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외국인 채권투자, 금융시장의 잠재적 교란 요인’
그러다가 2007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한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글로벌금융위기 과정에서 크게 위축되었으나 2009년 이후 회복되어 2010년 1월 56.4조원에 이르고 있다. 3년 남짓한 시간동안 외국인의 채권보유 금액이 12.3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이 2007년 10월 333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0년 1월말 274.6조원으로 16.2%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외국인의 주식보유비중 역시 2005년 1월말 42.5%까지 올라간 뒤 금년 1월말에는 32.4%로 하락했다.
외국인의 국내채권 투자증가는 외화공급을 늘리고 국내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채권을 대거 매각하는 경우 금리와 환율이 불안해지는 측면도 있다.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매에 따라 주가와 환율이 급등락하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 외국인의 채권투자를 통해서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외국인 채권투자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점검하고, 외국인 채권투자 증가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그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차익거래 유인이 채권투자 증가의 주요 요인
외국인의 채권투자를 설명하는 주요 요인으로 우선 국내외 금리 차이를 지적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한다면 금리 차이에 따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3개월 Libor(London Inter-bank offered rates,0.25%)로 자금을 조달하여 우리나라의 양도성예금증서(CD, 2.83%)에 투자하는 경우 연2.58%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국내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에 따라 원금의 가치가 변동하거나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는 은행이 채무를 불이행하는 등의 위험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국가 간 조세제도, 외환제도 차이도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수년간 외국인 채권투자가 급증한 주된 요인은 파생상품을 이용하여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제거한 후 금리 차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커진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주로 스왑계약을 이용하므로, 투자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는 수익 측면에서는 국내금리, 비용 측면에서는 스왑금리(CRS금리)가 된다. 이에 따라 국내금리가 상승하거나 스왑금리가 하락한다면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증가하게 된다. 2006년까지 미미했던 외국인 채권투자가 2007년 하반기부터 크게 늘기 시작한 것은 환위험을 헤지하고도 국내 채권투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금리 차익이 100bp 이상으로 커진 때문이다.
2004년~2010년 2월까지 국내외 금리, 환율, 채권순매수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도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채권투자는 채권투자 수익인 통안채 수익률이 0.1%p상승하면 4주간에 걸쳐서 3,300억원 가량 증가하고, 반대로 비용인 CRS금리가 0.1%p 상승하면 1,000억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채권순매수의 총 변동 중 20%정도를 이들 금리 변화가 설명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신용·유동성 위험 증가하면 채권투자 감소
외국인의 국내채권 매수는 차익거래 유인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 국내채권 투자에 따른 신용위험 등도 주요한 요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중에 나타난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08년 9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우리나라에서 달러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차익거래유인은 5% 중반까지 이르렀지만, 외국인 채권보유 잔액은 51.4조원에서 35.3조원으로 16.1조원이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 우리나라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CDS(Credit Default Swap) 프리미엄은 2008년 10월393bp(만기 5년 기준)까지 상승하였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나타내는 TED 스프레드(Treasury Euro Dollar spread, 미국 국채 3개월물의 수익률과 유로달러 3개월물의 수익률 차이)도 336bp에 달하였다. 결국 차익거래 유인이 커지더라도 우리나라의 신용위험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외국인 채권매수는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선 통화스왑을 통해서 국내에 유입된 채권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경우 스왑상대방의 신용도가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달러부족 현상이 심화되면 스왑계약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이 크게 상승하게 되면 차익거래유인이 크더라도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TED 스프레드의 상승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금사정 악화를 나타내는 척도이므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내 보유채권을 매각하고 스왑계약을 청산한 후 달러유동성을 보유하려는 유인이 커지게 된다. 결국TED 스프레드가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점은 분석결과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2004년~2010년 2월까지의 통계에 의하면 TED 스프레드와 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면 채권투자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어 국제금융시장의 자금조달 여건 및 국내채권의 신용위험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투자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익거래 유인 축소가 반드시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아
채권투자에서 비용부문인 CRS금리가 상승하면 차익거래 유인이 감소해 채권부문을 통해 외화가 유출되고 환율은 상승하게 된다. 그렇지만 분석결과는 반대로 CRS금리 상승이 환율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RS금리 상승이 차입, 외화채권발행 등을 통한 국내금융기관의 전반적인 달러자금 조달여건 개선에 더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며, 그에 따라 CRS금리 상승이 환율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금리의 환율에 대한 영향력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잔액이 크게 늘었지만 전체 국채와 통안채 잔액의 7~9% 내외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차익거래유인의 변화보다는 전반적인 달러수급에 영향을 받는 CRS금리 변화가 채권매수를 통해서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채권매수는 금리와 환율의 변동성을 높이기도
외국인 채권투자는 직접적으로 국내환율과 금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외국인 채권투자는 국내에 외화공급을 늘리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환율하락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외국인채권투자가 늘어나면 국내채권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어서 채권의 가격은 상승하고 금리는 낮아지게 된다.
