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아시아의 내수형 성장 아직 멀지만 희망 보인다’

서울--(뉴스와이어)--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선진권 투자자들과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경제권 국가들에게 ‘Next Asia’에 걸맞은 의무, 즉 적극적인 내수 확대와 환율 절상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 신흥경제권 국가들이 기존의 수출 주도 성장 방식을 내수 주도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이다.

아시아 신흥경제권 내에서도 현재의 높은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내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가는 분위기다. 해외시장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는 이번 미국 발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의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급격한 경기변동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이 역내외의 기대처럼 내수 시장을 확대하고 내수 주도형 성장으로의 전환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분업구조의 확산 추세가 불가피한데다 아시아 신흥경제권의 업종별 생산성 격차가 크고, 각국 정부 역시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시아 신흥경제권의 내수 비중 확대가 단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아시아역내 분업 활성화, 중국의 내수 확대 노력, 아시아의 위상 강화 등은 우리가 긍정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큰 변화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아시아의 구조적 특징으로 인한 수출 부진, 성장세 둔화 등의 네거티브 요인뿐 아니라 포지티브 변수들을 함께 고려한 새로운 아시아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위기를 안정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나라들, 즉 중국을 비롯해 지금까지 많은 흑자를 냈던 아시아 국가들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 - Paul Krugman
“지난 30년간 아시아 경제를 훌륭히 뒷받침해준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은 이제 그만 소비 주도의 내수형 성장 방식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 - Stephen Roach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의 원인에 대해 많은 논쟁들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선진권과 아시아 간의 글로벌 불균형이 위기 발생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 ‘글로벌 불균형론’이 제기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목소리 중 하나가 아시아 신흥경제권이 기존의 수출 주도 성장 방식을 내수 주도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아시아 내수 비중 확대론’이다. 특히 이번 위기 극복 과정을 통해 중국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선진권 투자자들과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경제권 국가들에게 ‘Next Asia’에 걸맞은 의무, 즉 적극적인 내수 확대와 환율 절상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희망과 기대, 다른 한편으로는 압박으로 들리는 이런 주장들이 외부에서만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 신흥경제권 내에서도 현재의 높은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내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가는 분위기다. 해외시장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는 이번 미국 발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의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급격한 경기변동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시아 국가들은 역내 외 모든 나라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내수 시장을 확대하고 내수 주도형 성장으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먼저 내수가 갖는 의미와 아시아 신흥경제권 내수시장의 현황을 소개하고, 내수 주도형 성장 모델로의 탈바꿈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아시아 경제의 구조적 특징들을 향후 전망과 함께 검토하도록 하겠다.

Ⅰ. 내수형 성장의 의미

‘내수(국내수요, domestic demand)’ 비중을 확대한다는 것은 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자국 경제주체들의 최종 수요의 비중을 높인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내수’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내수 주도형 성장의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황 파악이 필요한데, 국민계정이나 통계청 지표 목록에 국내수요를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항목이 없다 보니 정책 담당자나 연구자들이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한 예로, ‘내수’를 키우자면서 민간소비만을 언급하는 기사가 나오는가 하면 민간소비와 정부지출의 합을 ‘내수’로 정의한 연구도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국내수요’의 정의는 국내총생산(Y)에서 수출(X)을 제외한 부분, 즉 민간소비지출(C)과 투자지출(I), 정부지출(G)의 합에서 수입(M, imports)을 뺀 나머지 부분으로 보는 방식이다. 그러나 LG 비즈니스인사이트 1040호에서 지적하였듯이 ‘국내수요’를 이렇게 정의할 경우 실제 값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소비지출과 정부지출은 국내수요를 위한 지출로 봐도 큰 무리가 없지만, 투자나 수입 항목에는 국내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부분과 해외수요를 위해 쓰이는 부분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수입 항목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예컨대, 민간소비지출과 정부지출의 합에 국내수요를 위한 투자 지출(ID)을 더한 후 여기에서 국내수요를 위한 수입액(MD)을 제외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논리적으로는 국내수요의 실제 값을 더 잘 반영하는 것 같지만, 국민계정의 지출 항목 분류에는 투자나 수입을 국내수요를 위한 몫과 해외수요를 위한 몫으로 나누어 표시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계산할 수 있는 마땅한 데이터를 구하기가 어렵다. 기업들이 공장을 세우거나 기계를 수입할 때 국내 생산용과 해외 수출용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투자와 수입을 국내수요를 위한 몫과 해외수요를 위한 몫으로 분해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글에서는 LG 비즈니스인사이트 1040호에서 소개한 방식을 이용하고자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민간소비지출과 정부지출을 합한 국내 소비수요(C+G)와 수출(X)의 상대적 비율이 투자수요 및 수입수요의 배분에도 같은 크기의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해 이 비율을 국내수요와 해외수요를 나누는 가중치로 이용하는 것이다. 개방경제에서 한 경제의 산출물에 대한 국내 소비수요(C+G)와 수출(X)의 비율이 2:1이라면 투자와 수입 역시 2/3는 국내 소비수요를 위해, 1/3은 수출을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가정이다.

