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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5 17:00
서울--(뉴스와이어)--베트남전쟁은 20세기 전쟁사에서 '가장 더러운 전쟁'으로 이야기된다. 불행한 것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했던 한국이 아직도 그 도덕적 책임으로부터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이 식민지배에 관하여 계속 헛소리를 하듯, 우리는 베트남에 관하여 헛소리를 하지는 않았던가.

2005년 4월30일은 베트남전 종전 30돌이다.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30년의 세월! 해마다 되풀이되는 베트남전 종전기념일은 여전히 국제사회의 눈길을 끌고 있으며 베트남전쟁은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구경꾼도 어느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가운데 여전히 그 전쟁의 실상은 어둠에 가려져 있다.

RTV 시민방송(스카이라이프154 · 케이블, 이사장 백낙청)은 베트남전 종전기념일을 맞아 4월30일(토) 오후 2시와 오후11시 특집 다큐멘터리 <미친 시간>을 방영한다. <미친시간>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희생당한 민간인들의 아픈 기억에 대해 말하고 있다. 또한 이 다큐멘터리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에서, 전쟁의 끔찍한 기억을 묻어둔 채 살아가고 있는 생존자들의 기억을 통해 21세기에도 멈추지 않는 전쟁의 광기와 야만성을 증언한다(서울영상집단 제작, 이마리오감독 연출, 구성시간 90분, 재방송 5월1일 일요일 오후 8시).

작품의 타이틀 <미친 시간>은 베트남전에서 만들어진 고유명사로서의 ‘미친 시간’에서 착안하였다. ‘미친시간’(mad minutes)이란 “베트남전쟁 당시 베트남에 파병된 미군 병사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2개월에 한 번 정도 2~3분의 시간을 주어 부대 안의 목표물을 제외한 어떠한 것에도 자유로이 총격을 하도록 허용하는 시간”. 지난 2003년 두 차례 베트남 현지촬영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그 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인디다큐페스티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2004년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와 인권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RTV시민방송은 특집 다큐 <미친시간>에 이어 5월5일(목) 오후 8시 <열린영상 시민의눈>을 통해 이마리오 감독의 또 다른 베트남 관련 다큐 ‘퐁니에서 평화만들기’를 소개한다.

◆ 연출의도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그 과거를 다시 경험하도록 단죄 받는다."
‘ The ones who don't remember the past will be condemned to live it again.’

연출자 이마리오 감독은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역사는 되풀이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인 듯하다... 과거 한국군의 베트남 전쟁 파병으로 인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사과도 하기 전에 한국정부는 또다시 이라크에 한국군을 파병했다"며 "또다시 잘못된 역사를, 그리고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미친시간 - 생존자 인터뷰 중에서

영화에서는 베트남 전쟁 생존자 7명의 증언이 육성으로 담겨 있다. 30년도 더 지난 그 깊은 학살의 상처를 끄집어내는 통과의례를 가해자였던 한국사람에 의해 또 다시 경험해야 했던 민간인 학살의 생존자들. “이제는 기억도 잘 안나” 올해 아흔이 넘은 응웬티니 할머니는 이제 거동도 불편하고 학살 당시의 기억도 가무룩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고통의 기억과 지울 수 없는 몸의 상처로 우리를 맞이한다.

