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대표 4. 21 전남대 특강 강연문`기로에선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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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1 09:50
서울--(뉴스와이어)--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 발언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용어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러한 대외 인식을 갖고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생각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나오자마자, 정부 유관 부처는 그 의미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모습입니다. 설익은 전략적 사고 때문에 ‘동북아 균형자론’은 앞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외교 전략이 되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최고의 외교안보 브레인이라는 이종석 NSC 사무차장은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세력균형론은 모든 게 군사력에 좌우되고 전쟁이 빈번했던 시대의 현상유지론이고, 균형자론은 현상유지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는 현 정권 외교정책의 최고 브레인이라는 사람의 궤변적 설명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력균형(Balance of Power System)론이라는 것은 1815년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이후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前까지의 약 100년간 유럽에 비교적 평화스러움을 가져다주었던 체제를 말합니다. 당시의 세력균형체제에서 균형자(Balancer) 역할은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세력균형 정책을 주도한 영국이 했습니다.

영국은 막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유럽 대륙의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삼각의 대립구도 속에서 어느 한쪽이 너무 커지지 않게 적절하게 동맹과 전쟁을 수행함으로써 유럽에 절대강자가 부상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세력균형 체제가 붕괴되면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군사력 문제와 관련하여 과거 미·소간 대결이 첨예했던 냉전시대에 조차도 미국의 대외정책은 대소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이었습니다. 그러나 악의 제국(empire of evil)이라던 소련이 사라진 지금 미국은 오히려 불량국가들에 대해 선제핵공격론이라는 공세적 군사 전략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전쟁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현실감각을 상실한 발언이라 봅니다.

한 국가의 외교정책은 최소한 국제사회에서 보편타당한 인식으로 받아들여져야 새로운 이론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한반도 주변에는 소위 헤비(heavy)급 국가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플라이(fly)급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부인할 수 없는 냉엄한 국제정치적 현실입니다.

나도 여러분들에게 한국이 미들급, 헤비급 국가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나도 정치인으로서 선거를 겨냥한 인기발언을 못할 바 없습니다. 그러나 외교정책은 국가의 운명이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발언할 사안이 아님을 여러분들에게 강조하고 싶습니다.

국제사회는 도덕과 명분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힘(power)이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이는 국제정치의 기본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통쾌한 말이나 공허한 허장성세가 아닌 우리 스스로 내실을 다져가며 강해지는 것입니다.

여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거창한 구호만 외칠 경우 주변국들과 갈등만 커지고 자칫 고립될 위험도 있습니다. 힘이 없을 경우, 정의란 아름다운 수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미 우리는 17세기초 청나라에 대한 인조반정 세력의 굴욕적 항복과 20세기초 한일합방 당시에 뼈아프게 경험했습니다.

외교에 관한 한 대통령은 치밀한 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발언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 전략 사안을 즉흥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몽둥이를 갖고 있되, 말은 부드럽게 하라’라는 외교의 고전적 명언이 있습니다. 그런데 몽둥이도 없이 메아리 없는 함성만 외치면 주변국들의 웃음거리밖에 안 될 것입니다.

19세기의 저명한 영국 외무장관이었던 파머스턴(Palmerston)경은 “국제정치에선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오직 영원한 국가이익만이 있을 뿐”이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반드시 인식해야 할 귀중한 표현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통일론 : 햇볕정책 파기인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독일에서 “남북관계에도 쓴소리를 하고, 얼굴 붉힐 것은 붉혀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마치 대북정책 기조가 강경 쪽으로 선회한 듯한 발언이었습니다. 더욱이 4단계 통일론이라는 모델을 선보였는데, 1) 북핵 해결을 전제로 한 평화구조 정착, 2) 점진적 교류협력, 3) 국가연합, 4) 통일이 주요 내용입니다. 그런데 나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화구조 정착과 점진적 교류협력을 순차적으로 나누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를 말입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교류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남북간 긴장을 완화, 점차적으로 평화체제 구축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대통령은 “핵 문제 해결 없이 개성공단 사업을 확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분히 정경연계(政經連繫)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습니다.

나는 대통령의 4단계 통일론이라는 것이 솔직히 현상유지(status quo)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습니다. 분단체제의 고착화라는, 다시 말해 주변국들이 원하는 한반도 현상유지(status quo) 정책에 순응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는 다시 말해 과거 국민의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정경분리(政經分離)에 입각한 햇볕정책의 파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최대 현안인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결여되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말로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한반도의 주도권을 가져야한다고 하면서 실제 모델은 현상유지정책이자 대북 압박정책으로 비쳐질 수 있는 대통령의 통일론은 향후 주체적인 통일 역량을 강화하는데 전혀 기여하지 못할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대북 정책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김대중 정부의 주도권이 가시화 되었던 데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1999년 금창리 의혹 해결, 페리보고서(Perry Process)의 햇볕정책 수용, 미사일 발사 유예 합의,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및 6·15 남북공동선언, 2002년 부시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사태 시 한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긴장완화, 2002년 후반 제2차 북핵 사태시 평화적 해결 원칙 주도 등 김대중 정부 시기 동안 한반도 문제는 우리의 주도에 의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되고 해결되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남북정상회담을 수사대상으로 설정한 대북송금특검법으로 사실상 남북관계 파괴와 햇볕정책을 부정하였습니다. 더욱이 2002년 대선 캠페인에서 수평적 한미관계, 대등한 한미관계를 주장했던 대통령은 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압박하기 위해 무력사용도 가능한 ‘추가적 조치(further steps)’에 합의했습니다. 이러한 대통령이 최근엔 친미·반미로 또 다시 편가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견지하다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디스 맨(this man)이라는 외교적 비례(非禮)까지 당했습니다.