물론 원자재나 서비스 수출 비중이 유난히 높은 국가들의 경우, 생산 과정에 설비투자와 중간재 수입이 별로 필요 없어 위의 기준을 똑같이 적용하면 국내수요가 과소 평가된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2차 상품 수출에 주력하는 아시아 신흥경제권 국가들이 많다는 점에서 위의 계산 방식을 적용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Ⅱ. 아시아 신흥경제권의 내수 비중 현황과 성장 기여도

<그림 1>은 이 기준을 이용해 계산한 아시아 신흥경제권과 기타 주요국의 내수 비중 변화 추이를 보여준다. 이 그림은 내수 비중 변화와 관련해 몇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첫째, 내수 비중 감소는 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1970년 이후 2007년까지의 흐름을 보면 선진권과 신흥경제권 모두 대체로 내수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캐나다, 브루나이, 미얀마 등만이 예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아울러, 특정 연도를 기준으로 소득 수준과 내수 비중과의 관계를 비교한 횡단면(cross-section) 분석 결과, 선진국일수록 내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시간의 변화를 함께 고려한 패널 분석에서는 두 변수 간에 유의한 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 즉, 현재 아시아, 특히 중국, 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의 내수 비중이 낮고 변화 속도가 두드러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성장과 내수 비중 확대 사이에 반드시 양(+)의 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둘째, 제조업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내수 비중이 낮고, 변화 속도 역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권의 대표적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경우, 1970년대 초 86%에 달했던 내수 비중이 2007년에는 57%까지 하락했다. 아시아의 한국과 중국, 말레이시아와 태국 역시 비슷한 패턴을 따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셋째, 경제개방이 가속화될수록 내수 비중이 빠르게 줄어든다. 1999년 유로화 출범을 계기로 독일과 프랑스의 내수 비중이 70%대에서 60%대로 한 단계 낮아졌으며, 멕시코는 NAFTA 가입 이후,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직후부터 내수 비중이 급격히 감소했다. 중국 역시 1990년대 후반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행과 2001년 WTO 가입을 전후해 비슷한 변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내수 비중 변화가 각국의 성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앞서 소개한 비즈니스인사이트 1040호의 연구에 따르면 대체로 내수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 내수 주도형 성장을 하고,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수출 주도형성장을 하지만, 높은 내수 비중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커지고 있는 일본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둘 사이에 강건한(robust) 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편, 아시아 신흥경제권에서는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이 내수주도형 성장 국가로 분류되며, 그 외 대부분의 국가들은 수출주도형 국가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Ⅲ.‘넥스트 아시아’를 가로막는 장벽들

그렇다면 아시아 국가들은 역내 외 모든 나라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내수 시장을 확대하고 내수 주도형 성장으로 탈바꿈하는 ‘넥스트 아시아’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단기간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 경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 특징들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단기간에는 아시아 신흥경제권의 내수 비중 확대를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제분업구조 확산

먼저, 아시아 경제의 글로벌 분업구조가 점점 더 심화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세계경제의 국제분업구조는 초국적기업(Transnational Company)들의 해외직접투자 증가와 글로벌공급망(g-SCM, global supply chain management) 활성화, 각국의 적극적인 개방과 경쟁 체제 도입 등에 힘입어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추세이다.