이처럼 외국인 채권투자는 외화공급 증대로 외환시장 안정과 국내금리 하락을 가져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국내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등으로 외국인투자자가 보유한 국채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하여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외국인들이 국채를 매각하면서 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이미 상승한 시중금리가 재차 상승하면서 국내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들은 투자대상인 채권이 지닌 신용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주로 국채와 통안채에 투자를 하는데, 통안채의 만기는 분산되어 있지만 국채의 경우 통합발행으로 만기가 매년 3, 6, 9, 12월에 집중되어 이시기 환율변동성이 높을 가능성도 있다. 채권만기시 상환받은 투자자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국외로 유출할 경우 외환시장에 일시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금리와 환율에 대한 외국인 채권투자의 영향력은 아직은 크지 않아, 금리 및 환율변동의 3~6% 정도만이 외국인채권투자에 의해 설명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렇지만 2008년 9월 이후 9개월 동안 발생한 채권부문에서의 대규모 자금유출은 국내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기간 중 2008년 8월 기준 외국인의 채권 잔액의 32%인 16.1조원이 유출되어 환율(원/달러 환율 320원 상승) 및 금리(통안채 금리 0.3%p 상승) 변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이 주식 유출입의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
외국인 투자자에 의한 국내채권 투자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을 통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의 비중이 1999년 이후 크게 높아지면서 환율도 주식시장의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면 그에 따라 환율이 상승하고, 반대로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 환율도 하락하는 것이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10년 3월까지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체 거래일 중에서 주식과 환율이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60%에 달했다. 그렇지만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꾸준히 매도하던 시기였던 2004년에서 2008년 초반까지 환율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은 이전보다 외국인의 주식시장을 통한 환율에 대한 영향력은 다소 줄어들었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반면 2007년 하반기 이후 외국인의 채권보유는 크게 늘어나서 주식 매도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상쇄했을 가능성이 있다. 2001년부터 2010년 1월까지의 외국인 투자자의 채권순매수와 주식순매수를 비교하면 2007년 중반까지는 주식의 순매수 규모가 채권을 능가하였지만 2007년 하반기 이후에는 채권의 순매수가 주식의 순매도 규모를 능가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분석결과를 보더라도 차익거래 유인을 구성하는 통안채 수익률이 상승하거나 CRS금리가 하락하면 채권투자는 늘어나지만, 주식투자는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금리변동만을 고려한다면 외국인 채권투자와 주식투자의 영향력이 서로 상쇄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채권투자 증가의 영향에 유의할 필요
2007년 하반기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채권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으며, 순매수 규모는 주식을 능가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주식과는 반대 방향으로 유출입되어 환율의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도 일정부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2008년 하반기에는 차익거래 유인이 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금융 불안정으로 인해 주식과 함께 채권부문에서 외화가 대거 유출되면서 오히려 환율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또한 외국인 채권투자자들이 매수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CDS 계약을 체결하면서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거나 채권을 매각하면서 국내금리가 상승하는 등 외국인 채권투자를 통해 금융시장 내 불안감이 확대되기도 하였다.
외국인 투자자에 의한 채권투자는 기본적으로 차익거래 유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 점에서 그러한 유인이 사라지게 되면 급격히 줄어들거나 기존 투자분도 청산되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차익거래 유인을 구성하는 국내채권금리나 CRS금리의 변화가 외국인 채권보유의 변동으로 이어져 국내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만기 1년 이내의 채권으로 집중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일각에서는 환위험 헤지 없이 금리 차이와 환율의 방향성에 투자하는 자금도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어 국내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아울러 향후 각종 채권관련 지수(예를 들어 시티그룹의 World Government BondIndex 등) 편입에 따라 외국인 채권투자가 늘어나는 경우 국내금융시장에 여러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외국인 채권투자로 인해 장기금리의 상승폭이 이전보다 낮아져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줄어들 수도 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다른 나라의 유동성 위기가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의 유출입을 통해 우리나라 금리와 환율의 변동폭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주식 이외에 채권이라는 경로를 통해서 국내금융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정성태 책임연구원]
*위의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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