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위안화 절상되면 무역수지는 소폭 개선’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중국정부의 이러한 정책변화 가운데 하나로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위안화 환율은 중국이 대외교역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데 있어 주요한 정책수단이며, 중국의 경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상대국(2009년 기준, 수출의24%, 수입의 17% 차지)이기 때문에 중국의 환율정책에 변화가 생기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글에서는 위안화 절상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그것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을 수출입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연내 위안화 절상 가능성 높아져
1998년 이후 달러당 8.28위안 수준을 유지해오던 위안화 환율은 지난 2005년 7월 단번에 약 2% 폭의 절상과 함께 달러화 페그제에서 통화 바스켓에 기초한 관리변동환율제로 이행한 바 있다. 위안화는 그 이후로도 달러 대비 연 4% 이상 지속적인 절상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는 이러한 절상추세가 중단되었으며, 1년 이상 달러당 6.83위안 내외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위안화 환율의 결정이 외환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뿐만 아니라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이라든가 대외균형의 추구 같은, 중국정부의 경제정책 목표에 의해 상당 부분 좌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국경제가 빠르게 호전되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위안화의 절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09년 상반기 7% 내외 수준으로 하락했던 중국의GDP증가율이 4분기에는 10.7%로 크게 높아졌다. 12월에 수출증가율이 1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었고, 올해 1월 들어서는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축소되었던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작년 3분기 이후 증가 추세인 데다, 무역불균형 완화를 위한 미국의 절상압력 또한 커지면서, 올해 안으로 위안화 절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그림 2>, <그림 3>참조).
자본재 중심의 대중수출은 감소
위안화 환율의 변화가 우리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는 대중교역이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위안화 표시가격이 하락한다. 가격 하락이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수요를 늘려 대중수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위안화 절상이 수출부문의 경기를 둔화시킴으로써 중국의 소득을 줄어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개도국의 통화가치 변화가 그 나라의 경기 또는 소득(GDP)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지 않으며, 서로 상이한 설명들이 엇갈린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수출 의존도가 높고 막대한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와 높은 국내저축률을 나타내는 중국경제에 있어서는 통화가치 상승이 수출부문의 경기를 둔화시키고 소득을 줄어들게 만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이 중국의 소득을 감소시켜 우리의 대중수출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부품, 장비 등 자본재는 소비재에 비해 중국 내수 여건보다는 해외시장에서 중국 수출산업이 직면하는 수요나 가격경쟁력 변화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즉 위안화 절상이 해외시장에서 중국제품의 달러 또는 유로 등 다른 통화로 표시되는 가격을 상승시킴으로써 수요를 줄어들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대중수출품목들을 상품의 성질에 따라 분류해 보면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자본재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해 온 것으로 나타난다. 자본재는 중국에서 2차 가공 또는 제조과정을 거치는 부품이나 부분품, 또는 생산설비 등을 의미한다. 소비재의 경우 대부분이 중국 현지에서 소비가 이루어지는 반면, 자본재는 그것에 기반한 완성품이 내수용 소비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다시 수출될 수도 있다. 따라서 대중수출품가운데 자본재 비중의 증가는 해외시장에서의 최종수요나 환율 등의 요인으로 인한 중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변화에 우리의 대중수출이 더 많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그림 4>, <그림 5> 참조).