일반적으로 국제분업의 확대는 관련 기업과 국가의 생산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세계은행(World Bank)의 연구에 따르면, 국제분업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경우 정부의 인프라 투자와 제도 개혁, 인적 자본 확충 등이 수출 관련 분야에만 편중되어 내수 산업의 성장을 정체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의 국제분업 구조가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국의 수출은 인접국들과 별다른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선진권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면 동아시아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수입이 함께 증가하는 패턴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초국적기업들의 활발한 글로벌공급망(g-SCM) 구축으로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생산분업 구조가 자리잡기 시작한 결과이다. 더군다나 이번 글로벌 위기를 계기로 동아시아 각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중심의 국제분업구조는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중국과 여타 동아시아 개도국들의 상황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서부지역 개발, 물류 인프라 확충, 가전하향 등 내수 관련 정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과 달리 대부분의 동아시아 개도국들은 내수 부문에 쏟아 부을 재정 여력이 중국만큼 풍부하지 못하다. 결국 선택과 집중의 과정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고용과 성장기여도가 높은 수출 관련 인프라에 둘 수밖에 없어 서구 선진권이나 중국의 수입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경우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업종별 생산성 격차 커

다음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산업별 생산성 격차를 꼽을 수 있다.

빠르게 생산성이 증가하고 있는 제조업과 달리 내수 활성화의 열쇠를 쥔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개선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특히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이 처해 있는 경제발전 단계의 특성 상 규제와 진입장벽이 많은 탓이다. 경제발전 초기에는 유치산업을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 보호가 불가피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진입장벽과 규제가 서비스 등 내수 관련 산업의 창업과 비즈니스 확산을 저해하고 과도한 이윤독점(rent)을 유발해 자본과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수출용 제조업에 비해 내수용 제조업의 생산성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내수시장은 수출시장에 비해 크기가 작아 규모(scale)의 효과를 살리기 어려우며, 해외직접투자(FDI)를 통해 유입되는 자본과 고급 기술 역시 규모 면에서 유리한 수출용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다. 주력 제품 역시 내수용은 중저가, 수출용은 중고가 제품으로 나뉘어 있어 아예 생산하는 업체가 다르거나 같은 회사라 하더라도 내수용과 수출용 생산라인을 따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격차가 너무 커지면 과거 한국이나 일본처럼 수출 관련 제조업의 선진 기술과 경영 기법을 내수업체들이 따라 배우면서 함께 발전하던 모방과 추격(catch-up)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 두 부문 간의 불균형은 점점 더 심해진다.

산업간 생산성 차이가 큰 상황에서는 투자 역시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으로, 제조업 중에서도 수출 관련 업종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 내수주도형 성장에서 점점 더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공부문 역할 미흡

정부나 국영기업 같은 공공부문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개발도상국들이 경제발전, 즉 저소득의 농업경제 단계에서 산업화를 거쳐 고도화 단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물리적, 제도적 인프라(public infrastructure) 확충을 통해 기술 확산(spill-over)과 혁신(innovation)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거래비용이 줄어들고 투자 수익률이 높아지는 등의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발생해야 한다.

특히 규모 면에서 불리한 내수 관련 산업이 수출 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교육 인프라나 R&D 투자 지원 등을 통해 관련 사업을 뒷받침해주는 공공부문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대다수 아시아 신흥경제권 정부들은 이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IMD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동아시아 국가들의 GDP 대비 R&D 지출 비중은 한국(3.2%)과 일본(3.4%)이 3%대를 넘고, 중국(1.4%)과 싱가포르(2.5%)만 2% 이상을 기록했을 뿐 대부분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즉, 정부지출이 산업구조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부분보다는 단기적으로 후생과 고용을 개선시킬 수 있는 수출 관련 업종 육성이나 물류 인프라 개선 등에 집중되어 내수와 수출 간 불균형이 점점 더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생산과 저축에 집중하는 세대

인구지리적 측면에서도 소비보다 생산과 저축에 힘쓸 공산이 크다.

