수 또한 2009년 2월(311.4) 저점을 기록한 이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어려운 상황이다.
4. 해운산업 발전 전략
(시사점) 정부에게 현시점은 해운 정책의 방향을 해운사의 구조조정 또는 해운업의 지원 중 한쪽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만약 현재의 해운업의 위기가 해운사의 경영 실패에서 기인했다면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라는 산업 외적인 문제와 함께 과점 시장이라는 산업 내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면 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운업은 우리에게 있어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해운업에 대한 분석 결과, 해운업의 위기는 세계경기 침체로 수요는 급감함에도 불구하고 장기계약과 경기 후행성으로 인해 선복량의 조절이 쉽지 않다는 점에 기인했다. 이 때문에 해운 운임이 폭락했고 특히 과점시장이라는 해운업의 특성상 가격인하 경쟁은 원가이하의 운임하락으로 이어졌다. 과거 반도체 산업이 초과 공급으로 가격이 폭락한 이후 시장 구조가 재편됨에 따라 생존한 기업이 시장점유율을 높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 시점은 구조조정보다는 산업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또한 해운사 역시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해운산업 발전 전략) 세계 10위의 무역대국에 걸 맞는 국내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첫째, 정부는 해운업의 국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운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의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선박 금융을 보다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高용선료에 따른 선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용선료의 일정부분을 저리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둘째, R&D 및 IT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국제 경쟁력의 핵심인 생산성 증대를 유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에너지 가격이 상승 추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업종의 효율성 확보는 중요한 사안이다. 업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R&D 및 IT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의 범위를 확대하고 정부 주도의 효율적인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시장 진입 제한과 화주-선사 간 협력 구축으로 시장 수급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해운 시장으로의 추가 진입을 허용할 경우 산업 경쟁력의 추락을 가속화할 수 있으므로 정부 주도로 화주-선사 협의체를 구성하여 이들 간의 협력 체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넷째, 해운사들도 국제 해운 경기 변동에 대한 리스크 축소를 위해 비용 절감 및 매출 확대를 통한 재무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비수익 노선 및 기항지의 폐지 및 축소 방안을 마련하고, 글로벌 선사들과의 선박 공유 및 항로 공동 운영 등과 같은 전략적 제휴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위기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부문별, 지역별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무리한 컨테이너 부문의 외형확장을 지양하며, 다양한 환경변동요인이 고려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임상수 연구위원]
*위 자료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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