이러한 고려요인들을 종합하면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수출의 증감 여부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우리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제고효과와 중국의 긴축으로 인한 마이너스 소득 효과, 그리고 해외 시장에서의 중국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인한 수요감소 효과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1995년 이후 최근까지 대중교역과 환율, 중국 및 해외수요 등에 관한 분기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위안화의 10% 절상(다른 통화의 변화가 없다고 할 경우 명목실효환율 기준 10% 절상과 동일)은 중국으로의 수출을 2009년에 비해 약 33억 달러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출의 증가요인보다 감소요인의 영향력이 더 크다. 대중수출품목 가운데 소비재의비중이 낮다는 사실과 위안화 절상의 긴축 효과가 실제에 있어서는 중국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속도를 저해하지 않는 한도 내로 조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수출품에 대한 해외수요 감소 효과로 인해 나타나는 우리의 대중수출 감소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의 경쟁력에 도움
위안화 절상이 중국을 제외한 해외시장에서중국제품에 대해 가격경쟁력을 저하시킨다면, 우리나라 수출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앞에서처럼 계량모형을 이용한 분석에 따르면, 위안화의 10% 절상은 중국을 제외한 해외시장에 대한 우리의 총수출을 2.8%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가장 최근 연도인 2009년을 기준으로 해서 환산하면 수출이 약 77억 달러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수출산업에 있어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쟁관계에서 비롯된다. 1990년대 들어 섬유, 합판, 완구 등 상당수 경공업 분야에서 중국의 대대적인 세계시장 잠식이 이루어지면서 이러한 부문에서의 한·중간 경쟁강도는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품목에 걸쳐 살펴 본 우리나라와 중국간의 수출경합도는 2000년대 들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우리기업들의 중국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산업구조를 유사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데다, 중국 스스로도중화학공업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에 힘을 기울이면서 전기전자,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산업에 있어 중국과의 경쟁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가 지속되는 경우위안화 절상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절상이 수입에는 감소 요인
위안화 절상이 수입에 대해서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가격(원화)을 상승시켜 수입수요의 감소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의 생산비 격차가 큰 편이기 때문에 중국제품에 대한 수요감소분이 국내에서 생산된 동질적 상품으로 대체되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듯하다. 계량모형을 이용한 분석에 따르면 위안화가 10% 절상 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4.3% 감소하며, 2009년 수입규모에 비해 23억 달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앞에서 살펴본 위안화 절상이 우리나라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늘어난 수출이 유발하는 추가적인 수입도 고려 대상이다. 즉 수출이 늘어나는 경우 제품생산을 위한 중간재나 원자재 수입이 유발되는 효과가 있이 때문이다. 2005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우리경제에서 1억 달러의 수출은 약 0.4억 달러의 수입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안화가 10% 절상되는 경우, 대중수출 감소분 33억 달러와 중국을 제외한 해외수출 증가분 77억 달러를 상계한 수출의 순증가분은 44억 달러이며, 이로부터 유발되는 수입증가규모는 약 18억 달러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할 때, 위안화가 10%절상될 때 우리나라의 수출이 44억 달러 증가, 수입은 5억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 개선, 또는 순수출 증가 효과는 49억 달러에 달한다. 즉 과거 위안화 절상이 의미했던 중국경제의 긴축, 또는 중국으로부터 해외로의 수출감소 등으로 인한 우리나라 수출이 입는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수출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엔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위안화 절상으로 인해 중국의 수출가격경쟁력이 줄어들 때 그 반사혜택을 누릴 여지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화 절상 폭 크지 않을 전망, 원화 동반강세시 영향력 더욱 제약
앞에서 살펴본 대로 중국의 수출이 회복국면을 나타내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다시 커지면서 위안화 절상 또한 올해 내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절상 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위안화 절상의 주요한 목표로 대외균형의 달성을 전제한다면, 2009년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979억 달러로 2006년(무역수지 흑자 1,775억 달러, 위안/달러 환율 3.2% 하락)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따라서 올해 중 무역수지 흑자가 더 늘어나는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위안/달러 환율의 하락폭이 2007년(무역수지 흑자 2,624억 달러, 위안/달러 환율 6.4% 하락)보다 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앞에서 살펴본 결과는 다른 환율 변수들은 동일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위안화만 10% 절상될 때 나타날 수 있는 효과이다. 위안화가 절상될 때 원화나 여타 국가들의통화가 동반 절상될 경우 위안화 절상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는 상당 부분 상쇄될 수밖에없다. 위안화가 절상기조를 나타내던 지난2005년 하반기에서 2008년 상반기까지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의 움직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상관계수 0.755)
따라서 향후 세계경제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위안화 절상이 재개되는 경우 원화의 동반강세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며, 따라서 위안화 강세로 인한 수출 증가 및 수입 감소 효과 또한 위에서 계산된 것보다는 작을 것이다.
다만 작년 하반기 이후 이미 원화의 강세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위안화 절상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원/위안 환율의 하락속도를 늦춤으로써 중국과의 경합관계에 있어 우리나라의 수출부진 요인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도 예상된다.
위안화 절상,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안정성 제고시켜 나갈 것
연초 대출증가세와 물가상승을 우려한 중국 통화당국의 정책기조 전환은 금융시장에 긴장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보다 길게 보면 중국의 출구전략은 세계경제의 안정적인 회복국면을 동반할 가능성이 더 크다. 두바이 사태와 그리스발 재정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새로운 불안요인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유럽지역의 경기침체로 인한 해외수요의 위축요인을 감안할 때 중국의 출구전략 또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이기보다는 신중을 기하면서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위안화 절상 또한 중국과 세계경제를 침체에 빠트리기보다는, 수출부문의 회복속도를 조절하고 대외불균형을 완화시킴으로써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경로로 복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과 아시아 주요 수출국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글로벌 불균형을 완화시킴으로써 세계경제의 중장기적 안정성을 높이는 데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배민근 책임연구원]
*위의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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