응웬 반 또이 (74세) “67세 된 마을 노인을 잡아서 망고 나무에 묶고, 모기장으로 얼굴을 씌운 뒤 총을 쏴 죽였어. 그들은 한 사람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을 33명이나 죽였어.” 그는 1967년 음력 2월 9일 베트남 중부의 깊은 산골 빈쑤언에서 저질러진 학살로 부인과 태어난 지 4일된 갓난아이까지 네 명의 아이를 한꺼번에 잃었다.
브이 티 농 (46세) “만약에 전쟁이 생기면 어떤 나라도 참전하지 마세요. 나는 전쟁을 안 좋아해요. 현재 이라크 전쟁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볼 때 마다 옛날 생각이 나서 너무 슬퍼요”
레 딘 묵 (46세) “전투 중에 그 가운데 있는 인민들이 폭탄이나 총에 의해 죽을 수도 있는 것은 전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합시다. 그렇지만 1968년 그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전 한국군들이 우리 마을에 들어선 것은 교전 중이 아니었어요.”
레 딘 망 (35세) “저는 너무 어려서 학살 당시 일은 잘 모르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러는데 엄마 품안에서 젖을 먹고 있을 때 엄마가 죽었대요”
팜 딘 선 (66세) “아내와 아들은 학살 현장에서 나오지 못하고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서 아들은 배가 부풀어 올랐어요”
응웬 티 니 (91세) 두 대의 헬기가 투이보촌 고소이 지역에 군인들을 내려놓고 떠난다. 놀란 마을 사람들은 땅굴을 찾아 숨고, 군인들은 그들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지시한다. 한국군은 굴 속에서 기어나오는 사람들을 차례대로 쏘았다. 145명의 마을 사람들이 죽었다. 응웬티니 할머니는 품에 안고 있던 손자를 그 자리에서 잃고, 할머니는 턱 한 쪽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미친시간 - 인권영화제 자료집 소개글

영화는 베트남 전쟁 동안 한국군에 희생당한 민간인들의 기억을 찾아 떠난다. 한국은 인류역사에 치욕으로 기록될 그 전쟁에 32만명의 군대를 파병했고, 그들은 그곳에서 마을을 불태우고, 갓난아기, 여성 가릴 것 없이 살육하는 ‘미친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사람들은 이들을 ‘월남용사’라고 치켜 세우며 자랑스러워했다. 야만의 시간을 보낸 베트남 사람들에게 한국군은 지금도 공포에 떨게 하는 존재라는 걸 영화는 베트남의 아름다운 배경 속에서 담담하게 읊조리고 있다.
작품은 피해자의 끔찍한 기억을 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특별히 그 사람이 잔인해서가 아닙니다.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던 그가 불행한 군인이었던 것입니다”라고 털어놓는 한 참전군인의 이야기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진리를 증명해 주고 있다. 영화는 이라크 파병으로 또 한번 국민들의 도덕성에 커다란 흠집을 낸 정부 역시 우리 모두를 또다시 ‘미친시간’으로 내몰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꼬집는다.
김정아(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미친시간 - 인디다큐페스티발 자료집 프로그램 노트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더듬어 가는 과거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던져주고 있는가? ‘미친 시간’은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이루어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다루고 있다. 베트남 전쟁은 세계 평화 유지와 국제 경찰로서 역할을 자임하는 미국의 패배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세계 민중들의 반전 평화 의지를 일어나게 했던 도화선이기도 했다. 한국에게 그 전쟁은 미국의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젊은 피를 흘렸던 곳이기도 하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는 파병되었던 이들이 고엽제로 괴로워해야 했고, 지금도 고통 받고 있다.
그러나, <미친 시간>은 이러한 피해자로서 한국을 다루고 있지 않다. 작품은 오히려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양민학살에 관해 이야기 한다. 과거 한국이 겪은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의 미국의 양민학살에 대한 한국민의 분노처럼, 베트남 사람들은 1960년대 한국군에 의한 양민학살에 분노한다.
<미친 시간>은 여기서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가해자는 누구인지, 피해자는 어떤 상태인지를 드러내는 것보다는 왜 그 전쟁이 일어났는지, 그 전쟁 속에서 겪은 인간적 고통은 무엇인지를 조용히 생각하게 한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그 시공간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담담히 들어나간다. 학살 가운데 살아남아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그 때는 어린 아이였던 이가 성장하여 장년이 되어, 늘 현재처럼 다가오는 과거를 떨리는 목소리로 전한다. 죽음의 공포 속에 광기와 생존의 한 가닥 희망을 다잡아야 했던 파병 군인이 전하는 전쟁의 참혹함과 학살에 대한 회한을 듣는다. 이들에게 그 전쟁은 언제나 현재이고, 다큐멘터리의 안내를 따라 학살을 경험하는 이들에게도 현재이다.
작품은 무엇보다 우리에게 남겨진 짐을 말하고 있다. 이 짐을 풀지 않고 살아가기에, 현재는 과거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할 것 같다. 학살의 현장은 덮어두고 싶은 과거로 ‘외면’되거나, 극한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났던 것이라고 ‘변명’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보려 하는가! (오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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