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아동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하여 제2의 ‘김길태사건’을 예방하자”

- “아동에 대한 방임은 10년후 심각한 사회문제로 다가온다”

2010-03-16 10:00
서울--(뉴스와이어)--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성폭행 후 무참히 살해당한 소위 부산 이양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애도와 안타까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 김길태 사건을 두고 그 범죄의 흉악성을 제대로 응징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고 경찰의 초동수사 미비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매섭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범인의 반사회적 성격의 기초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우한 어린 시절 이야기나, 공권력의 보호가 미치지 못하는 황폐한 재개발 지역에서 홀로 집을 지키고 있다가 변을 당한 어린 소녀의 문제가 사실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을 우리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범인 김길태는 길에 버려져 가난한 양부모 밑에서 자라나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 자신의 입양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삐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늘 헤진 단벌 학교 체육복만을 입고 좀처럼 웃거나 남과 어울리는 적이 없었다는 범인에 대한 동창생들의 추억담을 듣고 있노라면, 그의 반사회적인 행동이 과연 불가피한 개인적 특성에만 기인하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외롭고 힘든 정신적 고통과 방황의 나날을 보낼 때 우리 사회가 그런 것들에 좀 더 세심하고 따스한 관심과 지원을 해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방안들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되돌아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가난한 모자가정의 막내로 황폐한 재개발 지역의 외딴집에서 엄마의 불안을 어른스럽게 달래며 집을 지키다가 변을 당한 이양의 소식을 들으며, 그 시간 이양을 돌보지 못한 안타까움에 가슴을 치게 된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결국 이들의 이야기도 세상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희미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거나, 부모의 양육을 전적으로 그들의 몫으로만 돌리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제2, 제3의 김길태사건은 또 일어나고야 말 것이다. 우리는 또 다시 꽃다운 죽음에 가슴 아파하며, 어두운 구석에서 홀로 울고 있던 아이들의 뜻밖의 행동에 입울 다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에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홉협의회와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는 오늘의 사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각성을 촉구한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빈곤/위기 아동과 청소년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사회의 안전망 구축이라는 최우선의 과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들 아동과 청소년들의 복지와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하루같이 애써온 이들 시설을 확대하고 지원을 실질화해야 한다.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과 안녕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 이제는 김길태사건에 대한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관심을 넘어서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사회 안전망의 구축이라는 숨겨진 과제에 주목하자.

2010년 3월 15일

[성명서]우리사회는 부산여중생 살인사건이 말하는 의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이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는 중학교 입학에 들떠 있다 무참히 살해된 이 양의 죽음에 깊은 애도와 안타까움을 표한다. 또한 이 사건의 범인 김길태의 잔악한 범죄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무력한 아동을 상대로 한 유사한 범죄 행위의 예방을 위해서라도 그 범죄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함을 밝힌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지금 우리는 김길태라는 청년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하여 분노하고 그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을 뿐 그 원인을 분석하고 유사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 사회적인 노력이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눈을 감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김길태라는 한 사람의 범죄 행위를 규탄하고 그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불행하게도 이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우리사회에서 충분한 돌봄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환경에 자라고 있고 자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한다. 꽃도 피어보지 못하고 흉악한 살인자에 의해 살해당한 이양의 경우 적절한 사회적 돌봄과 보호를 위한 안전망이 우리사회에 존재했더라면 이같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흉악한 살인자로 전락한 김길태의 경우 부모로부터 버려진 후 가난한 양부모의 가정에서 적절한 돌봄과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자라났고 청소년기 자신이 부모로부터 버려진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했을 때 적절한 상담과 치료과정이 있었더라면 청소년기의 방황을 긍정적으로 극복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흉악한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우리는 이양이 살해된 곳 즉 김길태가 이양을 살해한 장소가 재개발로 인하여 빈집들이 즐비한 동네의 빈집이었다는 점이 주는 교훈도 있다고 본다. 재개발이 가져다주는 이익에 집착하여 마땅한 이주 대책도 없이 재개발이 강행되는 상황에서 이양 역시 빈 집들이 즐비한 재개발 구역의 외진 집에서 홀로 있다가 변을 당했고 김길태는 그 상황을 범죄를 저지르는 공간으로 삼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져야 하는지 용서해야 하는지를 묻는 바리새파 사람들의 질문에 죄없는 자로 돌로치라고 했던 예수의 말을 기억하면서 묻고자 한다. 우리 사회가 김길태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흥분하면서 그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가?

우리 주위에 제대로 된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 아동이 100만명이 넘고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양의 죽음에 분노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면책될 수 있는가?

가난과 가정위기, 양극화와 교육격차 등으로 희망을 잃어버린 헤아릴 수조차 없는 수의 청소년들이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과정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 흉악한 살인자로 전락한 김길태를 엄히 단죄하는 것만으로 제2, 제3의 김길태의 등장을 막을 수 있는 것이며 우리사회가 김길태를 엄히 단죄하라고 요구할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자격이 존재하는가?

우리는 우리사회와 정부가 이양의 죽음을 슬퍼하기에 앞서 다시는 제2, 제3의 이양이 나오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데 더 많이 관심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만이 진심어린 슬픔이며 속죄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이양의 억울한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하고 안타까워한다면 곡하고 눈물을 흘리기에 앞서 가난과 위기 그리고 교육격차와 사회양극화로 희망마저 버린 이 땅의 아동·청소년들이 희망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겠고 정부와 사회 모두가 다짐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김길태의 잔악한 행위에 분노하기에 앞서 그가 절망하고 분노하고 방황하던 시기에 손잡아주지 못했던 우리 자신부터 반성하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처럼 냉철한 이성으로 상황이 여기에 이른 원인을 분석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는 데 더 많이 관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다음에 김길태의 범죄행위를 규탄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김길태 사건이 이전과 같이 이런 범죄가 발생하면 잠시 들끓다가 얼마 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관심의 끈을 놓아버리는 방식으로 정리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김길태 사건이 우리사회에서 제대로 된 사회적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빈곤·위기 아동청소년 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이들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을 수립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이번 사건을 기회로 지역아동센터와 그룹홈, 청소년쉼터 등 현재 빈곤·위기 및 방황하는 아동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현장에서 땀 흘리는 활동가들의 노력이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나아가 이들 시설의 확대 그리고 이들 아동청소년 시설이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충분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10년 3월 15일

사단법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사단법인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홉협의회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개요
사단법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온프렌즈)는 2003년 3월 지역사회 안에서 보호와 양육을 필요로 하는 아동에게 통합교육 및 복지활동을 제공한다. 전국의 비영리 지역아동센터들이 더 나은 아동의 발달과 권리의 보장을 위해 기관간의 정보교류와 연대활동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설립된 협의회로 2006년 보건복지부로부터 법인인가를 받았다. 전국 16개 시도지부와 2,000여 지역아동센터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이다.

웹사이트: http://www.kacc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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