나도 여러분들에게 노무현 대통령 방식의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과거 한미정상회담에서 추가조치에 합의한 노무현 대통령과 이를 반대한 김대중 대통령 중 누가 친미일까요?

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충고합니다. 국가의 안위와 관련된 외교정책을 가지고 도박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항간의 지적처럼 재보궐 선거를 의식한 선거용 발언이라면 더더욱 위험합니다. 원칙을 중시하고, 반칙을 배격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은 언행일치에 힘써야 합니다. 아울러 선거 승리와 국익 강화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숙고하기 바랍니다.

북핵 문제의 본질과 해결방안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북한은 지난 2월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 참가 명분이 마련되고 회담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인정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6자회담을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와 함께 성명은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명료한 표현으로 핵무기 보유를 처음으로 공식 선언했습니다.무엇보다도 북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본질적 이유는 북핵 문제의 해법을 둘러싼 북·미 양국의 대립 때문입니다.

체제보장 없이 핵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는 북한의 입장과, ‘불량국가(rogue state)’이자 ‘악의 축(axis of evil)’이며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 of tyranny)’인 북한의 악행에 대한 보상은 있을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이 맞물리면서 대결과 갈등이 증폭되어 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핵사태의 실상을 잘 살펴보면 사실 북한과 미국 간에 사안의 선후를 놓고 기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기도 합니다. 즉 미국은 북한의 선 폐기를 요구하는 반면, 북한은 미국과의 동시행동을 주장하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과 미국 모두 극단적 파국을 원치 않는다면 핵문제는 결국 ‘대타협’ 또는 ‘거래’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대타협’ 또는 ‘거래’에 있어서 외상거래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를 불신하고 있는데, 먼저 내놓고 나중에 보자는 식의 거래는 성립이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의 핵 보유는 동북아 질서 파괴는 물론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기 때문에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만일 북한의 핵무기 실체가 확인될 경우 70~80년대처럼 주한미군의 전술핵이 다시 한반도에 배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북한의 핵 보유를 자신의 핵무장 정당화 논리로 적극 활용할 것이고, 일본의 핵무장은 대만과 중국, 러시아의 핵 태세에도 연쇄반응을 초래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북핵 불용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해야 합니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외교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기존 입장을 흔들리지 않게 유지해야 합니다. 6자회담과 북·미, 남·북간의 쌍무 협상을 병행하여 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도적 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대타협의 방법은 미국이 북한에 체제보장을 확인해주고, 북한의 핵 폐기와 동시에 북한의 경제 개혁과 연계된 대대적인 경제지원을 해주는 것입니다.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것을 주문하면서 6자회담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내놓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북한의 외교 행태를 보면, 그들은 궁지에 몰릴수록 비타협적으로 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북한을 경제적으로 질식시키고자 하는 정책의 결과로 북한이 붕괴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입니다. 90년대 들어서 북한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10년 이상을 이미 버텨왔으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북한을 극한적 상황으로 내모는 정책은 북한이 경제 상황 타개를 위해 가장 비싼 가격을 부르는 구매자에게 플루토늄 판매 가능성을 증가시킬 것입니다. 이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가져올 최악의 결과가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핵무기 하나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의 플루토늄은 오렌지 하나 정도의 크기라고 합니다. 이 정도 크기의 플루토늄 덩어리는 아마도 해상봉쇄를 통해서도 막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노무현에 정부 촉구합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지속 원칙이 흔들릴 경우 그만큼 우리 정부의 주도권 확보는 어렵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한미간 신뢰와 공조라는 실용적 외교력을 발휘하면서 우리 정부의 원칙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불필요하고도 실속 없는, 모순된 외교적 발언으로 한·미간 신뢰관계를 불안케 하고, 그 결과 급기야는 한·미공조 회복을 위해 더 큰 양보를 초래하는 중대한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아가 김대중 정부 시절 구축해 놓은 균형 잡힌 주변 4강외교를 재복원해야 합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좀 더 한반도 문제와 대외관계에 관심을 갖기 바랍니다. 다만 카타르시스적이고 낭만적 접근이 아닌, 냉철하고도 현명한 시각을 견지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들과 같은 젊은이들의 창조적 상상력이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호전과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위해 고대 이집트의 비밀을 풀게 한 로제타스톤(Rosetta Stone)과 같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면서 이만 강연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화갑 대표 4. 21 전남대 특강 강연문]
기로에선 한반도
- 한국의 외교와 북핵문제를 중심으로 -

▣ 주 요 목 차
□ 동북아 균형자론의 허구성
□ 노무현 대통령의 통일론
: 햇볕정책 파기인가?
□ 북핵 문제의 본질과 해결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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