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선 씨의 시 ‘숯의 노래’ 외 5편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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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문학신문사
2010-01-02 06:00
서울--(뉴스와이어)--창조문학신문사(대표 박인과)는 다음과 같이 2010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인 조미선 씨의 “숯의 노래”외 5편을 발표했다.

♣ “숯의 노래” 외 5편

1. 숯의 노래 /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일어서면
어김없이 뼈들이 아직 살아있다고
우두둑 소리 높여 노래한다며

텔레비전에서
채용박람회 72세 할아버지
‘일자리만 주신다면 젊은 사람 보다
더 잘 할 자신이 있다오’

그 힘 자랑에
시간의 허물 벗은 숯
얕은 잠결에 문 틈 열고 들어오며
탁, 탁 튀는 노래 부른다

그 소리에
아직 하얗게 태워야 할 몸
많이 남아있다고
할아버지
타박타박 숯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2. 달맞이꽃 /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게으른 사진작가
견우와 직녀 만남의 순간포착 위해
지구 한 가운데 벌써 몇 시간째
바짝 엎드려 숨결 조율한다

메모리 카드에서 살아온 날들 되돌려
생의 뒷길 스리슬쩍 지워버리는
디지털 카메라

그 보다 수동카메라 들고 온몸이 기억하는
차디찬 상처들을 툭툭 건드리며
틈만 나면 늘였다 줄였다
스스로 딱지를 밀어내다가

가만가만 속살을 다독여
절대로 가볍게 지지 않을
한 송이 꽃이길 고집한다

3. 가시연꽃 /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김씨는 세상길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온 마음에 촘촘히 박혀있는 가시를 매번 초심으로 읽는다 바싹 마른 기억들이 경련을 일으킨다 세월의 저편에서 건져 올린 둘둘 말린 젖은 시간에 눈빛이 흐려진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십 삼세 때부터 자장면 배달과 공장으로 돌았지만 호주머니는 늘 먼지만 쌓였다 공사장에 친구 보러 갔다가 작업복이 발목을 잡았다 그날부터 십이 년을 내 시계추는 집과 현장을 오가며 청약저축통장, 적금통장의 배를 채우는 맛으로 성질이 불같은 미장이 따라 다녔다 시간의 가지를 똑똑 꺾었다 온갖 잡일과 뒤치다꺼리 이년 만에 서투른 미장이 ?다

일이 끝나고 바람이 슬쩍 어깨를 치면 온몸이 무너져 내린다 밤마다 파스는 내 몸을 재구성 하며 어둠에 꼭꼭 숨어 있는 별을 찾는다 아무리 창문을 닫아도 창 밖으로 불빛 솔솔 새어나오는 앞집 엿본다 언제쯤 이 눅눅한 방을 저 따뜻한 빛으로 채울 수 있을까 헐거워진 삶을 조이듯 오래도록 눈을 감고도 잠들지 않는다

4. 수틀에 끼우다 /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오십 넷에 홀로 남겨진 어머니
첫 밤꽃이 생을 데우는 밀서 수시로 보내자
온 몸이 스멀스멀 숱한 말 싸잡아 구절양장 마음 길 밝히며
여느 때와 같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인데

베갯머리에 바다가 수놓아지자
질퍽한 비린내 찰랑찰랑
그 소리 잡아 수틀에 끼우다
은장도 품은 달빛 쉴새없이 굽이치는 것인데

빈 백지 꿈은 방안을 헤매 다니다
잠든 아이들 등대 빛으로 눈에 확 들어오자
싹뚝 거물을 자른 것인데
은빛 물고기 한 마리 영역 넓히며
물속으로 자맥질 하는 것인데

야금야금 축낸 마음 내려놓은 듯
초행길 돌고 돌아 돌아도 그 자리
불면의 밤이 얇아진 어둠 알 톡 떨어트리자
창밖으로 몸살 무심히 흩어지는 것인데

5. 동백꽃 지다 /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밤마다 핏물 몽올몽올 맺히는가
가슴속 얼마나 끓어오르기에 후벼 파놓은 상처

이미 다 빠져버린 머리카락 대신 아내가 털실로 떠준 검정 모자 잠결에도 귀밑까지 내려쓴다 낯선 발걸음에 작은 손거울로 거무스름한 얼굴 슬쩍 엿보며 꼼꼼히 넣어둔 적금통장 아내의 까슬까슬한 모시 손에 꽉 쥐어 주곤 눈길 한번 맞추지 않는다 괜스레 오래 참았던 가시돋힌 말들만 종종 게워낸다

결국 진통제 한 알 약효 믿지 못하고
항암 치료 1007호 그 남자
새하얀 침대커버 찢어 만든 끈 화장실 문에 걸고
숨 줄 스위치 딸깍 내린다

머리맡에 놓인 가습기 센서가
수조에 물이 없다는 붉은 신호를 길게길게 보내고 있다
창 바깥에선
늦은 봄날이 동백꽃 한 송이 툭, 떨어뜨리고

6. 감나무에 가을 숨어들다 /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콩 다 털어낸 쭉정이 모아
군불 지피던 부지갱이가 가마솥 이마를 두드린다
늙은 창 한 가락이 젖어든다
그새 골다공증 앓는 다리뼈가 찬 바람 길인
구멍 사이 사이로 훈기를 집어넣고 있다
“여보, 상사 눈치 요리조리 살피며 어쩌다
쨍하니 추임새 들어도 꽝꽝 얼어 버리는
자식들 발가락, 손가락 데울
아랫목 따뜻한지 소식 한번 넣어볼까”
툇마루에 걸터앉아 무말랭이를 말리던 어머니
“홍시 다 떨어지자 까치도 오지 않는
빈 감나무 그늘에 또 가을이 숨어들었군요”
서걱서걱 바람에 여윈 불빛이 떨린다
목화솜 이불 어깨에 두르고 앉아
연필심에 침 발라가며 꼭꼭 눌러 쓴다
그 편지 속 거친 손끝이 닦아놓은
허공 길 등뼈로
아버지 낮은 허리가 또 한번 땅 끝까지 꺾인다

다른 부문의 당선작은 창조문학신문과 (사)녹색문단 카페를 참조바람.
창조문학신문 : http://www.ohmywell.com
(사)녹색문단 : http://cafe.daum.net/hangukmundan

창조문학신문사 개요
창조문학신문사는 한민족의 문화예술을 계승하여 발전시키고 역량 있는 문인들을 배출하며 시조의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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