UN에서 발간하는 세계인구전망(World Population Prospects)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는 개도국의 생산 가능 연령 인구 비중이 65%를 계속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는 중국, 태국, 싱가포르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나라의 인구구조가 젊은 기업이고, 인도나 말레이시아의 경우 2030년대 후반까지도 생산가능 인구 비중이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어서 생산과 저축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고령화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중국에서조차도 사회보장제도가 아직 열악해 저축률이 꺾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고,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이 감수하고 있는 재정적자, 즉 정부 저축 감소 역시 경기 회복세가 조금만 더 분명해지면 금새 중단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생산과 저축이 늘어나는 가운데 투자는 한동안 부진할 전망이다.

역내 GDP의 8~10%를 차지하면서 동아시아 경제의 큰 손 역할을 했던 해외자본 유입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3% 내외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해외투자의 위축이 불가피하고, 역내 기업들과 각국 정부의 투자 역시 예전만큼의 활기를 회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시 말해, 국내 저축과 투자의 격차가 좁혀지지않아 경상수지 흑자 기조 지속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내수 주도형 성장으로의 전환 역시 그만큼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Ⅳ. 시사점

‘넥스트 아시아’에 대한 많은 기대와 요구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신흥경제권의 내수비중 확대가 단기간에 도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생산요소의 쏠림 현상을 초래하는 수출경제와 내수경제의 이원화 구조 해소도 쉽지 않은 일이고,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향상도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더 돌려서 보면 마냥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중국의 역할이 중요

글로벌 분업의 확대 추세가 좋은 예다. 아시아 지역의 역내 분업 구조가 각 개별 국가의 내수형 성장으로의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아시아 국가들 간의 생산분업 강화와 경제통합을 통해 아시아 전체의 역내 수요를 확대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이것이 대외 부문에서 발생한 충격이 대내 부문의 변동으로 증폭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내수형 성장의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 역내 교역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아시아 생산분업 체계의 중심 허브로서 중국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중국경제가 발전적으로 변화하지 못하면 중국과 분업구조로 연결된 동아시아 전체가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전망은 비교적 밝은 편이다. 물론 중국 경제가 단기간에 내수 주도형 경제로 탈바꿈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제도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산업구조도 빠르게 바꾸어 가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이후 수출 상위 5개 품목이 거의 바뀌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의 주력 수출 상품 구성은 매 5년마다 계속 달라져 왔다. 점점 더 기술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큰 부문으로의 고도화를 계속 진행시켜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역동적인 변화는 주변의 후발 개도국들로 하여금 중국 중심의 생산 분업에 기꺼이 참여하도록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한다. 국제분업으로 인해 저부가가치 부문의 단순 저임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따라가는(catch-up) 과정에서 중국과 같은 성장 활력을 함께 유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시아 국가들이 FTA 등의 형태로 경제적 통합을 계속 강화해 나가면 국제사회에서도 NAFTA나 EU처럼 하나의 경제단위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2008년 말 현재 동아시아 국가들의 역내 교역 비중이 EU의 69%에 조금 못미치는 64% 수준이었고, 역내 교역 증가율이 그 어느 지역보다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시기는 예상보다 빨리 도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기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중국 경제가 대외부문의 충격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인 성장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아시아 전략 수정 필요

우리 기업들의 대 아시아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하다.

먼저 성장세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가 더 악화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선진권 경제의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등 아시아 신흥경제권 국가들이 내수 시장 확대에 계속 힘쓰고, 그 결과 경제성장에 대한 내수의 상대적 기여율은 소폭 증가하겠지만, 선진권의 수입 수요 둔화의 충격을 상쇄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또, 아시아 역내 교역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할 업종별, 부문별 기상도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선진권 수요가 많은 중고가 소비재 생산이 줄고 중저가 소비재와 중간재 생산이 늘어난다거나, 아파트 건설 경기가 위축되는 대신 도로나 철도 등의 역내 수송 인프라 건설이 증가할 수 있다.

생산기지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위기 전까지는 선진권 시장이 최종 수출 목적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앞으로는 생산지 전략을 수립할 때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최종 목적지 리스트에 함께 포함시켜야 할 경우가 빈번해질 것이다. 또, 과거에는 중국 내에서 생산과 수출을 완결하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대한 검토는 ‘China + 1’, 즉 중국에 대한 대안 마련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중국과 인근 국가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역할을 분담시키는 좀 더 적극적인 아시아 생산지 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김형주 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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